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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Economic, Social & Labor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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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대화 특별대담 |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별 대담

  • 조회수
    423
  • 등록일
    2022-05-01

| 사회적 대화 특별대담 |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별 대담



■ 일시 2022년 2월 23일 오후 2시

■ 장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회의실2

■ 참석 권현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전병유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사회 배규식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 배석 이시욱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외협력실장

■ 정리 <참여와혁신> 박완순, 강한님 기자

■ 사진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배규식 :


노동시장 양극화와 관련해서는 분절이나 노동시장의 격차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 노동시장의 격차가 심각하고, 단순화하자면 양극화 돼 있다는 것이 오랜 기간 문제였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화되고 있다는 거죠. 코로나19는 물론이고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를 거치면서 잘못하면 이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노동시장 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해소해야 할지에 대해서 특별한 답이랄 게 별로 없거나, 답이 있더라도 해법이 엇갈립니다. 그래서 오늘 대담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전병유 :


노동시장 양극화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데, 지난 20여 년간 여러 가지 정책 아이디어가 제출됐고 실행도 많이 됐는데,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인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 전후로 상황도 많이 바뀌면서 새로운 현상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조율해야 하는지 많이 배우고 의견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권현지 현 정부에서 많은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전환기적 정책은 새 정부 하에서도 증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도전적 상황도 전개될 개연성이 높아질 겁니다. 그런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노동과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 이중화 혹은 양극화는 다시 짚고 갈 중요한 이슈라 생각하고, 오늘 선생님들과의 논의에서 많이 배우고 가겠습니다.


양재진 :


저는 노사관계나 노동시장 정책 전문가는 아니지만 복지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밀접한 분야이고, 그래서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양극화에 대응하는 여러 정책들이 있었습니다만, 다양한 양극화의 측면을 놓치고 있는 정책들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말씀드리고 선생님들 이야기도 들어보겠습니다.노동시장 격차를 어떻게 볼 것인가


배규식 :


노동시장의 5개 영역에 걸쳐 격차가 존재하고 있고, 이게 구조화돼 있고, 코로나로 심화됐으면 심화됐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더구나 여기다가 플랫폼경제나 플랫폼노동이 확대되면서 좀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기업규모별 격차, 고용형태별 격차, 성별 격차, 지역별 격차, 임금-비임금 격차까지 다섯 개 정도의 큰 부문별 격차가 있는데, 노동시장 격차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분류하는 게 맞는지, 우리가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권현지 :


양극화라는 게 도대체 누구와 누구의 격차인가라는 문제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미국처럼 숙련편향(skill-biased)적 기술 전개와 탈규제가 초래한 초고임금 엘리트 계급과 광범한 저임금 노동자 간 양극화되고 있는 노동시장격차를 말하는 건지, 안정된 제도 속에 상대적 고임금을 누리고 있는 기존의 중간계급 정규직 조직 노동자와 제도밖에 놓인 저임금 노동자와의 격차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사각지대 빈곤 노동자의 확산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인지, 이중화 혹은 양극화 논의의 쟁점이 불평등 레짐 성격과 관련해 정확히 정리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다소 거칠지만 전자가 미국식 자유주의 노동시장에서 전형화된 불평등을, 후자가 소위 인사이더-아웃사이더 분할 즉 섹터별로 조정된 이중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의미한다고 볼 때, 이렇게 서로 다른 불평등 양상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양극화 혹은 이중화를 논할 때 공통의 인식 기반이 있는지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예컨대 보수진영에서 제기하는 노동시장 격차는 주로 후자를 염두에 두고 있고, 정책적 방향도 유연적 탈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진행된 자유주의화 경향이 미국적 탈규제화 및 개인주의화와 같은 맥락에서 양극화를 초래, 심화했다고 보는 입장이라면, 정책개선의 주된 방향은 재규제 쪽에 기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간 양극화 혹은 이중화를 두고 서로 다른 인식이 혼재하고 그에 따라 정책논의도 다소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혼란의 기저에 한국의 노동시장 분절화가 실제 미국식의 양극화나 독일식의 이중화로 간단히 정리될 수 없는 혼종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작용했습니다.

그간 한국의 거시성장레짐이 미국처럼 탈규제적 시장에서 엘리트가 주도하는 급진적 혁신이나, 독일처럼 숙련기반에 대한 제도적 보호를 유지하는 섹터 간 전략적 조정과 점진적 혁신 어느 쪽으로 수렴되어 왔다 보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특히 후자와 같이 성장레짐에 연계된 숙련기반에 대한 사회적 동의도 전략적 투자도 부재했기 때문에 제조업의 일부 대기업부문 고임금과 이를 유지하려는 조직노동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시선이 가해진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현재 수적으로도 상당히 축소된, 그리고 고령화되고 있는 이들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만으로 격차가 축소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어요. 추격을 위한 혁신(관리)과 가격 경쟁력에 밑불이 되어온 화이트칼라, 엔지니어, 중소기업 및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들 사이에는 상대적 소외감 뿐 아니라 지속가능에 대한 불안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추격을 통한 성장이 끝난 전환의 시점에서 한국의 지속가능 거시 경제에 대한 밑그림과 이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ICT기반의 혁신과 성장이 강조되고 있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제가 보기에 균형점은 미국식의 탈규제화로 다소 기울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일부 리딩 대기업과 ICT산업 중심으로 탈규제 압력이 강해지고 있고, 강한 경쟁적 교육에 노출되었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존의 노동시장 규범을 벗어나는 성과 및 개인주의적 보상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고임금이 주도하는 격차가 강해질 조짐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격차 축소 정책은 성장 레짐이나 거시 경제와 정합성을 갖는 노동정책으로서 시도 되었다기보다는 너무 커진 저임금 노동자의 규모 축소와 보호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의 프레임 하에서 진행되긴 했지만, 한국에서 구축되어 온 성장 레짐과 숙련 레짐이 소득주도 성장 프레임의 문제인식과 부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런 정책은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중간 영역, 특히 탈규제화가 심화될 경우 더 급속히 탈숙련화 경향을 보일 수도 있는 중간 영역 노동자에 대한정책적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분절적으로 진행되는 생산시장, 그 생산시장을 반영하는 노동시장의 연계관계에 대해서 촘촘한 정책들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정부에서도 기재부, 산업부, 중소기업부, 고용노동부가 공조하는 노동시장 정책이 부족하고, 복지섹터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복지적 관점과 노동시장적 관점이 어떻게 공존해서 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산업구조 자체도 중간영역이 취약하고, 그 취약성을 뚫고 중간영역 노동자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인풋도 없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제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중간의 공동화 부분이에요. 소득 및 노동시장 통계를 보면 고소득자는 상당히 증가하고 있고 임금도 늘어나고 있는데, 상당히 개선되었던 저임금 부문이 다시 나빠지기 시작해 격차가 증가하고 있는 모습도 목격됩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시간제 노동은 불완전 노동의 문제가 이제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예컨대 청년의 17% 정도는 더 일하고 싶지만 지금 단시간 노동에 매어 있는 상황입니다. 상층부와 기층의 양극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계급의 기반을 튼튼하게 만듦으로써 지속가능 성장의 토대를 재구축할 수 있는 거시경제 및 노동시장 그리고 복지국가 연계 전략과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성별, 고용형태별, 기업규모별 격차가 교차적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책대응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한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통계로는 성별 임금격차가 조금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지만, 여전히 지난 30년간 성별 임금격차, 혹은 고용격차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용형태별로도 많은 정책 투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코로나 이후 계약직은 다시 증가하는 양상입니다. 성별과 고용형태, 기업형태별 교차적 양상의 격차는 풀기 어렵고, 하나의 명확한 고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중층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배규식 :


저임금 규모가 커지고 그것이 생산물시장의 격차와 연계돼 있고, 오히려 중간층이 공동화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양극화 내지는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측면을 지적하셨습니다. 또 다섯 개 영역이 교차적인 측면에서 겹치고 있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사업과 복지가 연계되는 정책 패키지를 그간 시도하지 못한 여러 측면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우리가 노동시장 격차나 이중구조, 양극화가 복잡하고 중첩적으로

전개되는 현실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해주셨습니다.


전병유 :


제가 본 통계에 따르면 2015년을 기점으로 지난 20년간 우리사회 격차의 핵심이었던 기업 규모별, 정규직-비정규직, 성별 임금격차가 코로나 전까지는 좀 완화되긴 했어요. 그 원인이 뭔가 궁금하기도 했는데요. 정부가 정책 노력도 했을 테고 산업구조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통계적으로는 약간 완화되지만 그 수준 자체는 굉장히 높아서 여전히 3대 부문별 격차 구조는 높은 수준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고요. 코로나 이후에 새로운 변화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가장 중요하게는 사실 노동시장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자영업자 문제가 있죠. 자영업자들과 임금노동자 사이의 격차는 계속 벌어졌거든요. 지난 20년간 계속 벌어졌는데. 코로나 이후로도 이 격차는 더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격차 이외에 특고, 플랫폼비즈니스 문제도 있고, 청년 문제도 있고, 여성 단시간 노동자 이슈도 있고 해서, 새로운 형태의 격차구조는 대단히 다양하고 여러 가지의 형태 소스에서 막 등장하는 것 같아요. 그게 코로나와 겹치면서 격차 구조가 대단히 복잡해지는 그런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고요.


사실 코로나로 사회가 위기 국면으로 가면서 철저하게 적자생존의 논리가 작동해서, 독점화 내지는 승자독식 구조가 강화되는 그런 추세를 우리가 위기 때마다 경험거든요. 코로나 위기 때도 여전히, 아까 엘리트라고 했는데, 상층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그런 메커니즘들이 작동했다고 보고요. 다만 단기적으로 볼 때 한국사회의 여러 가지 특수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조업 같은 경우는 코로나로 인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면서 그동안 위기로 드러날 뻔했던 전통산업 쪽에서의 위기, 그에 따른 40대 핵심 연령층의 해고문제 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이중구조가 아니라 3개 부문으로 나눠 분석해봤는데요. 상위 20%, 중위 30~40%, 하위 30%의 계층별 격차구조가 상층과 중층, 중층과 하층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단순히 이중구조가 아니라, 상층과 중층 사이엔 우리가 그간 많이 고민했던 기업규모별 격차나 고용형태별 격차가 작동하는 것 같고요. 하위 30%는 또 다른 메커니즘의 노동시장이거든요. 저임금 노동시장이라는 게 물론 대기업이나 플랫폼 비즈니스의 영향도 받지만 독자적인 작동 메커니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응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은데, 길게 보면 지난 20년간 중층과 상층 사이 격차도 문제지만, 하층의 어려움도 상당히 컸다고 봐요. 그에 대한 대책은 최저임금 정책 플러스 복지 정책으로 많이 대응해왔는데, 여전히 저임금 노동시장 부분이 최저임금만으로 감당하기엔 복잡해졌고 여러 가지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시장으로 남아 있는 것 같고요. 상층과 중층 사이 격차 문제는 또 다른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어요. 최근 5~6년 텀으로 보면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는 봐야 할 것 같아요.


배규식 :


그간 양극화에서 상하층 둘로 구분했다면, 상위 중위 하위로 구분했을 때 상위와 중위, 중위와 하위 문제 이런 걸 각각 어떻게 볼지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또 하위 쪽에서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낮은 이동성

양재진 :


먼저 저희들이 말하는 양극화라는 게 노동시장 내에서 양극화인지, 밖까지 포함한 전체인구의 양극화인지 구분해서 봐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노동시장 내에서겠죠. 노동시장 밖까지 가계 전체를 놓고 보면, 양극화는 사실은 완화되어가고 있어요.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보면 소득5분위 배율 격차나 지니계수가 좋아지고 있거든요. 물론 좋아진다고 해서 유럽수준은 아니고요.


단지 노동시장 내에서의 격차, 임금격차로 표현되는 양극화가 계속 조금씩 심화되고 있죠. 양극화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두 똑같아 질 순 없는 거잖아요, 다만 임금격차가 OECD 국가 내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상황이니까 안 좋다고 봐야죠. 그런데 그냥 통으로 안 좋다고 하기 보다는 세부적으로 좀 나눠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나쁜’ 양극화랑 ‘덜 나쁜’ 양극화로 나눠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 나쁜 양극화는 경제가 안 좋을 때 생기는 양극화입니다. 하층부가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떨어져서 벌어지는 양극화고요. 그나마 좀 괜찮은 양극화는 경제가 좋아서 하층도 실업 없이 노동시장에서 활동하여 소득이 증가하지만, 워낙 상층이 잘 벌어 생기는 양극화죠. 한마디로, 경제가 좋을 땐 그래도 덜 나쁜 양극화고, 경제가 안 좋을 땐 나쁜 양극화가 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이번 코로나 경제위기에서는 하층부분이 더 타격이 크지 않습니까, 그간 경제가 괜찮을 때보다는 코로나 이후에 나쁜 양극화 양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진단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이동성 측면이라고 봅니다. 양극화라든지 노동시장 내 차이는 불가피하죠. 그래도 이동성이 있다면, 즉, 능력에 따라 고용형태를 바꿀 수 있고 지위와 임금은 올릴 수 있는 이동성의 길이 크게 넓혀져 있다면 그나마 덜 나쁜 양극화, 괜찮은 양극화입니다. 그런데, 전병유 교수가 말했지만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국제 비교로 봐도 이동성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지금 코로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나쁜 양극화 플러스 이동성도 안 좋은 양극화가 중첩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코로나 위기 전에는 격차가 벌어지고 이동성이 여전히 나빴지만 그래도 위 아래가 함께 조금씩 커가는, 지금보단 조금 나았던 양극화 시대였다고 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전반적으로 양극화 자체를 줄이는 노력도 해야지만, 조금 괜찮은 양극화로 만들어 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경제성장을 통해서 중규직 수준이라도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저임금 노동자도 같이 커갈 수 있는, 그리고 이동성이 높아지는 양극화, 그래서 노력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조금씩이라도 사다리 타고 올라갈 수 있는길이 있는 양극화, 그렇게 만들어가는 정책적인 노력이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배규식 :


좋은 양극화와 나쁜 양극화라기 보다는 노동시장 격차가 굉장히 심한 경우하고, 덜 심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양재진 :


좋은 양극화가 아니라 덜 나쁜 양극화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격차라는 건 상층부와 하층부의 차이잖아요? 양극화라고 하더라도 하층부 소득이 올라가는데 상층부가 올라가는 속도만큼 안 돼서 생기는 양극화라면 이건 그나마 덜 나쁜 양극화라고 할 수 있겠죠. 경제가 안 좋을 때, 상층부는 타격을 덜 받고 하층이 뚝 떨어져서 생기는 양극화는 진짜 나쁜 양극화죠.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미친 영향


배규식 :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면 이런 노동시장의 격차나 양극화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이나 노동존중 사회를 해법으로 제시했죠.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ILO 핵심협약 비준 등이 중요한 수단으로 채택돼서 나름대로 정책이 시행됐는데, 이게 노동시장, 고용시장 양극화나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양재진 :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시장 내의 임금격차를 당연히 완화시킬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노동시간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고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 나가는 사람이 있겠지만, 노동시장 내에서만 보자면 당연히 임금상승 효과가 있을 겁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아까 말한 이동성의 장벽을 구조적으로 허문 건 아닙니다. 성으로 표현하면 성 밖에서 매달려 있던, 반 정도 손을 넣고 있던 사람만

이 성 안으로 선택받아 들어간 것이지요.


양극화 문제는 경제성장과 이동성 부분이 좀 더 열려야 풀리지 않을까 합니다. 경제성장도 어떤 경제성장이냐에 따라 다른데, 노동시장 측면에서 볼 때는 그래도 괜찮은 일자리가 생기는 경제성장이 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일자리 구조를 보면 가운데가 홀쭉한 호리병처럼 생겼죠. 위에는 세계적인 글로벌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는데 가운데는 홀쭉해요. 괜찮은 중견기업이 별로 없죠. 아래 바닥에는 많은 영세 사업장이 깔려있죠. 호리병 같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이 호리병 가운데에 있는 중견기업들이 좀 괜찮은 중견기업으로 커질 수 있는 경제정책, 산업정책이 시행되어 글로벌 대기업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괜찮은 일자리들이 많이 생겨야 할 것 같아요.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규제 완화, 원하청 관계 개선이 필요하죠. 그리고 중견기업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국가가 한계기업들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계기업들이 국가 지원으로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버티고 있기에, 능력 있는 중견기업들이 영토를 확장하며 뻗어나가기가 어렵다고 해요. 중견기업들이 커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경제성장이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동반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이동성(mobility) 제고죠. 이동성 제고를 위해서는 첫째 능력에 기반한 이동성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규직 노동시장 보상체계가 연공급제여서 본인의 직무능력보다는 첫 직장을 어떻게 잡고, 거기에 얼마나 오래 붙어 있느냐에 따라 보상수준이 결정됩니다. 이런 것이 완화될 필요가 있고, 능력에 따라서 보상이 맞춰지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즉, 연공성을 낮추고 직무급이나 성과급쪽으로 가야죠.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부터 임금 보상 체계를 직무급 쪽으로 바꾸자고 했는데 성공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또 직업교육훈련을 강화해야 합니다. 자기 직무능력을 키우고, 거기에 보상이 따라와야, 스스로 교육 받을 유인이 생기는데, 우리는 보상체계가 연공급성이 강해 훈련유인이 약합니다. 그래도 어쨌든 교육 많이 받고 기술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임금이 높은 건 사실 아닙니까? 국가가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능력 배양해서 직무능력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고, 이게 이동성에 영향을 주는 틀이 갖춰지길 바랍니다.


배규식 :


네, 경제성장이 명확하게 표현하면 포용적인 것이죠. 중견기업 쪽이 커가는 경제성장이 뒷받침 되어야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동성 제고를 위해서 임금체계나 교육훈련 강화 등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전병유 :


진짜 5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은데 여러 일이 많았죠. 양재진 교수가 큰 틀에서 말씀해주셨고, 저는 노동시장 안에 여러 정책들을 말씀드릴게요. 성과라고 하면 큰 정책들 중심으로 성과가 나오겠죠. 하나는 근대적인 노동규범을 어느 정도 완성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노동정책이나 노동제도에서 빈 부분들이 많았는데, ILO협약 등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는데 국내적으로 노동규범을 완성하려고 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고질적 문제였던 저임금 노동시장을 그나마 최저임금으로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저임금 노동 비중이 24~25%였던 것이 최근 18~19%까지 나오니까 통계적으로는 많이 줄었잖아요? 그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대단히 어려운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에서 실시했다는 점이 성과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근대적인 노동규범만으로 다루기 어려운 다양한 정책 이슈나 과제들이 있었는데, 그 부분까지 정책을 통해서 개선 성과가 나타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저임금도 임금 노동자 내에서 나름대로 불평등도 줄이고 효과가 있었지만, 많이 지적하듯이 우리가 그동안 관심 영역 안에 두지 못했던 자영업에 대한 파급효과까지 사회연대적 시각에서 함께 고려하는 시각은 부족했다고 봅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이게 사실은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 사이의 문제인데, 전반적인 1차 노동시장의 노동 시스템 개선 없이 2차 노동시장의 일부를 1차 노동시장으로 인위적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이다 보니 확산에 있어서 한계는 있다고 보여요. 그래서 민간부문까지 확산되지 못 했는데, 비정규직에 대한 정책은 인위적인 정규직화보다는 경제적 논리를 많이 활용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권현지 :


저는 주52시간 상한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까 전병유 교수님이 말씀하신 근대적인 노동규범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들이 40시간이 아니라 52시간을 일하면 되는 것처럼 생각하게 프레임이 짜여진 것 같아 아쉬움도 있습니다. 어쨌든 노사 주체가 제한된 노동시간을 전제로 일을 조직해야 한다고 기업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건 의미가 있죠. 즉, 노동자와 기업이 우리는 이런 시간 안에서만 일을 해야 하고 여기에 맞춰서 일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이건 나의 권리다, 이걸 침해했을 때는 상당한 정부의 패널티뿐만 아니라 노사 양자에서 가해지는 노사관계적인 위험부담이 있다는 걸 바야흐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상황에서 가시적 통제권 밖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을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숙제에 직면했던 기업들은 직무 중심의 일조직에 대한 문제의식을 한층 심화시켰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규범적 변화와 경험은 앞으로 노동시간 단축 혹은 유연화를 논의하기에 훨씬 더 좋은 지형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전히 이 논의와 변화도 대기업 위주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가 재연되는 양상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이번 정부에 아쉬운 것은 한편으로는 정치의 과잉이고, 한편으로는 정치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정치적으로 최저임금의 속도와 빠른 가시적 결과에 과도하게 욕심을 가졌던 것도 그렇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민간부문으로의 확산이 매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가시적이고 정치적인 성과를 빨리 만들어 정책기조를 확고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편, 이후 필요한 시점에서 정치적 조정이나 조정의 메카니즘 정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점은 아쉽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공공부문에서 많은 사람들의 고용이 안정되었다는 점은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전환직도 완전한 포용정책으로 인식하지 못해 불만을 표출하고, 기존 정규직도 공정성 이슈를 제기하는 상황에 대한 노동정치적 대응이나, 여타 영미권 혹은 독일 등 여타 경제에서도 최근 크게 강조되었던 최저임금정책의 정당성에 대한 정치적 설득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못한 점 등은 아쉽습니다.


한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서는 정작 몸통이라 할 수 있는 민간부문으로 정책의 확산이 이루어짐으로써 전반적인 고용안정이나 비정규직 비중 축소를 견인하지도 못한 점을 고려하면 이 정책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성공한 정책이라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정책을 하는 건 문제입니다.

오히려 비정규직을 쓰는 게 부담이 되는 정책, 그래서 안 쓰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차별금지 정책을 지난 5년 동안 한층 구체화하지 못했던 것은 참 아쉽습니다.


더불어 노동시장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소극적이었던 점도 무척 아쉽습니다. 노사관계적 조정 비중이 크지 않고 앞으로 사회변화와 함께 커질 수 있는 곳, 아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저임금이 만연하지만 사회-고용-평등 정책의 투입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는 곳에 노동시장 인프라 구축 투자를 훨씬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대표적으로 사회서비스 섹터의 경우 고용인프라로서 이미 지난 10여 년간 가장 급속하게 성장했고 앞으로 노동력 구성의 변화, 사회적 수요의 변화에 따라 잠재력은 더 크다고 생각되는,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의 긍정적 사회경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서비스 부문에 직무 가치와 경력 및 숙련 체계를 비롯한 노동시장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전반적인 경제와 고용의 전환기에 국가의 고용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하는데 투자하지

못한 것은 크게 아쉽습니다. 여전히 작은 정부의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한, 소극적

관리적 재정 정책에 대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자영업자 보호정책에서 진흥정책으로 변화돼야


배규식 :


하나를 추가로 이야기하면. 이번에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자영업 문제가 도드라졌어요. 작년 8월 통계에 따르면 비임금근로. 가족 노동자까지 포함해서 23.9%였어요. 그 가운데에서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로서 자영업자는 줄고 오히려 나홀로 자영업자는 늘었어요. 일본 자영업자 비중이 9.9%이고, 우리와 비슷한 소득수준일 때도 16% 밖에 안 됐어요. 지금 파트타임이 540만 정도 되는데 그중에 48%가 자영업 쪽이에요. 이렇게 자영업자 파트타임이 늘어나는 이유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였어요. 2020년 4월에 보면 자영업, 파트타임이 800만으로 뛰어요.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파트파임 35시간 미만이 800만으로 뛰는 걸 보면 노동시간을 줄여서 대응하고 있다는 게 보여요. 그 중에 적지 않은 수가 자영업이에요. 이번에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주면서 누가 피해를 봤는지 모르니까 불만이 나오는 거죠. 이런 자영업 내부의 격차문제에 대해서 자영업이 노동시장 내에서 취약한 층이고, 어려울 때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기가 어렵고 오히려 불만만 생기는 일이 벌어진 거죠. 자영업에서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손해도 입증하기 어렵다는 거죠.


전병유 :


자영업이 그동안도 어려웠지만 코로나 때문에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죠. 말씀하신대로 자영업 내에서도 격차가 크잖아요? 그래서 자영업 지원하는 정책들을 그동안 우리나라는 거의 해보지 못했죠. 이번에 재난지원금으로 처음 하는데, 아까 말씀하신대로 인프라 문제인 것 같아요. 자영업 쪽에서는 소득파악이 문제입니다. 그 것도 통계적으로 보면 개선은 되고 있었어요. 지금 국세청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거의 80% 이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그 밑에 있는 가장 어려운 사람들은 소득파악이 어려워요, 예를 들어 일용직, 프리랜서, 단기 작업을 하는 분들의 소득 파악이 대단히 어려워요. 그 인프라는 '전국민고용보험'을 하자고 하면서 국세청도 노력한다고 하고, 플랫폼들이 소득파악에 참여한다고 하면서 조금씩 나아질 것 같긴 해요. 코로나 상황에서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것도 소득파악 등에 대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해서 제대로 안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왜 거기에 과감하게 투자를 못하는지, 투자적 관점에서 정부의 공공지출에 대해 왜 그렇게 주저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양재진 :


자영업자 소득파악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덴마크도 소득을 국가가 파악하는 게 아니라 신고소득을 가지고 해요. 그래서 덴마크에서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해결되기가 굉장히 어려운 영역입니다. 우리나라 국세청 입장은 영세자영업자 소득파악하는 데 비용이 훨씬 더 크니까, 그냥 나눠주는 게 낫다는 거죠.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서 자영업 문제가 불거졌는데, 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규모가 크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기에 더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자영업 문제 해결에 있어서, 먼저 자영업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놓을 것인지 산업적 측면에서 진흥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가 정리돼야 한다고 봅니다, 보호의 대상으로 봐서는 끝도 없고, 제대로 보호될 수도 없거니와 계속 낙후된 영역을 끌고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책 중점은 보호에 있었다고 봐요.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게 그랬죠. 중소기업 업종 제한도 마찬가지죠. 그런 식으로 모든 곳에 골목상권 보호로 돼있거든요. 그런 보호 위주 정책 때문에 결국에는 발전이 없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잘 나가는 곳에서 번 돈으로 메꾸는 식으로 가니까 자영업은 계속 보호가 필요한 낙후 영역으로 남는 거죠.

저는 자영업 부문도 산업정책차원에서 경쟁과 진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능력 있는 쪽은 사업도 커지고, 힘든 쪽은 사실은 구조조정 되어서 그 인력들이 임금근로자로 전환돼야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전통시장을 보호하자고 하는데, 이 보다는 옆에 대형마트가 생기면 전통시장 상인들이나 자녀가 대형마트에서 근로자로 일하도록 하는 게 낫다는 거죠. 우리 수출 산업 키운 것도 보호해서 키운 게 아니라 국제 경쟁에 노출시켜서 키운 거잖아요. 자영업 부문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봅니다. 산업구조가 고도화 된다는 게 자영업자나 농민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영업을 계속 노동인구의 25%로 끌고 갈 수는 없잖아요. 아마추어들이 개업하는 자영업 부문에 백종원식으로 컨설팅도 해주고, 서로 경쟁하도록 해서 제대로 된 사업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자영업 부문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낙오자에게는 사회적 보호가 필요합니다. 덴마크, 스웨덴에서는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면 실업급여가 나오고 직업훈련을 받으며 전직할 수 있게 국가가 돕습니다. 저는 이게 자영업자 문제를 푸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현지 :


노동시장이 사람들을 너무 빨리 내보내는 경향이 있는 나라에서, 자영업자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거죠. 결국 노동시장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문제라고 봐요. 순수 자영업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사실 망하기 굉장히 쉬운 구조이고, 창업도 혁신적인 창업이란 게 우리나라에서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들어요. 또 하나는 오분류의 문제입니다. 순수 자영업자가 아니라 근로자 범주에

포함돼야 하는, 책임져야 할 사용자가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에서 규율해야 할 측면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규식 :


우리나라와 자영업 비중이 비슷한 나라가 이탈리아인데, 이탈리아는 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클러스터를 많이 활용해서 우리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자영업이 존재하더라도 일정 소득을 얻을 정도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도 협회 등을 통해서 산업정책이나 노동시장정책을 종합적인 패키지로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굉장히 취약한 자영업자들은 사회복지를 하되 합리적으로 수준을 정하고, 경쟁력 있는 곳은 키워나가서 그 중의 일부는 소기업으로 키워나가고 하는 거죠. 이제야 자영업자 문제를 중기부나 고용부가 조금씩 자기들 정책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소기업은 많이 도와줬는데, 자영업자들은 어느 쪽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지원이 제대로 없었어요. 그런 측면에서 노동시장에서 취약 계층이 다수가 있는 자영업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거죠. 문재인 정부에서는 코로나로 자영업자 문제가 드러났고. 부분적으로는 고용보험 등을 통해서 하는데 아직까지도 갈 길이 멀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노동시장 격차나 이중구조 해결에 관한 해법 얘기를 해보죠.



노동시장의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


전병유 :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이 생산물 시장에서 올 수도 있고 노동시장의 제도 문제일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유럽식 모델을 많이 생각 하는데, 노동시장의 격차를 제도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우가 좀 많은 것 아닌가 싶어요. 노동시장 제도로 풀면 격차가 과연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분명 영향을 많이 미치긴 하겠지만, 생산물시장과 노동시장을 동시에 보고, 생산물시장이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노동시장 제도도 또 생산물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같이 봐야 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가장 핵심적 과제가 뭐냐고 물어보셨는데, 일단 생산물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영세기업 사이 격차가 있어요. 격차의 원인도 생산성 지표와 이익률 지표가 좀 다른데, 중소기업들은 생산성이 높더라도 시장구조가 독점적이면 대기업에게 다 빼앗기기 때문에 이익률이 낮아지잖아요. 그래서 부가가치율과 이익률은 조금 다른 개념인데 원하청 불공정 개선, 시장을 공정하게 만드는 건 기업 간 이윤의 정당한 배분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봐요.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영세한 기업의 생산성이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이것도 계량적으로 구분하기는 쉽진 않아요. 그러니까 중소기업도 돈을 못 벌어서 그런 거냐, 아니면 대기업이 뺏어가서 그런 거냐, 그걸 계량적으로 나누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윤율의 불공정한 분배 문제는 여러 가지 형태로 접근을 했는데, 가장 근본적으로는 영세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고 역량을 키우는 거죠. 미국도 그게 잘 안돼요.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들이 클러스터 형태로 혁신도 하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서로 협력을 하고, 대기업의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니까 협동조합의 형태로 규모의 격차를 줄이는 전략을 펴야한다고 제안을 했는데, 그게 미국의 특성에 안 맞는 모양이에요. 그러면 한국은 과연 어떤 모델이 현실 적합할거냐. 우리도 혁신 클러스터 정책을 했는데 성과가 잘 안 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1차적 과제는 자영업을 줄이려고 하더라도 결국 해답은 혼자 상대하기 힘드니까 같이 모일 수 있도록 혁신 클러스터를 만들고 중소기업 협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정책의 핵심인 것 같아요. 기본 방향은 그건데 그걸 구현하는 여러 정책 방향들이 지금까지 관료적이고, 선진국 정책을 모방해서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들 내지는 자금을 지원해서 유도하려는 정책들로 끝난 감이 있어요. 20년간 해결을 못 했기 때문에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할 것 같습니다. 혁신도 생태계를 어떻게 형성할 거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고요. 관료들에게 맡기면 당장 수치성과를 얻어내려고 하거든요. 그 평가기준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관료들이 혁신클러스터를 어떻게 하느냐면, 돈 주고 성과를 평가하거든요. 북유럽은 민관팀을 만들어서 공무원이 그 팀에 참여해서 사업을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게 다 비리로 연결되고 책임져야 하니까 그걸 못하게 돼 있죠. 그래서 모델이 안 만들어져요. 예를 들어서 전통시장 육성도 그렇고 중소기업 클러스터도 그렇고, 그 부분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정부의 정책 지원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노동시장 제도 내에서는 여러 정책을 많이 했는데, 일단 최저임금을 상당히 수준 높게 올렸기 때문에 유지를 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차별을 시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직무형 노동시장을 형성하는 패키지 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노동시장 규제를 풀어서 하는 것도 경험적으로 검증된 정책도 아니고, 그리고 산별교섭 하자고 10년 넘게 했는데 여전히 신뢰문제가 있어서 쉽지 않고, 기금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 규모나 효과성 측면에서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차기정부에서는 단기적으로 차별시정, 장기적으로는 직무형 노동시장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별시정과 직무형 노동시장 구축 중요


권현지 :


첫 번째 말씀해 주신 것과 관련해서 정부 부처의 전문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기재부의 예산권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다른 여러 주무 부처들의 장기적 관점에서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구사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정책적인 혁신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도 이런 정부 거버넌스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기재부와 다른 정부 부처들 간에 공조 체계의 부재, 그것도 사실 정합성 있는 정책을 하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죠. 부처 간 공조 및 조정 뿐 아니라 각 정부부처 각 정책 부문에서 정책 입안에서 수년간이 소요될 안착에 이르기까지 전문정책 및 실행 역량, 수정 역량을 구축해 꾸준히 일관되게 밀고 나갈 수 있게 하는 역량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연공급제를 개선하자는 이야기 굉장히 많이 해왔는데, 공감하는 측면도 있지만 계속 안 되고 있잖아요. 급여의 개인화를 막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연대감을 확인하게 하는 주요 기제인데다가 현재 영향력 있는 노동조합의 주력이 연공급 적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생애주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정치적 타협을 매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주요 대기업 제조업 부문에서 쉽게 타협되기 어려운 의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다수 시도되고 있지만, 분권화되어 있는 임금 협약에 섹터 내 조정을 가할 수 있는 정도의 실질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임금 공시제 등에 대한 제도를 강화해 간접적으로 비교가능한 체제를 만들도록 하는 정책을 해 볼 수는 있지만, 각 기업의 임금체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은 불가능합니다. 이론을 몰라서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전파 등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구요.


오히려 임금 정책으로 현재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기업 내 고용관계 전문가도, 직무개념이나 숙련-임금 체계도 없는 기업이 다수라는 점에 착안해 이들 기업에 체계를 유도해 노동자의 경력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업그레이딩 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고안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새롭게 그리고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공공성이 짙은 저임금 서비스 섹터에서 직무형 노동시장 구축을 실험해보는 것입니다. 기존에 NCS 등 직무시장에 대한 정책 요소를 도입했다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책상에서 만들어 냈을 뿐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 잘 대응하며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정 혹은 노사정의 공조 즉, 직무 관련 시스템의 정책적 구축, 운영, 모니터링, 정책 수정 등 일련의 과정을 관장하는 노사정 거버넌스를 통해 현실감 있게 새로운 노동시장 구축을 실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직무가치, 숙련 시스템과 연계된 임금체계를 구축해 중간영역 노동자의 규모와 안정성을 높이는 데 즉 노동시장의 균형을 제고하는 데 부분적으로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직 이미 정립된 혹은 관성화된 노사 간의 이해관계 충돌이 없는 영역에서 노동자의 정책적 효능감을 경험해 볼 수 있게 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비정규 차별 금지나 성별 차별 금지는 지금 한국에서는 정책 투입이 굉장히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에서 자주 레퍼런스로 삼는 미국도 EEOC라는 강력한 차별규제 국가기구가 있을 뿐 아니라, 최근 다소 우회적이기는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는 기업의 책임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기업내부 노동자 간, 특히 젠더와 인종 간 임금 격차를 공시하고 스스로 개선하라는 압력을 적극화하고 있어요. 유럽도 2017, 2018년에 임금 공정, 혹은 평등법의 일환으로 임금을 공시하는 제도를 굉장히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특히 공시내용의 구체성을 규제하는데 상당히 공을 들임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어요. 기업이 스스로 거기에 맞춰서 입증하고 준수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단순히 정부가모든 걸 관할해서 규제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자발성, 다양성을 염두에 두는 정책적, 법적, 제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지금의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노동시장을 규제하는데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정책들을 창의적으로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배규식 :


두 분이 공통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차별시정 문제를 중요하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직무형 노동시장 구축이 굉장히 중요하고 특히 저임금 노동시장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 혁신을 정부에서 다양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양재진 :


저도 큰 틀에서 다 공감하는 정책방향입니다. 격차가 기업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라 가장 크게 나타나는데, 고용형태별로는 차별시정, 혹은 차별금지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차별금지라는 건 정규직화 하라는 건 아니고 다양한 고용형태를 인정한다는 전제가 있는 거죠. 노동계에서는 정규직만이 선이고 나머지는 다 나쁜 걸로 보면서 다양한 고용형태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거잖아요. 유럽이든 어디든 다 일반화 되어 있는 중규직도 인정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중규직이라고 표현되는 다양한 고용형태를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죠. 최소한의 근로여건은 맞추고 그 다음에 격차가 크게 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 호봉제 하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간 임금 단가 격차가 크지요. 민간부문에서는 직무급제나 성과급제로 서서히 전환하는 것 같은데, 공공부문에서 연공급이 더 강고한 것 같아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시정되면 성별 격차 문제도 좀 줄어들겠죠. 왜냐면 성별 격차가 나는 건 직종과 근로형태에 있어서 여성들이 서비스업종이나 비정규직, 시간제에 많이 있기 때문인데, 그게 시정이 되면 남녀문제도 시정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업규모별 격차문제에서는 원하청 관계와 기업별 교섭체계 문제를 많이 얘기해요. 기업별 교섭을 넘어서자는 건 분배에 있어서 연대성 강화로 가자는 거죠. 그런데 기업노조 체제에서 초기업교섭이라는 게 쉽지 않습니다. 대안으로 나오는 게 노동자 연대기금을 만들자는 건데,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실효성이 크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생산 쪽에서 차이를 줄여주는 원하청 불공정개선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글로벌 기업의 원하청 관계에서는 많이 나아졌다고 봅니다. 2차 밴더, 3차 밴더 등 내려갈수록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 그건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하곘죠. 그런데, 애플과 삼성, 테슬라와 현대차를 비교해 보면 그래도 한국 대기업이 원하청 관계를 수직계열화 비슷하게 유지해주는 게 애플 모델보다는 낫다고 봐요. 애플처럼 다 글로벌소싱 하는 것보다 그래도 원하청 관계로 국내에 뭔가 떨어지도록 되어 있는 게 낫지요. 그러니까 원하청 관계 개선이 원하청 관계를 죽이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하청 관계와 원하청 관계 밖에 있는 중소기업을 보면 원하청 관계 밖에 있는 중소기업이 더 열악해요. 이윤율을 보면 원하청 관계 밖에 있는 중소기업은 이윤율이 높지도 않지만 출렁이고, 원하청 관계 안의 중소기업은 이윤율이 굉장히 평탄합니다. 아주 불황이어도 대기업에서 하청기업이 운영될 정도는 이윤을 보장해 주죠. 만약에 원하청 관계에 들어와서 내가 계속 손해 보고 나쁜 일만 당한다면 안 들

어오면 되죠. 그래도 밖 보다는 여기가 낫다고 생각해서 하청에 들어가는 거고, 그래서 애플보다는 삼성과 현대차가 낫다고 봐요. 그러니까 한국의 원하청 관계가 죽지 않는 수준에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 중요한 건 지금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의 접근성 등 여러 이유를 들어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나가고 하청업체도 동반 진출하면서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는 국내에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 즉, 세제라든지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를 개선해 생산의 공동화를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가 생기는 거죠. 50대에 대기업에서 은퇴하

고 나가면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는 구조라도 돼야 하는데, 지금은 자영업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문제인 거죠. 계속 이야기하지만 허리가 튼튼해지게 중견기업을 발전시키는 산업정책적 노력이 함께 가야 양극화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직업훈련 등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게 해야죠. 지금은 산업구조와 기술변화도 빠르기 때문에 전직, 이직 시에 직업능력을 키워주는 게 공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진짜 막막하고 어려운 상황이 되잖아요. 중견기업 육성과 전직, 이직 훈련과 고용서비스가 강하게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산업별로 맞춤화된 세밀한 산업정책, 노동시장 정책 필요


배규식 :


원하청 관계의 안전성을 이야기해주셨고, 지금 글로벌 밸류체인이 조금 바뀌는 상황에서 생산기지를 국내에 일부 들여와서 공동화를 막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원하청 관계는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 보면 우리는 대기업들이 중소 하청기업들을 키워준 측면이 있잖아요. 그 과정에서 능력을 키운 기업도 꽤 있는데 여전히 능력을 안 키우고 대기업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기업도 있죠. 이번에 제가 경북 자동차부품업체를 조사해봤더니 생각보다 제품 설계 능력과 R&D 능력이 높았어요. 이런 반면에 원청이 하청업체를 수탈하거나, 원청이 능력을 조금만 적극적으로 발휘하면 하청기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자기가 필요한 것만 하는 경우도 있죠. 향후에 동반성장이라는 부분을 대폭 강화했으면 좋겠어요. 원청이 하청기업에 가서 컨설팅도 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도 있겠죠.


전병유 :


원하청 구조가 업종별로 많이 다르잖아요. 현대 같은 자동차 업종은 부품업체들을 다 끌고 다니잖아요. 그런데 전자나 플랫폼은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업종별로 접근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권현지 :


지금 한국도 그렇고 전세계적으로 원청이 자꾸만 가볍게 하려는 게 굉장히 강화되고 있어요. 제가 본 세계적 의류브랜드들의 경우는 고유의 R&D기능까지 밖으로, 1차 공급업체에 이양하고 있으니까요. 결국은 거기서 기회를 누리게 되는 건 굉장히 역량 있는 1등 제조업체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체들이 몇 년간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그런데 1층하고 2층의 차이는 또 엄청나게 커지는 양상을 보여주는데, 그게

산업별로 2층, 3층까지 가는 산업도 있고, 1층에서 그냥 멈춰버리고 거기서 격차가 벌어지는 산업도 있어요. 우리는 다른 나라하고 다르게 특수한 산업에 특화된 경제구조가 아니라 모든 산업이 전방위적으로 다 있잖아요. 그래서 산업별로 맞춤화된, 굉장히 세밀한 산업정책,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합니다.


배규식 :


지금은 자동차 산업의 경우 1차 밴더 제품이 자동차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요. 전기차에서는 배터리가 전체 차량가격의 40%를 차지해요. 그러니까 밸류체인이 많이 바뀌었다는 거죠. 과거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과 전세계가 통합돼 있던 것이, 지금은 구분되면서 새로운 기회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1차 밴더가 계속 밴더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이게 역전될 수도 있는 거죠. 지금 밸류체인에서 정말 능력 있는 중소기업들을 키우는 게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경쟁력도 그렇고 향후에 일자리 창출에 있어도 굉장히 중요한 걸 차지하고 있어요.


우리 같은 경우에는 중소기업 비중이 크고 비정규직 비중이 크잖아요. 그러니까 노동시장에서 임금도 높고 복지도 좋은 상층과 임금도 낮고 복지 수준도 낮은 하층이 있는데, 하층이 비중이 커서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청년들의 취업목표는 대기업, 공공부문인데 실제 일자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좌절감이 크잖아요. 향후에 우리 사회에서 욕망과 실제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끊임없이 젊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한 번 짚어줬으면 합니다.


권현지 :


그런데 그게 젊은 사람들만이 아니죠. 예를 들면 가사서비스나 사회서비스 복지 부문에 들어와 있는 분들도 거의 고등학교 졸업자이지만 앞으로 고학력 노동자의 진입을 비롯해 노동자 구성이 상당히 다양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플랫폼 경제가 이러한 양상을 더 진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또 경력단절자들도 많이 있죠. 이 분들이 나는 그냥 저임금 노동자라고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시대는 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노동시장에서의 좌절, 값싼 노동에 대한 부정적 경험과 갈등은 젊은 사람들의 문제만은 아니고 다양한 계층과 집단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체계가 부재했던 중소기업, 서비스 영역에 노동시장의 체계와 사회적 조정의 메커니즘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죠.


배규식 :


농수축산업, 제조업에서 외국인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다가 코로나 때문에 차단됐는데, 앞으로 새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굉장히 많이 들어올 겁니다. 그쪽은 실제로 인력이 굉장히 부족해요. 한국인들 가운데 ‘나 일 안하면 안했지 저런데 가서 안 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수록 인력 부족이 심해질 거잖아요. 그렇게 외국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한편으로는 실업률 내지는 비경제 활동인구가 많고 그러면서도 사람은 부족해서 외국인력을 들여오고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양재진 :


지금 일어나고 있죠. 우리는 일자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일손이 부족해서 외국에서 40만 명씩 수입한다는 겁니다.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10명이 일하던 걸 1~2명으로 돌아가는 스마트공장으로 바꾸면 그 1~2명은 한국청년이 와서 일을 할 수 있어요. 한국입장에서만 생각하면 10개의 나쁜 일자리 없애고 괜찮은 일자리 2개가 생기는 셈이죠. 결국 경제 고도화가 돼야 한다는 말인 거죠. 사회서비스 분야도 마찬가지에요. 주로 영세사업장들이잖아요. 그런데 유럽의 복지국가들을 보면 사회서비스를 전달하는 민간의 업자들이 비영리지만 규모가 커요. 규모가 크면 인사관리도 과학적으로 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규모의 경제를 키우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료서비스 분야는 체인화도 못 하게 하잖아요. 곳곳에 자영업을 보호하도록 돼 있는데,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고봅니다.


전병유 :


그런데 이게 방향은 정해지는 데 그 안에 들어가면 온갖 이해관계가 부딪히면서 실행이 안 돼요. 그러니까 사회서비스도 사회서비스 공단을 만들고 하려는데 그걸 돌파를 못하는 거죠, 정치력이 발휘가 잘 안 돼요.


배규식 :


양극화를 해소하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밑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간층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거 같아요. 다음 정부에서 정부의 역할, 그리고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시죠. 지금 사회적 대화도 그렇고 노사가 본인들이 해야 할 것까지 포함해서 정부가 다 해결해라하는 분위기도 있죠.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 있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나 노사의 의견을 듣고 이해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이슈가 꽤 있잖아요. 앞에서 이야기한 것 중에 적지 않은 이슈들이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조율타협할 수밖에 없죠. 이걸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그동안 사회적 대화의 역사와 경험에 비춰볼 때 우리 노사들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게 어떤 게 있을지 이야기 해 봤으면 합니다.



새로운 산업영역 생길 때 초기조건 잘 만들어 주는 게 중요


전병유 :


노동 프로그램이 300개, 복지 프로그램이 1,000개라고 하는데, 정부가 너무 많은 정책을 하는 것 같아요. 정부가 모든 걸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는 5년마다 바뀌는데 굉장히 짧아요. 장기적인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그런 정치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수많은 정책 중에서 5년 텀을 생각한다면 어떤 부분에 전략적으로 집중할 수 있을 건지 명확히 해야죠. 이해관계를 풀지 않으면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푸는 데 노력과 시간이 상당히 많이 드는 거거든요. 정책 역량을 집중하지 않으면 어느 문제든지 해결되기 쉽지 않다고 봐요. 여러 가지 많은 정책들이 있는데 핵심 정책을 파악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적 대화도 경사노위가 이름도

바꾸고 민주노총을 참여시켜 보려고 했는데 안 되고, 지난 5년 동안에 상위 20%가 아니라 전체 사회 주체들을 대변하겠다고 여성, 청년, 비정규직도 위원으로 참여시켰는데, 기존 조직노동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기존 조직이나 규범, 관행을 바꾸는 거는 사회적 비용이 대단히 많이 드는 것 같아요.


경사노위에 너무 큰 부담을 주지 말고 기존 조직 틀에서 규범을 바꾸는 것은 끊임없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해야죠. 우리 사회가 코로나 이후에 산업구조가 빨리 바뀌고 산업 내에서 혁신도 많이 생기고, 새로운 비즈니스도 생기는 것 같아요. 기존 조직을 바꾸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산업영역, 새로운 틀이 생길 때 그 산업의 초기조건을 잘 만들어 주는 게 대단히 중요해요. 초기 조건이 만들어지면 30년은 가거든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새로운 산업정책 플러스 새로운 노동규범, 노동질서를 설계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업종별로 신규 산업영역을 잘 설계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 역량을 집중해야죠. 이게 60년이라는 게 시한(term)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30년 지났으니까 향후 30년을 설계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조직형태 내지는 새로운 산업영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 노동질서나 노동규범을 잘 설계해 나가는 그런 것을 실험적으로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규식 :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 새 산업정책, 새 노동규범과 질서의 틀을 만들어 해보자는 거네요. 기존 산업영역에서는 이해관계가 충돌해서 쉽게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질서 내지는 새로운 규범의 시도를 새롭게 생기는 업종이나 직업에서 해볼 수 있겠다.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권현지 :


그런 비슷한 생각에서 연공급, 직무급화를 해볼 만한 영역에서 해서 효능감을 한 번 가져보도록 해서,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게 필요하겠죠. 지금 경사노위 안에도 많은 분과가 있는데, 어떤 부문에서 대화가 진행되는 지를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회의체가 많고, 설사 많은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사회적 효능감이 높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 혹은 소수라도 뭔가 규범을 바꿔가는 게 보인다는 효능감, 여기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예를 들어 민주노총 입장에서도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이 뭘까를 고민해야죠. 들어오라고 해서 그냥 들어와지지 않는 거거든요. 그런 게 뭔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덧붙여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업종별 혹은 지역별 대화가 중요하다는 논의는 지속되었고 또 많았는데, 제 경험에 의하면, 지역별 업종별 노사 주체의 역량이나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규범적인 논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화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노사관계 인프라 구축부터 노사정이 논의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미래 의제를 어떤 방식으로 제기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앞으로 리스트럭처링이 엄청 진행될 거라고 생각해요. 금융도 이미 시작됐는데 자원이 많은 섹터이니 막대한 퇴직 패키지를 활용해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노조도 좋은 퇴직 프로그램을 확대해 달라는 일반 조합원들의 요구를 마다할 수 없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어요. 그러나 자원이 없는 부문에서 앞으로 본격화될 리스트럭처링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뿐 아니라 지역 혹은 업종 차원 노동시장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하루 빨리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재진 :


명퇴해서 금융사에서 나간 사람들의 직장 이동 경로에 대한 연구가 있나요?


권현지 :


해야 돼요. 이동 경로가 잘 안 보이거든요. 최근 명예퇴직이 크게 늘었는데, 주로 테크놀로지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 그리고 젊은 사람들 명퇴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점을 간헐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요. 금융뿐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기 퇴직 노동자들의 이동경로와 소득 변화 등을 더 구체적으로 추적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만약에 돈이 없는 업종에서 대규모의 고용조정 벌어지면 어떻게 할까.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재직자 지원도 없고 움직이려는 사람에 대한 정보도 없어요. 여력이 되는 금융권에서 노사 선택에 대한 예시가 일반화되기는 어려워요. 우리사회가 교육훈련이나 전직 지원을 재직자에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회이고 그런 것에 투자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사회가 전반적으로 변화해 나가는데, 어떤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냐를 고민해야죠. 임금인상은 좀 유예하더라도 그걸 교육훈련이나 전직 지원 투자로 돌리고, 정부에서도 전반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정말 정확하게 어떤 부분에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고용서비스, 사회서비스도 이런 영역일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경사노위에서 이런 부분에 역점을 둬서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교육훈련은 노사 간 플러스섬 가능한 영역


양재진 :


노사합의가 어렵지만 직업훈련 쪽에서는 잘 될 수 있다고 봐요. 제가 어수봉 위원장이 있었던, 양극화해소와일자리+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지켜보았더니, 대부분 사안은 노사가 제로섬이에요. 그런데 훈련은 플러스섬이에요. 서로가 합의될 수 있는 분야더라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노사가 함께 할 수 있고, 정부가 제 역할을 하면 훈련 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전달체계인 것 같아요. 학령인구가 많이 줄고 있으니, 전문대나 지방의 과거 산업대를 폴리텍화 해서 제대로 된 전달체계를 만들어

야 합니다. 전문대는 대부분 사립이다 보니 국가에서 투자하고 인수해서 업종 전환을 시켜줘야 해요. 그런데 사학재단의 퇴로를 막고 있어 업종 전환이 힘듭니다. 퇴로를 좀 열어주고 풀어줘야죠. 또 공공직업훈련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해도 민간 직업교육 학원의 저항 때문에 못한다고 하더군요. 공공이 와서 폴리텍 만든다고 했을 때 학원들이 반발해서 어렵다는 거죠. 정치력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동시에 노동시장 내 문제는 아니지만 사회보장도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없는 사회가 됐는데, 직장 전환 기간 동안 소득보장과 훈련이 잘 이뤄져야 합니다. 직장을 옮기기 전에 재직하면서부터 이직 훈련에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워야죠. 이 부분은 노사 합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자영업자일 거예요. 현재 자영업을 지금의 고용보험시스템에 어떻게든 구겨 넣으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고 봅니다. 소

득파악 문제도 있지만, 자영자의 특성이 임금근로자와 다르기에 급여 수급조건과 급여체계를 달리해야 합니다. 함께 가기 어려워요. 굳이 구겨 넣으려고 하지 말고, 자영업자에 맞는 소득보장 체계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 계좌제를 도입해서 공제회 방식으로 한다든지, 궁극적으로 사회보험 방식으로 간다해도 임금근로자와 기금은 분리하고 급여조건 등을 달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노란우산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영업자들도 임금근로자처럼 훈련과 고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가적인 과감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덴마크나 다른 나라를 보더라도 유연한 노동시장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건 아니거든요. 소득보장, 훈련 시스템, 고용서비스가 쫙 깔려 있으면 유연해도 안정성을 느낍니다. 그런 사회보장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배규식 :


지역상생형 일자리라고 해서 광주형, 군산형 일자리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자동차 완성차 임금이 높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완성차 업체와 하청 중간쯤 되는 걸 만들어서 일자리로 만든 형태이거든요. 향후 대기업이 주되게 있는 업종에서 일자리 들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형태가 얼마나 가능할지, 또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지 이야기해 봤으면 합니다. 폭스바겐 사례도 있었지만, 우리의 경우 1차만 내려가도 완성차보다 임금이 훨씬 낮단 말이에요. 완성차라면 임금을 현대나 기아, 한국 GM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완성차보다 낮아도, 광주 전체로 보면 임금이 낮지 않단 말이에요. 이런 걸 만들 때 망할 거다부터 시작해서 저주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현재로서는 연착륙을 한 것 같아요. 다만 향후 지속가능성이 문제죠. 현대차의 위탁을 받는데 차가 잘 팔리니까 그렇지 차가 안 팔리면 없어질 수도 있어요. 그냥 일반 자동차업체하고는 다른 형태인데, 중요한 실험인 건 분명한 거 같아요. 어떻게 봐야 할지 의견을 들어봤으면 합니다.


실험 취지나 방향성은 좋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 거버넌스 문제나 산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죠. 광주는 지자체 주도형인데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나 한계를 돌파해야 합니다. 결국에는 민간시장과 기업들하고 경쟁해야 하는데, 좋은 취지로 시작이 됐는데 사업에서 성과를 못 내면 문제가 되겠죠. 어쨌든 효능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책이 성공될 수 있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양재진 :


광주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만, 임금을 중간 정도로 주는 것 때문에만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외에 복지, 특히 주거문제를 시에서 많이 도와주고 다른 베네핏이 어우러져서 현대차 본사를 안 가더라도 여기도 괜찮은 일자리라는 생각이 들게 한 거잖아요. 노동시장 문제를 보완하는 데 있어, 사회보장이 기여할 수 있는 걸 보여준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생긴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그런 것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전체로 보면 광주형 만큼은 아니더라도 사회보장이 뒷받침 되고, 훈련 등 고용서비스 뒷받침된다면 전반적으로 좋은 노동시장으로 바뀌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권현지 :


두 분 선생님이 말씀하셨듯 지속가능성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임금으로만 이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없고 산업 클러스터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입니다. 지식과 숙련 통합의 유기적 기반과 이들 지식과 숙련의 투입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지역 내 유기적 생산체제 혹은 생산 클러스터가 구축된다면 해볼 만한 사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양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주거-사회보장이 뒷받침되면 최종 조립업체뿐

아니라 밸류체인 내 중소업체 노동자들이 해당 업체의 운명에 크게 종속되지 않고, 클러스터 내 노동이동성을 통한 고용 안정 모델로도 전개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덴마크나 스웨덴에서 최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체들의 ICT 전환과 혁신이 좋은 예가 될 것 같아요. 요컨대 산업적 전망과 그 지역의 산학 협력 인프라, 복지 인프라, 고용서비스 인프라 등의 구축을 기반으로 기업과 노동력의 자생력이 산업전망과 복지역량을 지닌 지방정부의 지원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규식 :


광주는 부품업체 등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일정하게 갖춰진 가운데 존재 근거가 있는 거죠. 다만 이게 자발적으로 했으면 완성차 쪽에서는 투자가 거의 되지 않았겠죠. 정부와 지자체가 밀어붙인 측면도 있긴 한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사회적으로 의미가 클 수 있을지 않을까 해서 짚어봤어요. 글로벌 공급사슬(supply chain)이 바뀌면서 각국이 해외에 나갔던 기업들의 국내복귀(reshoring)를 지원하는 노력들이 있는데, 산업정책이 부활하면서 연계해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야기여서 짚어봤습니다. 기존 이야기와 반복된 것도 있지만 다른 측면을 짚어준 것도 많아서 풍성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