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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체 위원장에게 듣는 사회적 대화 | [인터뷰] 전영우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 위원장

  • 조회수
    225
  • 등록일
    2022-05-01

| 회의체 위원장에게 듣는 사회적 대화 |
[인터뷰] 전영우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 위원장

“사회적 대화는 어느 한 주체가 끌고 갈 수 없다”



너무 많은 어선원 사망사고, 해결 위해 중지 모은 노사정

뜻은 같으나 길은 달랐던 노사정 …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 성공

손광모 <참여와혁신> 기자


한 해 150여 명. 너무 많은 목숨이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배를 타는 선원. 그 중에도 작은 어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었다. 경사노위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는 어선원의 사망사고를 줄이고, 노동조건

을 개선하기 위해 2020년 11월 구성됐다. 그리고 지난 2021년 11월 노사정은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전영우 한국해양대학교 항해융합학부 교수는 실제로 선원 출신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 상선에서 4년을 근무했다. “원래 전공은 해상보험법이지만, 선원 문제를 더 많이 연구했다”고 말하는 전영우 교수는 오랫동안 ILO에서 선원의 노동조건과 관련한 국제협약을 제정하는데 참여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선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대화의 ‘고수’이기도 하다. 전영우 교수에게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2020년 11월부터 1년간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기를 마쳤다.


소감을 먼저 묻고 싶다

어선원의 안전 문제는 경향신문에서 보도한 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됐다. 그 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가 열렸다. 사실 국제적으로 발효하고 있는 어선원노동협약을 지금부터 비준을 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으로 연구도 한 적 있다. 그런데 연구로는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점을 이번에 실감했다. 1년 동안 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방치됐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보람 있었다.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 논의를 총평한다면?

고기 잡는 일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어선원 사망 사고가 일어나도 다른 사람에게 특별히 해를 끼친 게 없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낮다. 상선에서 사고가 나면 화주 혹은 승객에 영향을 미치기에 사회적으로 관심이 커진다. 사회적으로 어선원 사망사고가 방치된 배경이기도 하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사회가 어선원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를 모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뜻깊었다. 다만 문제해결의 발판을 마련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합의 주체들이 힘을 모아 입법이라든지 세부적인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어선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사정이 뜻을 모았다는 것인데, 합의에 이르기까지 주요 쟁점은 무엇이었나? 가장 큰 문제의식은 어선원 사망사고가 너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논의 당시만 해도 1년에 142명, 3일에 1명씩 사망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있어서 노사정 각각의 의견이 달랐다. 해결을 위한 우선순위가 달랐던 것이다. 노동조합은 먼저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안전도 확보된다는 입장이었다. 많은 경우 어선원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가 피로 문제다. 고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나는 거다. 근로시간, 휴식시간 등을 해결해야 안전보건 문제의 상당수를 해결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헌법상에도 직접 명시돼 있지 않지만 안전권을 보장한다. 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먼저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타당하다.


반면 사용자는 현재 고기 잡으러 나갈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수산업이 오랫동안 사
람이 떠나는 산업이었다. 힘든 일이기도 하고, 정부가 어자원관리를 위해 어선 감축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기도 했다. 어선의 미래가 있어야 되는데, 어촌에 가보면 나이 든 사람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국인 선원을 들여와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안전보건 문제에 공감은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외국인 선원을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한편 정부는 해양수산부로의 업무 일원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20톤 이상 어선은 해양수산부, 20톤 미만은 고용노동부가 관장한다. 고용노동부는 바다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20톤 미만 어선까지 감독을 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행정의 사각지대가 생긴 거다. 그래서 정부는 해양수산부로 업무를 일원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논의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6개월 만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 1년이 꼬박 걸렸다.


문제에 대한 공감은 있었지만, 노사정의 입장이 완전히 달랐는데 어떻게 접점을 찾았는지? 단계별로 합의를 이뤘다. 당초 정부는 안전보건과 근로조건 문제 두 가지 모두를 합의하려고 했다. 그런데 근로조건 문제를 다루기에는 노사 모두의 반대가 극심했다. 해양수산부가 어선원까지 보호하려면 선원법으로 규율해야 한다. 현재 선원법이 근로조건과 노동환경 그리고 안전보건을 잘 규율하고 있다. 선원법 시행규칙 상 20톤 미만 어선원을 포함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은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했다. 노동조합이 작은 어선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에 무리가 있을 거라고 보기도 했다. 반면 육상에서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예외 폐지에 반대하는 것처럼, 사용자들은 선원법으로 옮길 시 노동조건이 급격히 상향 조정되니 따라가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현재도 어업이 힘든데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논의 이후 노사정 모두 안전보건과 노동조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가 어렵겠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 노동조건 문제는 후순위로 미루자는 합의가 초기에 이뤄졌다. 그러나 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한 후 후속 과제로서 노동환경 개선도 반드시 논의하자는 공감대를 이뤘다. 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합의과정에서도 조율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국제 규범의 측면에서 대형선박 선주와 소형선박 선주에게 안전보건 제도를 똑같이 지우게 하지는 않는다. 국제 규범인 어선원노동협약에 따르면, 선박의 크기, 조업 기간 등을 근거로 해서 대형선박과 소형선박을 나누고 대형선박에는 선내 안전위원회, 보건위원회, 위험성 평가 등 안전보건 의무사항을 폭넓게 요구하는 반면, 소형선박에는 적용을 완화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노동조합은 안전보건 규정도 대형·소형 관계없이 똑같이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고기는 있을 때 잡아야 되고 없을 때는 아무리 해도 안 잡힌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사용자는 안전보건 규정을 지키면서 어업을 운영하기에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더불어서 안전보건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사용자가 입장을 선회하게 된 건 중대재해처벌법이었다. 산업안전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크다보니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모아졌다. 사회적 합의문에 재정 지원

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못했지만 회의자료에 해당 내용이 들어가 있다. 안전보건 시스템은 국제 기준을 충실히 따라가면 된다. 재정 지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법 과제가 남아 있다. 논의 과정에서 노후 선박의 안전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안다. 노동조합이 지적한 노후 선박의 안전 문제는 최근 만들어진 배들이 옛날 배보다 훨씬 성능이나 안전보건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어선 양망기 사고의 발생 원인이 배의 구조적 결함에 있거나, 아니면 비상정지 장치 정도만 만들면 되는 수준이 있다. 그런데 구조적 결함은 옛날 배에서는 해결을 할 수가 없다. 새 배를 만들면 안전시설 설비 측면에서 개선될 여지가 큰 것이다.


다만 선령제한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극소수다. 국제사회가 선령제한 제도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유는 바로 선박검사제도 때문이다. 법에서 규정하는 선박의 수준이 있다. 건조할 때는 그 수준을 충족하지만 일정정도 선령이 경과하면 당연히 수준이 떨어진다. 검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의 수준을 높이라고 한다. 100년 넘은 배들도 돌아다니기도 한다. 대신 검사를 통해 정비를 확실히 한다. 검사를 제대로 하면 선령제한을 둘 필요가 없는 거다. 합의 사항 중에 휴어기 생계보장을 위한 생활안정지원금 지급 제도 신설이 눈에 띤다. 어업은 휴어기가 있다. 근로기준법상 휴업의 개념과는 다르다. 휴어는 정부의 어자원관리 차원에서 이뤄진다. 휴어기 생활안정지원금이 이번에 특별히 나온 의제는 아니다. 현재 정부는 휴어기 동안 선주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 중인데, 여기서 노동조합이 문제제기를 했다. 선주에게 지원금을 줘도 선원들에게까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어선에는 고용보험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어선원이 많다. 휴어기 생활안정지원금을 받게 되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도 있다. 사실 휴어기가 그리 길지는 않다. 몇 달 동안의 생계를 안정시킬 수 있게 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ILO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한 것으로 안다. 어선원고용노동개선위원회를 이끌면서 견지


한 사회적 대화의 원칙이 있나?

ILO 회의에 참석하면서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많이 인식을 하게 됐다. 요컨대 어느 주체가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렵지 않은 문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한순배 두순배 돌아가면 타협점이 나온다. 하지만 첨예한 문제는 ‘이거를 못 얻으면 다른 거 다 버릴 거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면 대화가 잘 돌아갈 수가 없다. 그 때 중요한 게 공익위원,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이 표명될 필요가 있다.

위원장으로서는 조기에 어느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객관적으로 회의를 이끌어가야 되고 상대의 주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는 게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크리티컬한 문제에서도 다른 대안이 나올 수가 있다. 그리고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당사자 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 그들만의 별도의 기회를 주어서 합의해 오라고 할 필요가 있다. ILO 회의를 2001년부터 20년 하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쌓았다. 원만한 타협의 기회가 생겼을 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어려웠던 쟁점이 하나하나 해결되지 않나 싶다. 오랫동안 선원 문제를 연구한 전문가로서 안전보건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어촌의 고령화, 인구 감소 등에도 우려가 많을 것 같다. 수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이 부족하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자원 정책은 수립돼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수산업 인력 정책이 미비하다. 현재 해양수산부 산하 수산정책실은 산업정책실이다. 해운물류국에서 선원 정책을 담당하고 있지만, 수산업과는 체계가 다르다. 수산업과 관련한 인력정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지금도 어촌이 쪼그라들고 있다. 인력은 한 번 떠나버리면 복구시키기 굉장히 어렵다. 적정한 수준이 유지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외국인 노동자에만 너무 의지해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불어 연안어업, 소형 어선의 경우는 선박을 자동화시키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자동화에 한계가 있으니 더욱더 사람이 중요하다. 사실 수산계 교육기관은 많다. 고등학교는 8개, 대학도 6개나 있다. 그런데 졸업한 학생들이 대부분 상선으로 가버린다. 어선 쪽에서도 대부분 원양으로 나가버린다. 상선은 사업이 확장하면서 배도 늘어나고, 노동환경도 괜찮으니까 사람이 몰린다. 반면 수산업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떤 분야에 사람이 진출하려면 그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특히 수산업처럼 산업이 축소하고 있을 때는 청사진이 정말 중요하다. 국가가 미래의 어업인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이미지를 그려줘야 한다. 소규모의 어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어선을 몇 척 정도 가지고 운영해야 할지, 휴어기에는 뭘 해야 하는지, 이런 경로를 자꾸 그려줘서 여기 들어오면 내 미래가 보장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된다. 수산업 중에서도 특히 연안어업은 그러한 이미지가 굉장히 부족하다. 자원정책과 산업정책 그리고 인력정책은 상호 연결돼 있다. 어자원이 풍부하면 좀 덜 일해도 된다. 수확량이 많아질 거 아닌가? 현재 무리해 고기를 잡지 않아도 나중에 잡을 수 있는 상황과 지금 못 잡으면 1년은 잡기 어려운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어촌도 잘 먹고 잘 살게 되면 안전보건 문제도 절로 해결될 수 있는 지점이 많다고 본다. 수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