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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으로의 여행|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워낭소리, 봉화 워낭소리공원

  • 조회수
    266
  • 등록일
    2022-01-17

| 풍경으로의 여행 |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워낭소리, 봉화 워낭소리공원

글·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오늘도 노인은 늙은 소가 끄는 달구지에 몸을 싣고 논으로 향한다. 위태로운 소의 걸음에 맞춰 ‘딸랑딸랑’ 워낭이 운다. 노인이 꾸벅꾸벅 조는 동안에도 소는 제 갈 길을 묵묵히 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함께 했던 그 길을.


2009년 개봉한 영화 <워낭소리>는 여든 살 농부와 마흔 살 소의 우정을 담은 독립영화다. 30년 동안 촌부의 곁을 말없이 지킨 늙은 소의 이야기는 개봉과 동시에 큰 화제가 됐다. 각종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독립영화 가운데 최다인 293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아바타>가 워낭소리의 2000배가 넘는 제작비로 1,300여만 관객을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워낭소리의 성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영화의 흥행은 자연스럽게 촬영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조용했던 시골마을은 하루에 적게는 200~300명, 많게는 500명 이상이 다녀가는 봉화의 명소가 됐다. 주인공 고(故) 최원균 할아버지 집 앞에 영화 제목을 붙인

‘워낭소리공원’이 조성된 것은 그즈음이다. 그리고
어느덧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워낭소리공원은 아담하다. 소가 끄는 달구지에 앉은 할아버지 동상과 영화 속 주요장면을 동판에 새겨 간략한 설명과 함께 소개한 전시물이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니 뭔가 대단한 걸 기대하고 워낭소리공원을 찾는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해를 시작하는 1월에 굳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그 무엇 때문이다. 만약 10여 년 전, 영화관을 나설 때 느꼈던 감동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면, 그 따뜻한 무언가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테니까.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가장 먼저 늙은 소와 할아버지 동상이 여행자를 맞는다. 할아
버지를 태운 달구지를 끌고 어딘가로 가는 늙은 소. 어디였더라. 논 일 하러 갈 때도, 마을 공동작업 하러 갈 때도 할아버지는 소가 끄는 달구지를 타고 갔다. 늙은 소가 끄는 달구지는 그렇게 30년 동안 할아버지의 다리 역할을 했다. 자식들의 권유에 못 이겨 소시장에 늙은 소를 팔러 갈 때도 소는 할아버지를 태운 달구지를 묵묵히 끌었다.


동상으로 남은 늙은 소가 젊어 보여 다행이다. 일반 소의 곱절은 넘게 산 늙은 소는 영화
속에서 늘 위태로워 보였고, 그게 무척 안타까웠다. 달구지에 앉은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긴 할아버지는 꾸벅꾸벅 조는 대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늙은 소 자랑할 때면 어김없이 보이던 그 환한 미소를. 영화 속에서 할아버지가 가장 밝게 웃었던 건, 소시장에서 늙은 소를 못 팔고, 아니 안 팔고 친구들에게 소 자랑을 하는 장면에서다. ‘500만 원 밑으로는 소 안 판다’는 할아버지에게 소장사는 ‘잡아 봐야 고기 값 60만 원도 안 나온다’고 했었고, 그런 상인에게 분풀이라도 하듯 할아버지는 친구들에게 잠든 자신을 봉화장에서 집까지 데려 온 늙은 소에 대한 자랑을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할아버지는 늙은 소를 위해 지게를 진다.
지게에는 늘 소 먹일 풀이 가득하다. 달구지가 할아버지에 대한 늙은 소의 마음이라면, 지게는 늙은 소에 대한 할아버지의 의리다. 서로의 자리로 비워둔 지게와 달구지에 땔감을 가득 실어 날랐던 2006년 겨울, 이별이 찾아왔다. 30년 지기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할아버지의 애끓는 심정은 한숨처럼 내뱉는 ‘에이, 씨’라는 탄식에 모두 담겼다. 꾸밈없는 날것의 탄식이 세상 그 어떤 이별사 보다 애틋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소무덤은 워낭소리공원에서 600m 쯤 떨어진 곳에 있다. 볕 잘 드는 양지 바른 소무덤 뒤에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 무덤도 나란히 자리한다. 최원균 할아버지는 2013년에, 부인 이삼순 할머지는 2019년에 별세했다. 영화 <워낭소리>의 주요 촬영지인 노부부 집은 몇 해 전 화재 이후 일반인의 관람을 제한하고 있다.


영화 <워낭소리>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절집이 청량사다. 청량산도립공원에 자리한 청량사
는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풍수지리상 길지 중에 길지로 알려진 청량사는 연꽃을 닮은 청량산 열두 봉우리의 중심인 꽃술 자리에 위치한다. 보물로 지정된 봉화 청량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종이로 만든 불상인 지불이 유명하다. 지불을 모신 유리보전 현판은 고려 공민왕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분천산타마을은 봉화로 떠나는, 특히 겨울 봉화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필란드의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이 있다면 봉화에는 산타마을이 있다고 할 만큼 봉화주민들의 자부심이 가득한 공간이다. 백두대간열차가 출발지하는 분천역에 조성한 산타마을은 1년 365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흰 눈 쌓인 분천산타마을은 말 그대로 동화 속 세상이

다. 예쁜 포토존에서의 기념사진은 필수. 사랑하는 사람에서 예쁜 엽서를 보내는 것도 좋은 추억이다. 분천역에서는 방문객을 위해 손글씨 엽서를 무료로 나눠준다. 작성한 엽서는 분천역산

타우체국에서 부치면 원하는 날짜에 받아볼 수 있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닭실마을은 조선 중기 충재 권벌 선생 일가가 이룬 동족마을이다.
금닭이 알을 품은 금계포란형의 명당으로 보물로 지정된 충재 권벌 선생 유적과 함께 충재 종택의 청암정 등이 남아있다. 청암정은 <동이> <바람의화원> <정도전> 등 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닭실마을에서 석천계곡을 따라 석천정사와 삼계서원까지 다녀오는 길도 매력적이다.


<관련 웹 사이트>
봉화관광 :
www.bonghwa.go.kr/open.content/tour/

문의 전화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관광개발팀 054)679-6351

숙박 정보 성암재 : 봉화군 춘양면 서동길, 054)673-5011

토향고택 : 봉화군 봉화읍 바래미1길, 010-8575-9036

만회고택 : 봉화군 봉화읍 바래미1길, 054)673-7939

소강고택 : 봉화군 봉화읍 바래미길, 010-9189-5578

식당 정보 가마솥정 : 돌솥 곤드레나물밥, 봉화군 봉화읍 봉화로, 054)673-2000

관광식당 : 한약닭백숙, 봉화군 물야면 오전약수탕길, 054)672-2330

까치소리 : 산채비빔밥, 봉화군 명호면 광석길, 054)673-9777

도촌송어회식당 : 송어회, 봉화군 봉화읍 마냉이길, 054)672-0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