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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Economic, Social & Labor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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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 특별대담| 산재 사고 없는 안전한 일터와 사회적 대화

  • 조회수
    400
  • 등록일
    2022-01-17

| 사회적 대화 특별대담 |
재 사고 없는 안전한 일터와 사회적 대화



■ 일시 2021년 12월 7일 오후 3시

■ 장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회의실1

■ 참석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교수 권혁면 연세대 산학협력단 연구교수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 사회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 배석 이시욱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외협력실장 이세종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협력홍보팀장

■ 정리 <참여와혁신> 손광모·박완순 기자

■ 사진 황윤선 포토그래퍼 사회적 대화



용: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의제였던 ‘산재사고 없는 안전한 일터와 사회적 대화’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어 기쁘 고 영광입니다. 산재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 사회를 이렇게 뜨겁 게 달군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안전이나 보건, 건강이라고 하는 것이 한 개인과 사회에 있어서 기본적이고 가장 가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소외 돼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기술적 수준 등 다른 사회적 지표와 비교하거나 구체적인 수치를 들지 않더라도 산재 문제는 전반적으로 낙후 준이라는 평가입니다. 최근 이슈가 된 산재 사망 사고를 보면 기술적으로 어 렵고 난해해서 예방이 어려운 문제라기보다는 대부분 단순 추락이나 끼임과 같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였습니다.


그 결과 2018년 고 김용균 사고를 계기로 산재 문제에 대한 민심이 폭발했고. 산업 안전보건법 전부개정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2021년 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도 이어졌다고 생각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산재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이 굉장히 높아지고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전 여러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중대재해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대화와 합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세 분을 모시고 산재 문제에 대한 현황과 원인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앞 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경우 어떻게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또한 노사정, 시민사회의 대화를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논의해 보겠습니다. 면 어떨까 싶습니다. 일단 말씀하시지 않아도 우리나라 산재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동의가 될 것 같지만, 각자 우리나라 산재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 지 짤막하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강성규:


어느 나라든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데 산재 문제는 그동안 사회나 정부로부터 소외돼왔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문제와 산재 문제를 비교해보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환경 문제는 모든 사 람이 관여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 러나 산재 문제는 사회에서 취약하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많이 생기므로 문제제기 자체가 잘 안되고, 문제제기를 해도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도 드디어 산재 문제에 대해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나의 일처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합니다.


산재도 사고, 질병, 사망 등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일터에서 일하다가 다치거나 아 프지 않으면 제일 좋은데, 어쩔 수 없이 다치더라도 장애가 생기지 말아야 합니다. 설사 상황이 나빠서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일터에서 죽지는 말아야 합니다. 우리나 라를 선진국이라고 말하려면 일터에서 사람의 생명을 잃는 사망사고는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힘써야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산재를 바 라보는 시각이 확장되고 있어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권혁면:


과거 산업화와 경제화를 최우선하던 시대와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여러 산재 통계상 수치가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발전 수준과 속도에 비 해서 산재 감소 속도가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산재 사고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면 초기에는 굉장히 가파르게 줄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정체기에 들어섭니다. 우리나라도 재해를 줄이기가 갈수록 더 어려운 시기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나의 쉬운 예를 들면, 2020년 우리나라의 사고재해율은 0.49%입니다. 대략 100인 사업장에서 2년에 1번 재해가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80% 이상을 차지하는 20인 이하 사업장 입장에서는 10년에 1번 사고를 경험하는 확률이며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40년에 1번 경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망사 고의 경우는 더더욱 빈도가 낮습니다. 사고재해율 0.49%는 우리나라가 기업을 운 영하는 동안에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지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 전체로 보면 OECD에서 비난받을 만할 정도의 사고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개별 사업장 입 장에서는 ‘사고가 항상 내 가까이 있구나’라고 인식하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것 이 산재사고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데 있어서 장애 요인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 해봅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 경제수준이 3만 달러 이상, 소위 선진국에 해당하는 데 비해 산재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에 맞는 산업 안전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산재 발생 수준을 우리와 경제 력이 비슷한 일본이나 유럽 선진국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동문제 노사관계에서도 산업안전은 부차화


박종식:


대체로 동의합니다. 우리 사회가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산재 사고도 압축 적으로 줄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으로 원하청 관계나 노동시장 변수들을 살펴보면, 산재 사각지대나 공백지대들 이 새롭고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제도가 따라가는데 있어서 충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노동문제들 중에서나 노사관계 속에서도 산업안전 문제가 부차화되고 있었던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도 산업안전을 연구하시던 분이 정년퇴직한 후 10여 년 정도 전담자가 없었습니다. 사회보험, 노동법 전공자들이 산재보험, 산안법을 부분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서 훌륭한 한국의 보건 및 공학 전문가 분들이 좋은 안전보건제도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 및 노동문제에서 산업안전이 부차적으로 다뤄지면서 우리의 산업안전 수준향상을 더디게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노사관계 차원에서 실제 당사자이며 행위자인 노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 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박두용:


현재 우리나라의 산재 사고 현황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고 계신 듯합니다. 우리나 라와 일본을 비교해 주셨는데, 2018년 우리나라의 산재사고 사망자 수가 971명이었 습니다. 일본도 970명 정도로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일본 인구가 1억 2,500만 명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산재사망자 수가 똑같다는 것은 단순히 말해 우리나라가 2.5배 산재 사망 사고가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970명에 해당하 는 산재 사망자 수를 기록했던 때가 30년 전이었습니다. 시기로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30년 정도 늦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의 산재 문제가 심각했느냐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말씀해주셨 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 하나하나 정리하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제도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산재 문제에서 가장 큰 문제점 한 가지를 꼽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강성규:


제도를 법령에 근거해서 운용하지 않고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운용한 게 가장 큰 문 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법률은 과정 중심적으로 운용하도록 지켜야 할 사항을 법 규와 기준에 자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과정은 관리하지 않고 사고 가 생기면 그때 집중조사해서 수백 또는 수천 건의 잘못을 체크하고 벌금 매기고 끝 나는 식입니다. 이렇게 우리 법령의 원칙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 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법은 너무 복잡해서 사업주가 그걸 따라 서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단 과정을 중점으로 지키도록 한 것이면 각 산재 사고의 핵심 원인을 찾고 이를 잘 지키도록 사전에 예방하여야 하고, 사고 이후에는 교육과 피드백을 통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 과정은 방치하고 있다가 사고가 일어나면 모든 사람이 사고 자체만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해 왔습니다.


박두용:


굉장히 중요한 지적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꾸준히 집행해야 하는데, 사건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서 대증요법식 대 응이 이뤄지다 보니 과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산업안전 체계가 쌓이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말씀을 하니 우리나라를 잘 아는 외국 학자분이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이 공만 쫓아다니는 동네 축구 같다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인 것 같습니다.


권혁면: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있어서 1981년 만들어진 산업안전보건법 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 시대는 당연히 각종 위험요소에 대해서 정해진 방 식으로 조치하라는 지시적 규제의 효과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시적 규제로만 해결할 수 없는 게 산업 현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2013년에 자율 적 규제의 일종인 위험성 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위험성 평가 제도는 영 국이나 일본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잘 알려진 바 있습니다.


지시적 규제와 자율적 규제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몰고 갈 때 지시적 규제는 안전벨트를 맬 것과 과속 방지를 위해 속도 측정기를 배치하는 등 의 교통법상 준수사항을 말합니다. 그런데 운전을 하는데 때에 따라 지시적 규제만 지켜서는 부족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졸음이 오는 경우, 갑자기 비 오는 경우나 앞 차에서 낙하물이 떨어지는 경우 등 다양한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해서 안전하게 부산까지 가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습 니다. 이를 다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산업안전 문제도 지시적 규제의 맥락 속에 있었고, 추가 적으로 자율적 규제에 대한 법을 도입했었는데, 그게 현장에서 작동이 잘 되지 않 았습니다. 이번 중대재해처벌법도 사업자 스스로 자율적으로 안전관리체제를 구축 하라는 것이 가장 큰 메시지인데 이 메시지를 실제로 잘 이행해야 효과가 있을 것입 니다.


강성규:


동네 축구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이 납니다. 항상 의문이었던 점이 어느 사업장에서 두 명, 세 명 사망사고가 나서, 공단이나 노 동부에서 조사팀을 구성해서 사업장을 뒤졌더 니 수백 건의 위반 사항을 발견하고, 벌금 매기 고 조치했다는 게 통상적으로 벌어지는 재해처 리방식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세게 감독했구 나, 잘 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똑같은 조사를 다른 사업장에 가서 하면 하나도 적발 되지 않을 것이냐, 그리고 위반 사항을 모두 다 시정하면 사고가 나지 않느냐라는 것입니다. 전 문가들이 재해조사에서 이러한 의문사항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합니다.


핵심은 우리나라 같이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 에서는 핵심원인을 규명하고 이것은 반드시 지 키라고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고 발 생 시 핵심사고 원인은 무엇이고, 그 원인되는 사항을 동종 사업장에서는 잘 준수하는지 봐 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모든 잡다한 위반사항까지 지적 해서 오히려 사업주의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감독행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고가 난 입장에서는 보상의 문제와 행정관청의 감독의 문제가 있습니다. 피 해자와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운데, 행정관청이 어느 정도하고 손을 떼 주면 사업장 입장에서 고마운 일입니다. 사고 사업장을 감독해서 과태료나 벌금을 매기 는데 주안점을 두면 사고예방보다는 보상 대책만 마련하는 사후처리가 되고 마는 것 이 문제입니다.


박종식:


산업안전보건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많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법제도들 이 누적적으로 만들어진 상태여서 촘촘하기도 하면서 체계적입니다. 문제는 좋은 지 시적 규제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대기업조차 다 지킬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지키고 준수해야 할 내용들이 본인들의 산업안전 역량을 넘어서니까 아예 손을 놔버리고 포기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까 위험성 평가가 좋은 제도라고 말씀하셨는데, 중소기업에 물어보면 많은 사업장들이 그냥 안 하고 맙니다. 게다가 중소기업들도 사업장 수가 많아서 일일이 관리감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서는, 안 걸리면 좋고 걸리면 재수 없다는 식으로 포기상태인 거 죠. 결국은 한국에서는 안전보건 관련 법제도 자체보다는 제도의 실행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오히려 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기준을 잘 지키도록 하는 게 중요


박두용:


박종식 박사님은 중소기업의 산안 실태나 상황을 조사, 연구하고 계셔서 최근 중소 기업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규제조항이 너무 많고 기술적·구체적·명령통제형·지시적인 규제라서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게 우리나라만 그럴까요?


박종식:


외국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도 대기업은 규정들을 잘 준수하는데 중소기 업이나 작은 기업들은 안전관련 규정들을 지키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용 안 전보건프로그램이 나오는 거죠. ILO나 미국에도 중소사업장용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결국 외국도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 안전보건 역량이 안 되니까 역량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성규:


일부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유해물질에 노출된 노 동자에게 특수 건강진단이라는 것을 합니다. 독일에서 시작된 건데, 독일은 수십 가 지 물질에 노출된 사람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일본은 독일 기준을 가져 다 64종을 만들었어요. 한국에서도 그걸 도입했는데 자꾸 문제가 생기니까 하나씩 하나씩 확장해서 지금은 180개까지 왔습니다. 일본은 더 이상 늘리지 않고, 독일도 정해진 리스트를 없애고 해로운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합니다. 우리는 리스트를 두 니까 그 리스트에 들어 있는 것만 하고 없으면 안 해요.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를 따 져서 문제가 있는 물질을 지적해도 리스트에 들어 있지 않으면 사업주도 관리하지 않고 노동부도 감독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겼는데 이것은 사망 후에 작동을 하지 사망 전에는 작동을 안 해요. 리스트 업 되지 않은 안전보건 사항 도 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규제가 없더라도 안 하면 버틸 수 없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권혁면:


우리나라 지시적 규제의 대표적인 게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입니다. 구체적인 요 구사항이 700~800개 조항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업장이 자율적으 로 한다고 해서 산업안전보건 조치 기준에 나오는 조항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 건 최소 요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거죠. 오히려 강성규 교수님이 말씀 하셨듯이 조항에 없더라도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스스 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 거죠.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이라는 게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될 때 비현실적인 것이 있다고 봅 니다. 안전보건규칙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그걸 기본으로 그 이상의 위험은 기업 이 찾아서 관리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성규:


결국 제도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데, 우리 법의 죄형법정주의 때문에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죄에 대해서 제대로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헌법적인 조항 때문인 거죠. 그렇다고 하면 지켜야 할 것에 대해 좀 더 포괄적인 규정을 두고,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야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얘기한 수백 가지 조항들은 과감히 없애더라도, 그 조항에 해당하 는 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한 사고에 관해서는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을 기 술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현재로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정, 사고와 직접 관 계없는 것도 모두 지키라고 하고 사후에 포괄적인 면에서도 처벌한다고 규정하면 사 업주나 현장에서는 지키기 어려운 법률 체계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죄형법정주의 체계에 맞는 제도로 잘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두용:


정리를 해보자면, 일단 산업안전보건법에 관련 하위 시행령과 시행규칙까지 하면 굉장히 방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일본이나 독일과 비교하면 적습니다. 산업안전보건 법에 관한 조항이 720여 조항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일본이나 독일은 훨씬 많아요. 선진국 중에 우리나라보다 적은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다르게 생각해 야 할 것 같습니다. 안전 전문가들 말씀은 어떻게 사업장에서 자체적으로 지키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자칫 잘못하면 우리나라의 조항 수가 너무 디테일 하고 많다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로교통법과 비교해 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조항은 몇 개 안 되지만 전체 시행규칙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안 전과 관련해서는 이걸 정해두지 않고 알아서 하라는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규칙 과 이행과 절차를 정해 놔야 하거든요.


강성규:


독일이나 일본처럼 규정을 자세히 만들었을 때는 과정을 관리해야지 결과에서 그걸 적용하면 안 된다는 거죠. 규정이 자세하게 만들어진 나라는 핵심 사항을 잘 지키 도록 하는 것이지 평소에 놔두다가 사고가 나면 그중 하나를 안 지켰다는 이유로 조 사 받고 처벌 받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까 많은 기준이 있지만 핵심이 되는 기 준을 평소에 잘 지키도록 관리감독을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규정이 간략하게 되어 있는 영미법 시스템에서는 법규에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알려진 기준을 안 지키고서 는 견딜 수 없는 제도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박두용 이사장님 말씀처럼 우리는 독일이나 일본처럼 지켜야할 기준을 가지고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것의 핵 심을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즉 결과를 가지고 기준 미준수를 처벌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평소에 기준을 잘 지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미


박두용:


강성규 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법의 조항 하나하나보다 규제 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 인가가 중요하죠. 도로교통법에서도 10대 안전조치를 강조하고 사고사망을 막듯이, 사후의 처벌보다는 핵심적인 사항을 규제하고, 나머지는 잘 지키게 유도하는 게 중 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같은 이야기를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 해주신 것 같 습니다. 그렇게 되면 꼭 필요한 부분은 강제적으로 가고, 나머지는 기준을 설정하되 사업장에서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자율적 규제라고 해서 전부 다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하는 감시 사회적 대화 20 시스템이나 작동 시스템이 있어야겠죠. 그 일환으로 공통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같 은 책임을 강화하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중대재해처벌법만 떼놓고 봤을 때 그 의미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강성규:


중대재해처벌법 자체는 사실 우리 법체계와 잘 맞지는 않아서 조금 논란이 될 수 있 습니다. 그러나 산재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경영주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 처벌법은 산재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확실히 증가시키는 법은 될 것 같습니다.


권혁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경영자나 사업주가 안전에 대한 관심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두지 않는다는 기본적 인식 하에 도입됐다고 볼 수 밖에 없는데요. 경영자는 물건을 팔아서 이익 이 나야 회사가 운영이 되니까 생산되는 제품 의 품질을 최우선하죠. 이게 전통적인 경영시스 템의 중요한 측, 그러니까 생산관리, 품질관리, 영업관리 등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노 동자들의 안전은 현실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의 마음 속에서 발현되기 어려운 과제였 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중요한 의의 하나는 실제로의 처벌여부를 떠나서 잘못하면 처벌받 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거죠. 그러한 메 시지가 기업의 경영에 있어서 안전의 중요성을 생산관리나 영업관리와 같은 수준으로 올리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종식: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기업 내에 특히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효과 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2022년이 되어 봐야 겠죠.


박두용:


세 분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신 것을 요약하면 강력한 처벌을 통해서 관심을 올리는 데 성공을 했는데 향후 이 관심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고 2022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중대재해가 줄어들까요?


박종식:


현재의 건설현장 또는 제조업 사업장 기존의 생산방식에 대한 관습 하에서는 중대 재해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됩니다. 특히 대기업은 상당히 줄어들 겠지만 중소기업 부분에서 중대재해 감소폭이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권혁면:


안전은 항상 세이프티 리더십으로부터 시작되니까 안전관리 조직이나 운영에 기본적인 역량을 가진 규모의 기업에서는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겁니다. 예전에는 안전 부서를 찾지도 않고 관심도 없던 경영진이 지금은 안전 부서를 찾고 있는데, 잘못해 서 낭패 안 보게 해 달라는 거죠. 이것만해도 나름의 효과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재해의 80%를 차지하는 50인 이하의 중소기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중 견기업 이상의 임팩트를 가질 수 있도록 경영자에게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겠냐 하는 부분입니다. 이분들이 재해나 사망사고를 경험하는 빈도가 5년이나 10년에 한 번이 기 때문에 사고 나면 이른바 재수 탓을 하는 상황에서 법을 무조건 강화하는 것만 으로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처벌 자체도 메시지는 줄 수 있겠지만 이들 기 업에는 사고 나면 원청으로부터 다음 계약을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오히려 중대 재해처벌법 보다 더 무서운 조항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소기업 산 재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보조적인 수단에 대한 고민을 추가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고 생각합니다.


강성규:


사망재해는 줄어들어야죠. 그리고 일정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가 원하는 것은 조금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우리와 경제력이 비슷한 국가 수준으로 줄기를 바라는데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원청보다는 2, 3차 하청업체에 서 산재사고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핵심 문제는 최저가 입찰방식입니다. 원청은 최저가로만 구매하려고 하니 하청업체에서는 안전 비용은 덜 쓰게 되고, 그 러다보면 소규모 사업장 사고는 생각처럼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박두용:


대부분의 경우 다소 줄어들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죠. 왜 냐하면 산재사망의 80%를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유예가 됐기 때문입니 다. 5인 미만 사업장만 해도 30%를 차지하고 있어서 효과에 대해 우려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전에 줄었던 추세 보다 더 줄어야 이 법이 효과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인식도 있고요. 강성규 교수님께서 중대 재해처벌법 도입과는 별개로 남아 있는 숙제로 외주화, 원하청 문제를 꼽고,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외주화, 원하청 문제는 산업재해의 원인일 수도 있고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원인이 라고 하면 정규직을 두는 것보다 바깥으로 내보내서 위험을 회피하는 방식을 쓴다 고 볼 수 있고, 결과라고 한다면 외주화 시키다보니까 안전관리에 더 취약해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어떻든 위험의 외주화인데. 외주화나 원하청 문제를 안전측 면에서 바라본다면 해결방안이 있을까요??


권혁면:


작년에 일어났던 이천 물류 저장 창고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사고는 우리나라의 경 제규모나 국격으로 볼 때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건이거든요. 바깥에서 보면 예전 삼풍백화점급 파급이 있었을 겁니다. 당시 언론에 기사가 났을 때 댓글을 하나 소개해보자면, 건설공사나 용역입찰 시 낙찰자는 손끝 하나 대지 않고 20~30% 떼 고, 중개인은 10% 남겨서 재하청, 이렇게 가다가 마지막에 최종 단계에 있는 회사는 원가도 안 남을 수준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돈을 안 남기면 월급을 못 주니까 조금 이라도 이익을 남기려면 공사기간을 줄여야 하고, 결국 배선과 바닥 등등 동시 공사 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여러 댓글을 분석해보면 안전도 비용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우리 가 적절한 비용과 공사기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안전을 선택하면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이게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해결 가 능한 문제냐는 겁니다. 공공부문에서는 그렇다고 할지라도 민간부분의 계약에서 어 떤 과정을 통해서 마지막으로 작업하는 회사로 위험이 전가되는 부분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법으로 가능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관리방식이 상당히 큰 숙제입니다.


박두용:


외주화나 원하청 문제가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고 다들 동의하는데, 박종식 박사님 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지난 번 고 김용균 사망사고 이후에 산업 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의 가장 큰 쟁점도 도급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도급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됐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원청의 책임을 포함시켰단 말이죠. 그러면 향후 외주화나 원하청 문제로 인한 산업안전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구조적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시는지,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대안이나 대책이라고 보십니까?


박종식:


원하청관계는 기업 간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는 데요. 수직적 네크워크든 수평적 네트워크든 하청(도급)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회사에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필요한 것들을 처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 하청부문을 활용하는 경우 적어도 안전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는 것이 2차 전부개정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1990년 1차 전부개정 때도 유해 위험 작업 도급 금지라는 당시로서는 선구적인 내용이 들어갔거든요. 2차 개정 때 그 내용이 더 강화되었는데, 이러한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구요. 하도급을 활용하는 것을 용인하는 대신에 안전에 대해서는 적어도 발주처나 수급사, 원청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내협력, 사내하청의 안전에 대해서는 원청이 책임지지 않고서는 안전수준 향상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청 활용에 대해서 저임금 고용불안 때문에 사회적인 비난도 많지만, 어쨌든 사내하청업체의 전반적인 안전보건 수준이 비슷한 규모의 사외도급사나 원하청관계와 무관한 업체보다 높은 게 사실이거든요.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제철 사내협력사들에게는 원청과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사내협력, 사내하청의 안전에 대해서는 원청이 책임지지 않고서는 안전수준 향상 어려워 사회적 대화 24 같은 안전보건 프로그램이 적용되는데, 독립적인 중소기업들은 그저 적발되지 않기 만 바라는 수준입니다. 다만 원청에게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부과하면 하청업체들은 관심 없는 경우가 발생해서, 원하청이 안전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 고 생각합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중소기업 대상 지원대책이 시급히 준비되어야 할텐 데요. 일단 중소기업 중 사내하청이나 용역부문은 원하청 연대책임 강화를 지원대 책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성규:


사내하청이나 건설현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을 받아서 상당히 좋아질 겁니다. 문제는 원청과 직접 관계가 없는 사외의 1차 하청, 2차 하청이나 협력업체입니다. 하청업체에서는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야 납품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제품을 만든다는 거죠. 이런 원하청 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안법 등에서 적어도 안전이 담보된 사업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납품 받도록 하는 기준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안전시설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납품단가가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하청업체의 안전은 향상될 수 있습니다. 하청 문제는 이런 식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동노동을 이용해서 축구공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죠. 4년 마다 하는 월드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이 오가는 잔치를 하는데, 축구공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아이노동을 이용하여 하루에 1달러 수준의 임금을 주고서 수천억 원의 잔 치를 위한 축구공을 만든다는 거예요. 품질만 생각하고 값싸게 만들라고 하면 그런 방식으로밖에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적어도 아동을 고용해서 값싸게는 만들지 말라 고 하는 것입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렇게 하면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안전관리를 대신해 줄 수 있도록 하는데, 사업 장에 안전을 인증해주는 전문기관들도 책임을 나눠져야 합니다. 만약에 산재사고 가 나서 경영자가 처벌을 받는다면, 그 전에 안전관리를 해주고 안전을 담보해준 안전전문기관 또한 반드시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외부 안전전 문기관이 경영자에게 제대로 안전 자문을 하고 조언을 할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 처벌법에 이런 것이 보완됐으면 좋겠습니다.


권혁면:


제도적인 접근으로 성공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안전이 담보된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사야한다는 걸 산안법에 넣으면 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산 업안전보건연구원장 시절 독일 벤츠사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상당히 핫이슈였기 때문에 벤츠 안전담당이사를 만나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잘 못 알아 듣는 거예요. 그래서 법에 어떻게 되어 있냐부터 물었죠. 그랬더니 법률적 규제 조항은 없지만, 제품을 납품받을 때는 1차, 2 차, 3차 벤더가 됐든 자기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보건 기준에 맞춘 곳이 아니면 납품을 안 받는다는 겁니다. 법으로 규제를 하지 않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를 물었더 니, 그때 말한 게 언론의 역할이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언론이 원청인 벤츠를 비판 한다는 거죠. 그렇게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보다 오히려 단가를 높이더라도 우리 수 준에 맞는 안전보건 설비를 갖추지 않은 곳에선 납품을 안 받는 것으로 회사의 시스템을 바꿨다는 겁니다. 우리도 그런 방향이 상당히 중요한 동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기업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여전


박두용:


외주화나 원하청 문제는 굉장히 복잡다단한 경제구조 속에서 얽혀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고 정리 할 수 있겠네요. 다음 문제로 넘어가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 이 나오고 있습니다. 불만과 불안이 있다는 말도 많이 들리고요. 세 분께서 들으신 다양한 의견은 대표적으로 어떤 게 있나요?


권혁면:


그간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세미나에 여러 차례 갔었는데, 기업의 목소리는 주로 중 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의무사항을 구체화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예를 들면 적 정한 안전 조직을 갖춰라, 적정한 투자비를 투여해라, 적정한 공사기간을 두라는 식 으로 되어 있는데 ‘적정한’이 아니라 매출액의 몇 퍼센트 하는 식으로 구체화 해달라 는 거죠. 이게 가장 많은 기업의 주문이었습니다. 이걸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담당책임자의 이야기는 너무 다양한 산업과 기업이 있기 때문에 구체화 할 수 없고 사업장 자율로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준비하면 된다는 거였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이 중대재해 예방인데 법에서 요구하는 것만 맞추는 것은 결국은 법의 기본취 지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자세한 지침, 시행규칙이나 고시를 만들지 않 으려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맞는 방향인 것 같아요.


저는 현재 현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생각이 중견기업 이상과 중소기업으로 이원화 되는 것 같습니다. 큰 기업들은 제대로 안하면 CEO가 처벌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50인 미만은 법적 의무사항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원래 의 목표인 중대재해 예방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두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에서 대기업의 요구는 뭡니까? 사업주의 책임 을 구체화 해달라는 건가요?


박종식:


현장 인터뷰를 해보면 경영진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단지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이 유로 무조건 경영진을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는 거죠. 반면 노동계에서는 내셔널센 터의 산안본부나 노안실에서는 관심이 많은데, 기업 내 노조들의 관심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일선의 노조들은 경영진과 달리 특별히 더 요구하는 건 없어 보입니다. 대신 내셔널센터에서는 50인 미만 2년 적용유예, 5인 미만 적용제외를 하 지 말라는 요구가 크고, 그 밖에 근골격계 질환 같은 질병 사망도 중대법 적용대상 으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성규:


가장 큰 문제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일 거예요. 현재 법상으로는 사망사고가 일 어나면 안전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실제 조치를 실행했느냐를 보고 처벌 여부를 판 단한다는 건데, 이게 구체화 되지 않으면 결국 일선 감독관들이 판단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다른 감독행정에 비춰 볼 때 실제 현장에서는 감독관마다 생각과 판단이 달 라서 기준을 맞추기가 힘들어요. 규정이 분명하기 않으면 감독관의 판단의 폭이 넓 기 때문에 감독관의 재량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큽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법적용 을 유연하게 해준다고 하지만 법에서는 사망사고가 나오면 일단 처벌을 하는 것이 원칙이죠. 다만 처벌 면제 조건이 나와 있는데 이것이 불명확한 기준이니, 사례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7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는 불안함이 남아있겠죠.


또 하나의 문제는 사망의 경우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그 사망은 산재보험법상의 사망이라는 거죠. 우리가 이제까지 산재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섞어서 썼기 때문에, 산재보험에서 인정을 받으면 산재보험법의 사망재해라고 받아들였거든요. 그런데 산재보험법은 보상을 위한 것이므로 개념이 다르거든요. 과실이건 무과실이 건, 때로는 자연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는다하더라도 근로자 생활보장을 위해서 보상해주는 게 산재보험이거든요. 각각의 법이 의미하는 사망의 정의가 다른데 이걸 하나로 놨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망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으면 상당히 혼선이 오고 법적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두용:


경영계에서는 모호하고 포괄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고, 노동계에서는 50인 미만, 5인 미만 사업장이 유예됐거나 제외돼서 적용범위가 제한된다는 것과 뇌신경계 질환 과 과로사 등 일부 중대재해가 빠졌다는 불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에 대한 보 완이나 개선 방안은 강성규 교수께서 언급을 해주셨고요. 입법예고 이후 많은 세미 나나 토론회, 현장 반응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혹시 중대재해처벌에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권혁면:


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구체화하는 게 이 법의 도입 목표인 중대재해 예방에 반하 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추가 법안을 만들지 않는게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법안만 가지고 보면 기업들은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사업주를 보호할 것 인가의 방향으로 준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시행해 보고 필요하다면 보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식:


저도 일단은 최소 1년 정도는 시행을 한 번 해보고 나서 보완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계속 구체화를 요구하는데, 달리 해석하면 구 체화된 내용이나 지침들만 지키겠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래서 구체화 시키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구요. 한편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송 등으로 산재인정을 받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사회적 대화 28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됩니다. 예를 들어 산재 사망했는데 인정받을 때까지 수 년이 걸린다든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고려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두용:


전체적으로 지금 보완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네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이나 엄벌이 목적이 아니라 사업자의, 특히 경영자의 안전에 대한 노력, 산재 예방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려 는 목적이었다는 건 다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 서 안전한 일터를 위해서 예방의 노력을 자율적 으로 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보 는데, 산업안전에 경영자의 책임만 있는 게 아니 라 현장에서 작동돼야 합니다. 일부 경영자들은 체계를 만들고 예산을 투입해도 현장에서 실제 작업자가 지키지 않는 것까지 어떻게 다 책임지 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논란을 별개로 하더 라도 노사가 같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 맞습니다. 그런 면에서 노사, 노사정, 이해당사 자들이 참여해서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끊임 없이 해결해 나가는 사회적 대화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산업안전에 대한 노사정 대화, 사회적 대화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박종식:


경사노위 이전 노사정위원회 시절에도 2016년에 산안 분과위원회가 있었고, 2019~20년에도 위원회가 있었죠. 그런 점에서 사회적 대화 채널이 완전히 없었던 건 아닌데요. 한편으로는 다소 전문가 중심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노사와 공익 전문가들이 모여서 수준 높은 논의는 이뤄졌는데. 노사정위원회나 경사노위 산안위에서의 논의들이 사업장까지 확산되어 산업안전수준 향상으로까지 이어지는 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별 사업장 노사의 산업안전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권혁면:


노사정 대화가 부드럽게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동안 노사관계 신뢰성이나 원 하는 수준의 관계가 형성이 안 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노조는 약자의 입장에서 사측과 대립하는 경향성이 이어져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안전 문제도 복지나 근로 조건과 같은 맥락에서 투쟁적인 부분이 있었죠. 그래서 산업안전 확보에 대한 대타 협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강성규:


노사정 대화가 사회적 대화 수준에서 잘 됐다고 봅니다. 경사노위 산안위에서도 좋 은 결과를 얻었죠. 그런데 개별 사업장으로 가면 잘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경영 자들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한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식이 바뀌었으 면 좋겠습니다. 위험에 대해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서 개선하는 노력이 있 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노동계에서도 안전문제는 눈에 띄는 사업주 잘못이기 때문 에, 노사관계 문제가 원활하지 않을 때 안전문제를 노사관계로 끌고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사관계 문제와 산업안전 문제는 분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것 이야 말로 생명의 문제니까 노사관계가 좋거나 나쁘거나 상관없이 산업안전 문제로 만 보고 같이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노동조합도 산업안전 문제의 주체가 되어야


박두용:


전반적으로 상위 단계에서 전문가 중심의 노사정 대화는 이루어졌지만, 개별 사업장 단위 노사 대화는 부족하다는 평가였습니다. 또 산업안전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 기 위한 주제라기보다는,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아쉽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께서는 사회적 대화가 전반적으로 약한 것 같다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어쨌든 산업안전에서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는 거죠?


권혁면:


영국의 HSE Lab에서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정책을 진행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관련 이해 당사자, 정부, 기업, 사업주, 근로자 모두 똑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나아가 중대재해 예방에 있어서 사회적 대화 30 노사정이 똑같은 마음으로 함께하지 않으면 중처법의 기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정되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조직도 만들고 있는 있습니다. 더불어 노동조합의 역할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들이 보호해야할 대상이 고객인 조합원이거든요. 그간 중 대재해처벌법 제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큰 역할을 했고 제도적으로 큰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산업안전 현장에서의 주체는 노동조합이 돼야 한 다는 겁니다. 제도적인 부분은 이렇게 이끌어 냈으니, 이제는 노동조합이 결국 고객 인 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건 요구만 할 게 아 니라 산업안전에 관한 원인, 전문성까지 커버하면서 노동조합이 주체가 되고, 그런 바탕 아래서 경영진과 일체화해서 사고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합니다. 그런 면에서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는 정말 중요합니다.


박종식:


상층 수준 사회적 대화는 어느 정도 잘 되는 것 같은데, 사업장 차원에서 노사가 안 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은 ‘담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노조도 성과 급, 임금 인상, 기업복지 등 경제적 이익, 보상을 중시하면서 안전을 경시했던 것 같 고요. 경영진도 생산에 중심을 두면서 안전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습니다. 즉, 노 사 모두 경제적 이익과 성과에 중점을 두면서 산업안전보건 수준 향상과 관련된 의 제를 외면해 왔구요. 이런 점에서 안전하지 못한 사업장, 여전히 한 해 9백여명이 사 고로 사망하는 한국의 중대재해 실태는 사업장 단위 노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 이 듭니다. 어찌 보면 개별 사업장의 노사관계는 지금까지는 산업안전 저해 요인이었 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안전을 방기하는 노사관계는 앞으로 바꾸어 나가야할 필요 가 있죠. 더 보완할 점이 있겠지만 전문가들이 주도해서 만든 좋은 제도들이 실제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장 노사관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실제 제도의 실행의 당사자는 사업장 노사거든요. 이제는 산업안전에 대한 담합적 노사관계를 벗어나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담합의 특징은 리스크의 외부전가입니다.


박두용:


박종식 박사님이 굉장히 현실적인 상황을 말씀하시다 보니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 을 것 같아서 보완 말씀을 드립니다. 다른 노사관계는 단협을 맺을 때 대부분의 경 우 임금, 복지, 휴가에서 파이를 나눈다고 할까요. 그런 측면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단협을 맺고 나면 종료되는 것이죠. 그런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같은 걸 따로 두고 접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박 교수님 말씀처럼 산업안전보건 관련 노사의 대화는 합의한 순간 각자의 책임을 이행해야하기 때문에 이행책임 따르는 것이죠. 단협이 끝 이라고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하고 나면 그때부터 시작인 문제가 있어서 산재를 줄이는 게 전제되지 않으면 노사가 이 문제를 대화했다고 하더라도 개별사업장 에서 좋은 쪽으로 결론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보입니다. 박종식 박사님께서는 그런 우려를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질문을 좀 바꿔서 드려보려고 합니다. 사회적 대화가 그동안 부족했다는 면도 있고 문제점도 지적하셨는데, 조금 좁혀서 지금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대한 얘기를 해보죠. 우선 이렇게 질문하고 싶어요. 경사노위 차원에서 산업안전에 관한 사 회적 대화가 잘 될 것 같은 요인과 극복해야할 요인은 뭐가 있을까요?


강성규:


잘 될 것 같은 요인은 사회적인 분위기인 것 같아요. 어쨌거나 산재사망사고를 줄이 자는 것은 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굉장한 사회적 압력이 되었고, 이것 이 사회적 대화를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데 중요한 긍정적 요소라고 생각 합니다.


권혁면: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이 구체화 되면서 사업주는 본인들의 안위에 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큽니다. 한편, 노조는 도입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서 사업주를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히 투쟁 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제는 그런 모습으로만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노동조합 자체도 산업재해를 줄이는데 있어서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부는 당연히 이 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노사 간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분위기를 가 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식:


경총의 적극적인 관심, 사용자의 적극적인 안전에 관심은 앞으로 사회적 대화를 성 공적으로 이끄는 요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만큼 경총이나 개별기업 단위에서 안전 문제에 요즘만큼 적극적 관심을 가지는 때가 없었으니까요.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상시화 필요


박두용:


대화할 수 있는 여건, 해야만 하는 여건을 꼽으신 것 같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 법으로 출구전략이라고 할까요, 또는 발전전략이라고 할까요. 대화를 통해서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거기에 정부까지 성공적으로 연착륙 시키고 실행해야 하는 시대적인 상황을 사회적 대화를 해야만 하는 좋은 여건으로 짚어주셨습니다. 그러면 사회적 대화가 잘 안될 것 같은 요인, 걸림돌이 될 요인은 뭐가 있을까요?


권혁면:


우선은 현 분위기에서는 적어도 6개월, 1년은 큰 저해요소 없이 갈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런데 내년 연말이 됐는데 우리가 생각한 만큼 중대재해의 획기적인 감소세가 안 나왔을 때는 다시 경영계와 노동계가 서로 간에 책임 소재를 따지는 문제가 시작 될 것으로 생각하고요. 노동계는 처벌을 강화하자고 할 수 있겠고, 경영계는 그걸로 되는 게 아니라는 상황으로 갈 수 있을 텐데. 당장은 저해요소가 없다고 봅니다.


강성규:


경영자 측하고 노동자 측 양측이 있는데요. 현재는 대부분의 산재사고에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어요. 사망사고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경영계에서는 끊임없이 그것을 노동자 책임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어요. 안전수칙을 안 지켰다라는 식의 표현을 할 가능성이 많다는 거죠. 노동계는 선택적 정의가 발동 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는 거죠. 사고의 원인관계를 정확히 밝히고 경영자에 책임 이 있다면 모든 사업장에 보편타당하게 적용돼야지, 특정한 사업장에서만 경영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순간 선택적 정의가 발현되어 처벌에 대한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습니다.


박종식: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기간이 1년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국 로벤스 보고서 수준으로까지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인데요. 그런데 1년을 채우기 전에 굳이 사회적 대화를 안 해도 될 요인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 니다. 잘 안 될 것 같은 요인을 질문하셨는데, 일단 위원회의 대화 의지가 꺾일 수 있는 요인으로는 2022년도에 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법 개정 등의 외부요인이 있 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현행 법규정의 완화이든 강화이든 개정이 이루어 지면 문제가 되겠죠. 정치적인 요인들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두용:


지금 예상하신 것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이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경영계와 노 동계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논란이 될 것 같다는 우려를 해주셨습니다. 경영 계에서는 책임이 불명확한 점, 노동자 부주의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간의 다툼에 대 한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노동계에서 선택적 정의를 들고 나올 때 경영 계 측에서의 반발도 생길 수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이와 함께 사회적 대화가 끊기는 외부적인 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 아닐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를 정리해 봤으면 합니다. 현재 위원회에서 4개 의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첫째 중소기업의 지원 확대 방안, 두 번째는 산업안전보건법 행정체계 효율성 제고, 세 번째는 사망재해 원인조사 강 화방안, 네 번째는 산업안전보건법 활동지원 방안입니다. 대개 단기적인 과제들이 의제로 잡혀있습니다. 이것에 추가해서 산업안전 노사정 이해당사자들이 진짜 합의 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권혁면:


1년 시행해 봤더니 중대재해가 생각보다 많이 안 줄더라, 이건 누구 잘못이다 하는 식의 여러 가지 반향이 있을 것 같아요. 일본의 노동안전위생법이 우리의 산업안전 보건법과 같은 것인데, 그게 1972년에 도입됐거든요. 우리 산안법이 1981년 도입됐 으니까 9년 정도 차이가 납니다. 그러면 일본은 왜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사업주 처 벌 내용 없이도 이렇게 낮은 재해율로 가고 있는가를 봐야겠죠. 일본의 구체적인 과 정 등에 대해 잘 밝혀보면 그 속에서 우리가 논의해야 할 내용들을 찾을 수 있을 겁 니다. 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가 확 줄어들면 제일 좋겠지만 분명히 쉽지는 않을 겁니 다. 일본 사례에 대한 구체적 조사 등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리고 싶어요.


박종식:


저는 사업장의 주체들이 직접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 회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이 낮았던 원인 중에는 전문적인 안전보건관리자가 부족했 던 문제도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서 안전보건관리자들이 대거 대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전관리자 선임의무가 있는 중규모 기업에서도 관리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안전관리자 대기업 쏠림현상은 대중소기업간 안전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향후 안전관리자들을 양성과제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사업장에서 안전관리자를 채용하고 싶은데 채용 하지 못하는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강성규:


산업안전보건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법체계에 맞는 방식으로 규제가 이뤄져야 하는 데 현재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권혁면:


산업안전 문제를 산업안전 전문가들에 의존해서만 풀려는 시도를 떠나서 민간 부분의 참여방안 도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언론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언론의 역할 즉 이제는 SNS가 발달해 있으니,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사고 나면 바로 소문이 퍼져서 사람 구하는 게 어려워지더라, 그래서 기업 에 큰 영향을 주더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식:


저는 안전보건위원회 활동 기한이 1년이 아니라 상시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 다. 산업구조,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서 새롭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산업안전 의제와 과제들을 계속 발굴, 협의를 통해서 노사정 간 합의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이행점 검을 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산업안전위원회를 상시화하는 것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사회 차원에서 산업안전위원회 상시 화가 이루어진다면 또 한편으로는 행정의 손길에서 벗어나 방치된 채로 있는 중소기 업들까지도 아우르기 위한 지역단위, 또는 업종단위 안전보건 네트워크들을 활성화 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 역할을 중앙차원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고요. 석유화학기업들은 울산, 여수, 대산 등에서 네트워크가 잘 돼 있어요. 건설업도 그렇구요. 다른 산업에서도 지역 차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중 소기업들에게 안전교육 정보, 사고사례 공유 등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키면서 산업안전 역량을 키워나갔으면 합니다.


박두용:


오늘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의견을 주셨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동안 방치해 왔 던 산안 문제가 갑자기 쓰나미가 몰려오듯이 숙제를 주는 것 같습니다. 산업안전보 건 문제는 기발한 방법이나 요술방망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지속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해결책을 강구해나가고 시행착오를 최소화시켜가야 하는 문 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미뤄둘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국민의 생명,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는 그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고 특히 취 약계층이 산재 피해를 많이 받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경사노위 같은 곳에서 실질적이고 효과가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해주신 내용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모든 분들, 그리고 사회적 대화에 관심을 가지는 모든 분들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또 앞으로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도 이 내용을 참고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대담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장시간 동안 수고해주신 토론 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