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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Economic, Social & Labor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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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두언 | 견리사의, 사소취대 (見利思議, 捨小取大)

  • 조회수
    333
  • 등록일
    2022-05-01

| 권두언 | 견리사의, 사소취대 (見利思議, 捨小取大)



대선 결과, 5년 만에 다시 정권이 교체되었다. 시장자율과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출
범과 함께 사회적 대화도 변화의 시험대 위에 올라가는 듯하다. 하지만 새 정부의 노동개혁 관련 주요 정책이나 의제들은 노사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과 협조를 필요로 한다. 별다른 상황변화가 없다면 최소 2년 가까이 이어질 여소야대의 국회 의석 구조도 있다. 오랫동안 사회적 대화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한국노총 출신인사가 노동부장관 후보로 지명되었다. 사회적 대화의 미래에 긍정적인 요소들이다.

한국의 사회적 대화는 척박한 땅을 딛고 자란 소나무를 닮았다. 주객관적으로 성공의 조건이 취
약함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중앙 사회적 대화기구가 진보, 보수정부를 번갈아 거치면서 25년차에 이른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성취이다. 이는 우리 경제사회 안에 사회적 대화에 대한 강한 수요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새 정부 아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직무·성과 중심의 세대상생형 임금체계 구축이나 노동시간 제도 개선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 디지털전환, 그리고 해묵은 경제사회 불평등과 노동시장 격차문제 등은 역사적 전환의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이 외에도 앞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야 할 사회경제 문제나 고용노동 현안들은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어떤 원칙에 따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우리는 사회 문제를 자연과학적 법칙으로 풀지 못한다. 사회적 대화가 의사소
통적 합리성에 크게 기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릇 개인이든 집단이든 인간의 사회 생활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무언가를 위해 다른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버린다. 우리는 종종 눈 앞의 작은 이익에 눈먼 선택을 함으로써, 더 큰 것을 놓치고 대의를 저버리는 실수를 하곤 한다. 반대로 작은 이익과 차이를 넘어 장기적 안목에서 대의명분과 아울러 큰 실리를 얻기도 한다. 사회적 대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자는 논어 헌문(憲問) 편에서 “이익을 보거든 먼저 의를 생각하라”고 했다. 바둑에는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는 기언(棋諺)이 있다. 이 둘을 합치면 견리사의, 사소취대(見利思議, 捨小取大), 곧 이익을 구함에 있어 의를 먼저 생각하고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는 경구가 된다. 사회적 대화의 주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큰 지혜가 아닐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이번 호는 정권 차원을 넘어 사회적 대화가 천착해야 할 묵직한 주제들을 다룬다. 특별 대담은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주제로 진행하였다. 본 위원회 배규식 상임위원의 사회로 이 분야 전문가인 권현지 교수, 전병유 교수, 양재진 교수를 모시고 노동시장 격차를 바라보는 관점과 실제,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관련 정책의 영향 등 폭넓은 쟁점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차별시정과 직무형 노동시장의 구축이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해 중요하며 산업업종별로 맞춤화된 산업정책과 노동시장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번 호 논단에는 세 편의 글을 실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 본부장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입법의 경과와 의미를 평가하고 연착륙을 위한 과제를 정리하였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성큼 다가온 ‘텔레워크’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응시하면서 제도적 과제들을 제시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혁진 박사는 ‘가사서비스’ 노동이 ‘보통의 직업’, ‘보통의 서비스’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공식화가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회의체 위원장에게 듣는 사회적 대화> 코너에서는, 우여곡절을 거쳐 소중한 합의를 도출한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를 이끌어온 전영우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근래 활성화되고 있는 업종별 사회적 대화의 의미와 과제 등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앞으로도 노사정 모든 주체들이 견리사의, 사소취대의 정신으로 사회적 대화에 임하여 큰 성과를 쌓아나가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