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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대화 논단 | 가사서비스 공식화 <보통의 직업>, <보통의 서비스>를 향한 첫걸음

  • 조회수
    329
  • 등록일
    2022-05-01

| 사회적 대화 논단 | 가사서비스 공식화 “보통의 직업”, “보통의 서비스”를 향한 첫걸음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인정받지 못한 직업의 잔혹한 역사

조금 오래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말죽거리 잔혹사>를 기억하시는지? 1970년대 고등학교 학생들의 잔혹한 이야기를 그린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무수히 많은 시비와 싸움이 등장했다. 그 수많은 시비와 싸움 중에서, 나에게 유독 잊히지 않는 장면은 ‘우식’과 ‘종훈’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싸움 잘하는 우식에게 선도부장 종훈이 시비를 걸었다. 종훈은 우식을 ‘식모 아들’이라고 놀렸다. 우식의 어머니 직업은 배우였는데,작품에서 주로 맡는 역할이 ‘식모’였다. 우식 스스로도 자신의 어머니가 ‘식모’ 배역을 맡는다는 것이 부끄러웠나 보다. 그래서 자신을 ‘식모 아들’이라고 부르는 종훈에게 “끝장을 보자!”면서 옥상으로 올라가서 한 판 싸움을 벌인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어머니가 주로 ‘식모’ 배역을 맡았다는 것이 친구에게 놀림감이 되고, 싸움을 벌일 정도로 화가 나는 일이었을까? 만약 우식의 어머니가 배우로서 식모가 아닌 경찰, 소방관, 교사, 의사, 간호사, 요리사 등의 역할을 맡아서 연기했다면, 종훈이 우식에게 ‘경찰 아들’ , ‘소방관 아들’, ‘요리사 아들’이라고 놀렸을까? 우식은 그게 기분이 나쁘다고 옥상에 올라가서 한 판 싸움을 벌였을까?

아마도 그 시절 ‘식모’는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식사 준비에서부터 빨래, 청소 등 한 집안의 살림살이를 맡아서 하는 ‘아랫사람’의 이미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식모라는 그 직업 자체뿐만 아니라, 식모 역할을 맡은 배우 역시 놀림과 비하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배우가 식모 배역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놀림감이 되던 시절, 실제로 식모 일을 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경험했던 비하와 모멸감이 대단히 크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고서야, 숨겨야 할 직업, 놀림받아야 할 직업이 세상에 따로 있을까?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내가 본 것은 ‘식모’라고 불리는 ‘인정받지 못한 직업’의 잔혹한 역사다. 우리 사회에서 식모, 가정부, 파출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온 가사서비스종사자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부잣집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수행하는 ‘특별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특별한 서비스를 수행하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 ‘가사사용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으로 인해 ‘법외자’로 존재해왔고, 보통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적 무시와 비하의 대상이 되어왔다.

2021년 5월 21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가사서비스종사자들이 4대보험, 유급휴가, 퇴직금 등 보통의 직업을 가진 다른 노동자들이 가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되었다. 「가사근로자법」 제정은 가사서비스노동자의 권익보장을 기본으로 저출생·고령화 등 변화하는 가족 구조와 사회 환경 속에서 종사자에게는 안정된 노동조건을, 이용자에게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글에서는 가사서비스의 특징을 살펴보고, 가사서비스 공식화 이후의 과제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가사서비스산업 현황

전통적 의미의 가사서비스는 가사서비스종사자가 고객의 가정 내에 입주하여 숙식하면서 살림살이를 맡아서 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이른바, 영·유아 및 노인 등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돌봄과 청소, 요리, 세탁 등의 돌봄까지 모두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른바 ‘입주형’ 종합 가사서비스 형태는 거의 사라지고, 출·퇴근 노동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사서비스에서 일이 수행되는 과정은 ‘중개’를 키워드로 한다. 여기서의 ‘중개’는 가사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과 가사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종사자 사이를 유·무료 직업소개소 등이 ‘연결’해주는 것을 말한다. 중개 방식은 가사서비스종사자가 유료직업소개소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정기 회비를 내고 일자리를 소개받고, 고객에게도 회비를 명목으로 소개비를 받고 가사서비스종사자를 소개해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중개 방식에서, 중개 기관과 가사서비스종사자는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용자-근로자 사이에서 규정되는 권리와 의무 등이 없었다. 비공식으로 이루어지는 가사서비스 중개 및 거래의 특성 상 가사서비스 시장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지역별 고용조사의 가사서비스 종사자 수와 임금을 통해 추산한 일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사서비스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3조 7천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가사서비스 종사자의 규모 역시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연구들에서는 가사서비스종사자의 규모를 적게는 12만 명에서 17만 명 가량으로 추산하며, 가사서비스 업계 자체적으로는 종사자의 규모를 20만에서 4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비공식적인 알선과 노동이 일반적인 상황 속에서, 이용자 현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 역
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 조사에 의하면, 과거에는 소득 수준 상 중산층 이상의 가구가 가사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였으나, 최근에는 30∼40대 육아기에 있는 맞벌이 가정뿐만 아니라, 1인 가구 등 이용 연령대 및 소득 수준 등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가사서비스 이용 고객에 대한 통계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A 플랫폼업체와 B 플랫폼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 면적을 기준으로 다양한 면적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사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주거 면적이 소득 수준을 반영한다고 가정해보면, 소규모 주거 면적 고객의 주문이 늘어나는 것을 통해 볼 때, 가사서비스 이용 고객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B 플랫폼업체의 자료를 보면, 서비스 시작 당시(2015년 4/4분기) 25평 이하 고객의 이용 비율은 전체의 8%에 불과하였으나, 2021년 상반기 25평 이하 고객의 이용 비율은 전체의 37%에 이를 정도다. 이는 가사서비스가 더 이상 중산층 이상의 계층만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대 변화와 가사서비스산업의 변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사서비스산업도 계속 변화해왔다. 가사서비스산업은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사람에 대한 직접 돌봄과 순수 가사서비스가 분리되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바우처 사업 등의 확대에 따라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돌봄은
대부분 공적 서비스로 전환되었다. 사람 돌봄 영역에서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보미 사업 및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돌봄사업 등이 확대됨에 따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은 대부분 공식화의 경로를 거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 민간 시장에 남아있는 수요는 순수 가사서비스가 대부분이고, 일부 간병 및 아이 돌봄 수요가 존재하고 있다.


가사서비스산업에서 최근의 변화 중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가사서비스 플랫폼의 등장이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가사서비스 구인·구직 중개 서비스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제공하는 형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가사서비스산업에서 플랫폼 방식을 통한 서비스가 확대된 것은 인터파크에서 분사한 홈스토리생활이 2015년 ‘대리주부’를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기반 가사서비스는 고객이 가사서비스 제공업체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를 신청하면, 고객의 집으로 종사자를 파견하는 서비스 형태이다. 가사서비스 중개업체는 가사서비스종사자에게 일을 중개하는 대가로 고객으로부터 건당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로 운영된다. 플랫폼을 통한 가사서비스 중개방식은 이용자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 이용시간(2시간/4시간/8시간 등), 이용자 집의 면적, 정기성/1회성 여부, 가족의 수, 반려동물 유무 등에 대한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기본청소/요리/정리정돈/베이비시터/가전청소 등 원하는 서비스 영역에 대한 옵션을 애플리케이션에서 입력하는 구조로 구성되어있다.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 및 서비스 영역에 대한 선택 옵션에 따라 가격이 제시되고 프로그램에서 그에 따른 서비스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플랫폼 가사서비스 중개업체 방식에서는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등록한다. 또한 가사서비스 수요자는 종사자가 등록한 경력과 특기, 자격증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종사자를 선택하도록 하는 회원등록제 형태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용료는 고객이 부담하고 가사노동자의 등록비는 면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운영중인 플랫폼 가사서비스 중개업체들에서는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을 ‘파트너’, ‘매니저’, ‘가사도우미’ 등 다양한 이름으로 칭한다. 플랫폼업체는 단순히 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업체의 고유한 사업 이미지 구축을 위해 각 업체들이 별도의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가사서비스종사자에 대한 사전 교육을 진행한다. 플랫폼 중개업체는 대부분 직업안정법상의 직업소개업 등록을 하고 운영되고 있다.


가사서비스종사자의 노동조건과 일자리의 질

일반적으로, 어떤 직업을 바라볼 때, 그 일을 하는 노동자의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good job)인지 나쁜 일자리(bad job)인지의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캘리버그(Arne L. Kalleberg)에 따르면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는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1) 좋은 일자리는 1)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급하며 근속 연수의 증가에 따라 더 높은 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며, 2) 건강보험과 은퇴 수당과 같은 적절한 부가 급여(fringe benefits)가 제공되며, 3) 작업 활동에 대한 노동자 스스로의 통제권을 가능케 하며, 4) 고용 조건과 일정에 대한 유연성이 제공되며, 5) 직업의 종료에 대한 통제권을 노동자가 보유하는 일자리이다. 반면, 나쁜 일자리(bad job)는 1) 낮은 임금을 받거나, 근속 년수가 증가함에도 임금이 증가하지 않는 일자리, 2) 건강보험이나 연금혜택 등과 같은 부가급여가 제공되지 않는 일자리, 3) 작업 활동에 대한 통제권을 노동자에게 허용하지 않는 일자리, 4) 노동 이외의 이슈와 관련된 유연성을 노동자에게 주지 않는 일자리, 5) 직업의 종료와 관련한 통제권을 노동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일자리이다. 이러한 구별에 따라, 가사서비스산업에서의 임금(소득)의 수준, 노동 시간, 사회보장 적용 등의 부가 급여, 노동과정의 통제권 등을 통해 가사노동자의 일자리의 질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계약 관계 측면이다. 2022년 「가사근로자법」 시행 이전을 기준으로 하면, 가사
서비스종사자는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제공기관(알선기관)과 이용자 사이의 이용약관 등을 통해 일하고 있다. 직업소개소를 이용한 중개 방식에서 근로계약은 거의 없으며, 플랫폼 방식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일부 직고용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이용약관 작성의 경우도 흔히 알려져 있는 플랫폼업체, 비영리기관 등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가사서비스 공급 방식은 가사서비스 종사자가 특정한 기간 동안 특정한 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보다는,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서비스의 장소와 기간이 결정되기 때문에 문서로 된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사서비스종사자는 근로계약 등을 통해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등의 사회보험 미가입자가 절대 다수이다.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에서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일자리 상실이나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질환이나 사고 등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특히,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감을 상실한 사례가 많이 발생하였으나, 고용보험에서 배제되어 있는 특성 상, 실업급여 등에서 소외되었으며, 무기록, 무등록 상태로 일해왔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긴급고용지원금 등 정부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서도 배제되어왔다.


둘째, 가사서비스종사자의 노동시간 상 특징은 가사서비스 제공이 (초)단시간 노동인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으나 여러 실태조사와 면접조사들에 따르면, 호출형 가사서비스종사자는 대개 1주 3∼4회, 반일제(4-5시간)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입주 가사서비스종사자의 경우 주 6일을 일하고 1일 휴무일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주 가사서비스종사자의 경우, 1일 노동시간은 12시간 정도인데, 비입주 가사서비스종사자의 경우, 평균 노동시간이 1주당 15-20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단순 평균치라는 점을 유의해야한다. 가사서비스의 일 수행은 고객의 요청과 중개 기관의 알선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종사자에게 일감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일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주당 평균노동시간의 종사자별 분포는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초)단시간 일하는 구조 속에서는 종사자가 일을 통해서 직업적 정체성을 갖기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


셋째, 가사서비스종사자의 소득은 어떨까? 종사자의 소득은 이용요금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2021년 기준 시장에서 형성된 이용요금은 서비스제공 시간 4시간 기준 5만 원 내외이다. 노동시간별로 종사자 당 월 평균 80∼120만 원 정도가 일반적인 소득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부 종사자의 경우, 이용자의 요청에 의해 추가적으로 노동하는 경우도 있으나, 추가 요금이 계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추가요금에 대한 요구를 할 경우, 고객과 일감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감의 많고 적음에 따라 노동시간이 달라지듯이, 일감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가사서비스종사자의 소득의 범위는 광범위하게 분포할 수 있다.


넷째, 가사서비스종사자의 건강과 안전 이슈는 어떠한가? 가사서비스는 업무의 수행 형
태로 볼 때 가장 큰 특징은 종사자가 고객의 가정을 방문하여 일을 수행하는 ‘가구방문노동자’라는 점이다. 가구방문노동자의 노동 특성 상 노동 장소가 고객의 가정이며, 주로 서비스 대상자와 대면하여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종사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의 양상은 일반적인 사업장에서의 쟁점과 다소 다른 점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방문노동을 수행하는 가사서비스종사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는 크게 1) 신체적 건강에 대한 위험 문제, 2) 정신적 건강 측면에서 직무 스트레스와 감정노동 문제, 3) 안전에 대한 위험 문제가 지적되어왔다. 신체적 건강에 대한 위험 문제로 지적되는 대표적인 문제는 근골격계 질환 문제이다. 장시간 서서 일하거나, 무릎을 쓰는 자세로 손동작, 팔동작을 반복 하는 직무 특성, 물건을 들거나, 제한된 시간 내에 일을 마쳐야 하는 특성 상 강화된 노동강도에서 부터 비롯되는 근골격계 질환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신적 건강 측면에서는 고객과의 대면이 중요한 노동과정인 상황 속에서, 고객의 무리한 요구 등을 거절하지 못하거나, 인격권을 침해받는 등의 감정노동 문제 역시 지적되고 있다. 안전 측면에서는 고객의 가정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면서 고객으로부터의 성희롱·성추행 등의 성폭력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업무 수행 시 독성 화학제품 노출로 인한 눈 가려움 및 따가움 등의 건강상의 문제, 업무 수행 시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사고 발생 위험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의 비공식 상황에서는 가사서비스종사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환 또는 사고임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업무 상 질환 또는 사고에 대해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가사서비스종사자들이 주로
경험하는 감정노동의 문제, 인격권 침해 문제에 대한 고충처리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왔다. 기존의 알선방식에서는 종사자가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거나 성희롱 등의 부당한 대우를 경험할 때, 중개기관에 고충을 호소하여 처리받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 공식적인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비공식 상황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 등이 적용되기 어렵고, 고객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곧 일감의 손실로 이어지기기 때문에 중개기관과 종사자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다라는 인식에서 종사자의 고충이 제대로 문제 제기되거나 처리되지 못해왔다. 정리하자면, 비공식 상황에서 가사서비스종사자의 일자리의 질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일자리의 질이 매우 낮은 이유는 이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등록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은 채로 일하는 ‘서류에 없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서류에 없는 사람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고, 법 밖의 사람들은 ‘유령’처럼 일해왔던 것이다.「가사근로자법」 추진 경과와 주요 내용 가사서비스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비공식 노동이다.

한국에서는 1953년 근로기준법
을 제정할 당시부터, 가사서비스종사자를 ‘가사사용인’이라는 명칭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으로 정하였으며, 관련된 노동관계법에서 가구 내 고용 활동에 대한 법 적용이 제외되어왔다. 노동관련 법 적용이 제외된 상황 속에서, 가사서비스종사자들은 노동권을 향유하지 못한 채로 일해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가사서비스종사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가사노동 관련 단체들에서 여러 차례 가사노동 관련 입법화가 시도되었다. 주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대 국회에서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가사서비스 관련 단체 YWCA,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여성노동자회 등과 함께 「가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가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김춘진 의원 등 10인, 13.5.20),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인영 의원 등 10인, ’16.2.4.)을 제출하였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20대 국회에서는 서형수 의원(’17.6.16.) 외 27인 (YWCA, 한국가사노동자협회)과 이정미 의원(’17.9.11.) 외 10인(한국여성노동자회) 2건과 정부안 1건(정부안 국회 제출(’17.12.28.)이 발의되었고, 입법 공청회(’18.3.30.)가 개최되었다.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서 공청회도 개최되었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에서는 20대 국회 당시의 정부안과 동일한 내용으로 재입법이 추진되었으며, 이수진 의원(’20.9.14), 강은미 의원(’20.9.17), 임이자 의원(’21.3.16) 등 3건의 의원안이 발의되었으며, 여야 합의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였고(’21.5.21), 2022년 6월 1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의 주요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구조로 변화된다. 이는 제공
기관이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상 사용자 책임, 서비스 관리,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 책임 등을 부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둘째, 가사서비스 이용자는 제공기관과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제공기관에 이용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변화된다. 기존의 알선 방식의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는 이용자가 종사자에게 직접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면, 「가사근로자법」 시행 이후에는 고객이 제공기관에 요금을 지불하고, 제공기관은 이용 요금을 바탕으로 가사근로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변화된다.


셋째,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제도가 도입된다. 「가사근로자법」 상 고용노동부장
관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법인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할 수 있으며, 시정명령 및 인증취소도 가능하다.


넷째, 가사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이용계약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자와 서비스의 종류· 서비스의 제공시간· 가사근로자의 휴게시간 등이 포함된 이용계약2)을 서면으로 체결해야 한다.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 및 건전한 가사서비스 시장 조성을 위하여 고용노동부는 ‘표준이용계약서’를 마련하여야 하며, 제공기관은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가사근로자에게 미리 이용계약 내용을 고지하고, 가사근2) 이용계약 사항: 가사서비스 종류·제공일·제공시간, 이용요금·지급방법, 가사근로자 휴게시간·안전에 관한 사항, 손해배상에 관한 사항 등 로자는 이용계약에 따라 가사서비스 제공하도록 한다. 만약, 이용자가 기존에 체결한 이용 계약에서 정한 사항 이외의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하려는 경우에는 기존 이용계약 이외의 추가 별도의 이용계약 체결이 필요하다.


다섯째, 「가사근로자법」에 의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된 가사근로자의 노동조
건이 보호된다. 제공기관 사업주와 가사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은 서면으로 체결해야 하며,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상 기본 근로조건(4대보험 포함)이 준수되어야 한다. 다만, 가사서비스의 근로 장소 및 형태의 특성을 고려하여 특례 규정이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가사근로자법」 상 최소근로시간은 주 15시간 이상이지만, 가사근로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거나,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주 15시간 미만의 근로시간이 가능하다. 휴게시간의 경우, 이용자의 가정에서 일을 한다는 특성 상,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휴게시간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으나, 이용계약 등을 통해 가사근로자의 휴게 시간 보호 의무가 존재한다.3)가사서비스 공식화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기대 가사서비스 공식화는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서는 가사서비스 관련 이해관계당사자들은 다양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가사서비스 공식화와 관련된 기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사서비스 관련 이해당사자들은 가사서비스 공식화는 저출생·고령화 시대의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현상 해소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기존의 가사서비스노동에 대한 인식은 주로 60대 이상의 여성이 수행하는 일자리라는 인식이었다면, 최근 시장의 경향은 30대부터 40대,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수행하는 일자리로 변화하고 있었다. 가사서비스 공식화를 통해 가사서비스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와 가사서비스 시장의 표준이 마련되면, 더 많은 신규 노동자가 이 시장에 3) 단, 이용자의 가정에 입주하여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주 가사근로자”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상 휴게시간 규정이 적용됨. 유입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었다. “(가사서비스 공식화가) 첫 번째는 가사노동자가 ‘직업적인 안정성이 필요하다’라는 당위적인 차원이고, 또 하나는 일자리가 지금 부족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형적으로 이 업종에 진입하는 분들이 주로 40대 이상 여성들이 진입이 되어있잖아요. 청년들이 단시간 만 원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종으로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프랑스, 벨기에에 가봤더니 실질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진입이 많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만하더라도 젊은 사람들이 이 직종에 많이 들어오거든요. 남성도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이 시장을... 그림자 노동에 가까울 정도로 치부되는 그런 상황을...바꿔야한다고 생각하고요... 가사서비스 공식화 관련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직업 안정성이고..., 두 번째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이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걸로...” (B 비영리기관) 또한 가사서비스가 확대되면, 기존에 가사와 육아 부담 등으로 일터를 떠나야했던 여성노동자들이 퇴직을 하지 않음으로써, 여성들의 일자리가 유지되고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서비스 받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경력단절 없이 당연히 가사노동을 누군가 대체하는 것과 관련해서,.. 여성이 경력단절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뭡니까? 육아와 가사 때문에. 백프로 이거는 두 개 합치면 거의 다예요. 그럼 육아와 가사를 누군가 대체해주어야 하는데 정부가 모든 부분을 풀(full)로 써서 이것을 해 줄 거냐? 그렇게 못하는 거거든요...

것을 대체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해주어야 되는 거에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마찬가지로 이러한 가사관련특별법을 만들면서 기업들을 또는 가사노동자들한테 이 부분들을 지원해주면서 시장이 잘 돌아가게 지원을 해주면... 가사와 육아 때문에 여성들이 경력단절되던 구조 속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사회적인 구조들이 마련되어 있다고하면... 그걸 선택하고 경력단절 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사회적으로도 큰 이익이 될 수 있죠...” (B 플랫폼업체)


둘째, 가사서비스 공식화는 현금 거래 방식을 지양하고, 신용카드 결제 등으로 비공식 경제의 공식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식화 이후 가사서비스 인증기관을 통해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신용카드 결제, 현금영수증 발급 등으로 투명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국가 입장에서는 세원 확보에 더 유리한 구조가 마련될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저인 의견이다. 현재의 비공식 구조에서는 플랫폼 업체를 통한 가사서비스의 경우에만 이용요금에 대한 신용카드 결제 등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나머지 유·무료 직업소개 방식에서는 이용자-노동자 간 현금 거래가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가사서비스 공식화 인증기관이 확산될 경우, 신용카드 결제, 현금영수증 발급 등을 통한 이용 요금 지불 방식의 확대는 국가의 세수 확보뿐만 아니라, 가사서비스 이용요금의 표준화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현금 거래이기 때문에 소비가가 연말정산이라든가 이런 것을 봤을 때 현금은 따박따박 나갔는데 돈을 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지금은 저희가 해드릴 수 없거든요. 저희는 안 해드려요. 그런데 만약 인증받은 제공기관이라서 카드라든지, 현금영수증이 발행되면 상대적으로 그런 것들이 증명되니까... 소비자로서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B 비영리기관)


셋째, 가사서비스 공식화는 가사서비스노동자의 직업적 안정성 및 사회적 인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지금 당장에 있는 관리사님들이 (가사서비스 공식화로 인한) 혜택을 당장 받기보다는... 가사노동 자체가 앞으로 더 인정 받을 것이고... 서비스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지금보다 후배들... 그러니까, 공식화 이후 이 일자리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그 분들 같은 경우는 4대 보험에 익숙해서 들어오시는 거잖아요. 내가 직업으로 인정되어 들어오게 되면 서비스 요금 자체에 보험 그런 것들이 다 포함되는 것으로 교육받고 들어올 거고... 그냥 보통 노동자들처럼...” (C 비영리기관)


넷째, 가사서비스 공식화는 관련 산업 활성화의 효과도 기대된다가사서비스 공식화를
통해 활성화 될 것으로 예측되는 대표적인 관련 분야는 보험업계이다. 기존의 기관들에서는 가사서비스종사자들의 업무 수행 중 발생하는 사고 등에 대비하여 배상책임보험 등을 가입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가사서비스 공식화를 통해 시장규모가 확대되면, 이러한 배상책임보험의 규모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미 일부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각종 암보험 등에서 보험가입자가 질병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 가사서비스를 최대 100일까지 제공하는 ‘가사도우미지원특약’을 신설하고 있다. 이처럼, 가사서비스 공식화는 가사도우미지원특약 등을 통해 보험업계와의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


다섯째, 가사서비스 공식화는 가사서비스의 보편서비스화 및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향
상시킬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한다. 기존의 가사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소득 수준 구별에 따른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주로 이용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마치 대저택에서 입주하여 일하는 가사도우미가 가사서비스노동자의 표준처럼 여겨져왔던 것이다. 그러나 비영리기관, 유료직업소개소, 플랫폼 업체 모두는 이러한 인식이 오늘날 변화하는 사회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었다. “가사도우미 특별법 관련해서 지원되는 것 중에... 고소득자 관련해서... ‘가사도우미를 쓸 정도의 고소득자를 지원한다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라고 해서 이제 그 부분은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라는 그 기사에서의 그 내용을 한번 본적이 있어 가지고요... 그런데 저희가 그것을 보고 느꼈던 것은... 저희 쪽 데이터를 봐서는 가사서비스가 그렇게 고소득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아니거든요...

저희 서비스 이용하시는 고객들은 보통 일주일에
한번 이주일에 한번 이렇게 하시니까 뭐 이십대분들도 많이 쓰시고요... 그러면 이제 혼자 사시는 분들, 뭐 혼자 서울 와서 부모님이랑 떨어져서 사는데 청소는 익숙치 않고 그런 분들이 저희 서비스 많이 쓰시거든요. 오히려 그런 분들은 진짜 지원이 필요하실 수 있는데, 너무 정말 옛날의 그 가정부, 파출부 이런 것만 생각을 하시는 게 아닌가 라는 조금 안타까움이 있었거든요...” (A 플랫폼업체) 오늘날 가사서비스 영역의 현실은 1970~80년대의 경우처럼, 입주 가사서비스의 경우는 거의 없고, 최근에는 1주 또는 2주에 한 번씩 가정을 방문하여 4-6시간 가량 청소, 세탁, 주방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이용 고객의 경우, 맞벌이 가구뿐만 아니라, 1인 가구 등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는 가사서비스가 오늘날 현대인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보편서비스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가사서비스 공식화는 서비스가 더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저희가 지금 평균적으로 고객이 월 서비스를 이용하는 횟수가 평균이 2회예요. 2주에 한번 쓰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게 일반적인 현대인... 그냥 바쁜 맞벌이나 아이 하나 정도 키우는 그런 집들, 아니면 1인 가구, 이런 집들이 2주에 한 번 정도 많이 쓰세요. 그런데 이런 분들은 사실은 매일 할 필요는 전혀 없고 당연히. 매주도 필요 없는 거죠 사실. 그만큼 가격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가사서비스가 완전히 보편화된 시장이 된 거죠 이게. 그래서 예전처럼 뭐 저택에서 하인 부리듯이 이렇게 쓰는 개념은 정말 아니고... 그냥 커피 마시듯이 그렇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기 일이 바쁘고 집을 돌볼 시간이 없으면 쓰는 서비스... 세탁소 옷 맡기듯이. 그렇게 쓰는 서비스인 것 같아요 지금은.” (A 플랫폼업체)

가사서비스 공식화 이후의 과제그동안 비공식 영역으로 존재하던 가사서비스 노동의 공식화 이후에는 이 시장을 둘러싼 패러다임이 전환될 필요성이 존재한다. 가사서비스노동의 공식화는 기본적으로 가사서비스종사자가 제공기관과의 근로계약을 통해 ‘노동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근로계약을 통해 ‘보통의 노동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사서비스를 둘러싼 일터의 사회적 관계 구조가 기존과는 다르게 변화될 것이다. 기존의 알선 방식 가사서비스 제공에서는 누가 사용자인지 누가 근로자인지에 대한 관계가 명확하게 설정될 수 없었다. 단순히 ‘일감의 소개’에 불과한 방식 속에서는 전통적 의미의 노사관계가 성립할 여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사서비스 공식화는 가사서비스 제공을 둘러싼 관계 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바, 우선 명확하게 등장하는 주체들은 ‘노동자’, ‘사용자’,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기본 전제는 일터를 둘러싼 주체들 사이에서 “인정”과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노동자로 “인정”받는다는 것의 다른 측면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주체 역시 사용자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 속에서 가사서비스산업에서의 주체들 사이의 관계는 인정과 분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사서비스산업 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무엇이 공정한 분배인가? 노동자와 사용자는 어떻게 공정한 분배를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이후, 제공기관은 ‘사용자’로서 ‘노동자’를 고용하는 주체가 된다. 이는 곧 제공기관이 사용자로서 사용자 책임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며, 노사관계에서의 사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 역시 제공기관에 고용된 자로서, 피고용인(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를 지게 된다. 이처럼 보통의 ‘사용자와 노동자 관계’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가사서비스산업 노사관계에서는 노-사의 권리와 의무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측으로서의 제공기관은 인사관리와 노무관리의 의무를 지게 된다. 구체적으로 사용자는 노동자에 대한 인력배치, 관리 등의 새로운 역할이 주어지게 되며, 노동자는 피고용인으로서의 의무를 지게 된다. 기존 알선 방식에서는 일감을 소개하고 소개받는 느슨한 관계에서, 「가사근로자법」 시행 이후의 노동자-사용자 관계는 일감의 소개 차원을 넘어 업무 배정 및 제반 사항들을 사용자가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공식화를 통해 달라진 환경에서는 가사서비스산업에서의 시장 표준과 규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고민이 필요하다. 가사서비스 공식화 이후, 주체들은 이전과는 달리 노동조건이나 임금 등의 중요한 주제에 대해 상호 협의 또는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와 사용자로 법으로 ‘인정’ 받는 다는 것은 법으로 인정 받은 주체들이 ‘분배’를 결정하는 구조에 ‘참여’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표준과 규칙을 설정하는 과정에서는 이 영역의 이해관계당사자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일종의 사회적 대화 형태가 필요하다. ‘보통의 노사관계’에 돌입하게 되는 가사서비스 공식화 초기 노사 간의 노동조건을 둘러싼 규칙 설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향후 가사서비스시장의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이와 관련해서, 이해당사자 주체들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먼저, 가사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은 취약 노동자의 이해대변을 위한 기구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가사서비스노동자의 이해대변을 염두에 두면, 가사서비스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은 산별노조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가사서비스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기업별노조 형태로 조직될 경우, 기업 내 울타리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노정할 수 있다. 기업별노조 형태로 조직될 경우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제공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 등에서 배제될 수 있으며, 이는 전체 가사서비스노동자의 이해대변이라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가사서비스노동자들은 가칭 ‘전국가사서비스노동조합’을 조직하
고, 전국의 가사노동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하여 이해대변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전국가사서비스노동조합’은 전국 단위 직종별 노동조합으로써, 가사서비스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가사서비스 공식화 이후 제공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뿐만 아니라, 근로계약 형태가 아니라 여전히 알선 방식으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도 조직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알선 방식으로 일하는 가사서비스종사자들 역시 조직함으로써, 알선 방식의 단계적 지양과 기존의 알선 방식 기관들의 계약 형태를 고용 계약 방식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전국가사서비스노동조합의 산하 조직은 ‘기업별 지부’가 아닌 ‘지역 지부’ 형태로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와 제공기관, 고객 모두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형태는 지역지부 형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가사서비스노동조합의 지역지부는 지역에서의 다양한 노동조합들,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를 통해 지역 내 가사서비스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가사서비스노동조합이 조직화된다면, 전국가사서비스노동조합의 교섭의 방식은 산업별 초기업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전국가사서비스노동조합의교섭 상대방은 가사서비스제공기관들로 이루어진 사용자단체-가칭 ‘전국가사서비스제공기관협의회’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가사서비스제공기관 사용자단체는 사회적 경제조직 + 플랫폼업체 + 신규 법인 등으로 구성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전국가사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가사서비스제공기관협의회’에서는 초기업 형태의 단체교
섭을 통해 가사서비스노동시장의 임금 및 복리후생 등의 노동조건 표준을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노동조합과 사용자협의회는 단순히 노동조건 교섭의 상대방으로 기능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가사서비스 시장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하는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가사서비스 영역에서의 교섭에서 중요한 것은 노사의 교섭 등 시장의 규칙을 설정하고 개정하는 과정에 이용자 단체 등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가사서비스산업의 특성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이용료가 제공기관의 유일한 매출액이라는 점이다. 가사서비스산업의 노사 교섭은 전체의 이익을 분배하는 차원인데, 전체의 이익은 서비스이용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 교섭은 결국 서비스 이용료를 결정하는 과정이 우선된다. 만약, 가사서비스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위해 서비스 이용료가 인상된다면, 소비자들은 가사서비스 구매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고 이는 가사서비스 시장 전체의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가사서비스 이용요금을 얼마만큼 합리적으로 산정하느냐가 가사서비스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분배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여 가사서비스산업의 노사 교섭 등 시장의 규칙을 결정하는 과정은 단순히 노측과 사측의 교섭만이 아니라, 소비자단체를 참여시켜 적정한 이용료 금액과 적정한 분배의 차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새롭게 공식의 범위로 편입된 가사서비스산업 영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리·감독 등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노사 및 고객, 그리고 정부 등으로 구성된 가사서비스의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여 시장의 규칙을 결정하는 일종의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는 택시 산업의 선행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택시 업계에서는 노와 사, 지방정부 및 고객, 전문가 등의 이해관계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노·사·민·전·정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택시 이용요금을 결정하고 택시 이용약관을 제정 및 개정하는 과정을 수행한다. 택시와 가사서비스 모두 국가의 공공 대중교통이나 공적돌봄영역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각각의 업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공공 대중교통 및 공적돌봄에 준하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가사서비스산업의 시장 규칙의 설정은 택시산업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택시는 대중교통수단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공적 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지하철이나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시내버스 등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가사서비스의 경우, 아이돌봄이나 노인돌봄 등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돌봄서비스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가사서비스 이용자의 원활한 일·생활 균형을 돕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돌봄서비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중교통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 업계에서 ‘노·사·민·전·정 협의체’를 통해 시장의 규칙을 설정하는 사례를 참고하여,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기구를 통해 가사서비스의 시장 규칙을 설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가사서비스산업의 시장 표준과 규칙을 설정하는 과정 이외에도,가사서비스산업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의 고민도 중요하다. 가사서비스산업에서의 ‘분배’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시장에서 이윤이 창출되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이윤이 창출되어야 노사가 분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지속적인 서비스 수요와 서비스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가사서비스 영역은 공식화 이후 노사 상생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가사서비스 공식화 이후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지 못한다면, 노측과 사측 모두에게 공식화의 이점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수요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노사의 공동 고민과 노력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일감의 확보’ 문제이다. 가사서비스 영역의 특징 중 하나는 일감을 많이 확보하는 제공기관에 종사자들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사서비스 공식화를 통한 가사서비스노동자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서는 시장의 확대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이른바 ‘공적 일감’이 충분히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저출생 극복 및 고령화에 대응하는 각종 서비스들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할 때, 「가사근로자법」 상의 인증기관에게 해당 사업 참여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부모 가정 가사서비스 지원 사업’, ‘임산부 가사서비스 지원 사업’등의 저출생·고령화 대응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2022년 6월 16일 「가사근로자법」 시행 이후에 「가사근로자법」 상 인증기관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이러한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일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보통의 직업”, “보통의 서비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직업’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비공식 상황에서의 가사서비스종사자들은 단시간 호출 방식의 일감, 노동권의 배제 속에서 이 일에 지속적으로 종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사회적으로 이 일에 대한 낮은 인식 등은 가사서비스에 종사하는 것을 ‘직업’으로 여기지 못하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사서비스는 일부 부유층만 이용하는 “특별한 서비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는 가사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서비스’는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타인에게 대가를 지급하여 타인이 가진 시간과 기술, 장비 등을 이용하여 수요를 충족시키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소유한 차량의 유지·관리를 위해 자동차 정비사에게 내 차를 맡겨 그의 시간과 기술, 장비를 이용하여 내 차를 안전하고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은 자동차를 운행하는 사람들 누구나 이용하는 “보통의 서비스”다. 자동차 정비를 특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시간이 없거나, 재주가 없어서 세탁과 청소, 주방 정리 등의 가사노동을 하지 못한다면, 가사서비스종사자에게 내 집을 맡겨 그의 시간과 기술, 장비를 이용하여 집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보통의 서비스가 아닐까? 그리고 그런 보통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노동권을 누리며, 제도의 보호를 받으며, 사회적으로 노동의 대가와 의미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가사서비스 공식화는 “보통의 직업”을 가진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보통의 서비스”로 인식될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