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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대화 논단 | 청소년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동인권교육(송태수)

  • 조회수
    204
  • 등록일
    2022-07-22

| 사회적 대화 논단 | 청소년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동인권교육

송태수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



1. 들어가며

청소년 노동, 그중에서도 특히 미성년의 노동 관련 문제점의 하나는 청소년 노동을 성인 노동과 비교해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고, 청소년 노동자가 연령이 어리다는 이유 때문에 불완전한 노동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태도를 배경으로, 청소년은 작업장의 환경에 따라 사용자로부터만 아니라 고객으로부터도 쉽게 부당한 처우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일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나 고객으로부터 다양한 부당한 처우를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예, 성희롱 등). “착취, 모욕, 위험, 불안, 배제. 청소년 노동을 읽는 여전한 다섯 가지 열쇳말이다. 노동·인권단체들의 노력으로 청소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여러 차례 발표됐다. 그런데도 청소년 노동의 현실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청소년 노동자를 더욱 위험과 불안에 내모는 새로운 형태의 문제마저 속출하고 있다.”1)


청소년은 존재하는 상태 그 자체로서도 불안하다. 그런데다가 이들은 ‘알바’라는 이름 아래 노동의 세계에서 그야말로 ‘모욕’ 속에 일하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돈이나 벌려고 하는 일”이라며 ‘사소한 일’로 취급 받기 일쑤이다. 실제로 이들 청소년 노동을 들여다보면, 대개의 경우 일하는 청소년은 매우 절실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노는 것을 포기하고, 힘들지만 참고 견뎌내면서 하고 있다. 청소년 노동은 사회적으로 차별적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되고, 따라서 사회·경제적 의미를 충분히 인정받으며 성인 노동과 차별되지 않아야 한다.


아래에서는 청소년 노동이 확산되고 있는 실태와 다양한 현장실습 교육 과정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침해 실태를 살펴본 후, 우리 사회에서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호할 필요성과 그 관련한 노동인권교육의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2. 청소년 노동의 확산과 중요성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이후 소득양극화가 심화되고 일을 해도 가난한 노동빈곤 현상이 심화되면서 돈벌이를 목적으로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아르바이트 청소년의 규모도 늘고 있다. 등록금에 생활비도 높은 조건에서 부모가 감당하는 게 쉽지 않다. 대학생 70% 이상이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도 집에서 주는 돈으로만 생활하기에 부족하다보니 ‘알바’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체 고등학생의 약 15~25%, 직업계고생의 절반 정도가 알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후기청소년(만19~24세)은 70% 이상이 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청소년들의 일하는 추세는 점점 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2021년 서울교육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2) ‘최근 1년간 아르바이트를 했거나 현재 하는 학생들’의 74.8%(1, 2순위 응답 합계)는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이 있지만 충분하지 않기에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응답했으며, ‘사회생활과 관련된 경험을 쌓기 위해서’(51.0%)라는 응답도 높다.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하기 위해’(26.2%), ‘가정의 생계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13.9%) 등을 지적한 비율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추세는 2016년에 아르바이트 유경험 청소년 대상으로 한 여성가족부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온다. ‘부모님(보호자)께서 용돈을 주시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에는 돈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이 50.0%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리고 ‘스스로 사회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19.4%, ‘부모님(보호자)께 용돈을 받을 형편이 아니라서’와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라는 응답이 10.9%와 3.8%로 나타나 가정의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비율도 14.7%에 달했다.3)


노동자가 겪는 고용 불안과 비정규노동 확산으로 인한 영향, 영세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한 싸움은 그들의 가족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가족 모두가 일하지 않고서는 가정경제를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 버렸다. 청소년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4)의 보고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노동 참여 경험률에 대한 가족구조별 응답 현황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 23.9%인 반면 한부모 가정인 경우 32.1%, 조손가정 및 기타의 경우 56.2%로 나타났고,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잘사는 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8.6%가 아르바이트 노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못사는 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3.9%가 아르바이트 노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현장실습과 노동인권

우리는 ‘현장실습’이라고 하면 직업계고 학생이 졸업 전에 3개월 이상 거쳐야 하는 현장실습만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는 이러한 직업계고 고등학생 현장실습 이외에 대학생의 경우에도 졸업을 위한 현장실습 이수 의무 혹은 특정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다양한 ‘실습’ 등이 있다. 그리고 그 현장실습이라는 과정이 상당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주)한국리서치가 여성가족부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2016년 10월 7일부터 11월 20일까지 조사한 ‘2016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자료. 1년 전 신문기사의 보도에 따르면, 대학생 현장실습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대학과 기관이 학생들에게 적정 수준의 실습 지원비를 제공하지 않아 ‘무급 인턴’ 논란이 제기돼왔던 것을 알 수 있다.


“#1. 대전 A대학에 재학 중인 박도원(가명·20대)씨는 지난달 한 공공기관에서 대학생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실습비 지원이 없는 것을 알고도 학점을 받기 위해 실습을 신청했지만 창고 정리, 물품 불출, 외부 출장 등 노동 강도가 웬만한 근로자보다 센 것을 깨닫고는 후회했다.

#2. 여름방학 인턴십에 참가해 온 경기도 B대학 C학과 학생들은 한 달 간 200시간 이상 근무하고도 달랑 30만 원만 현장실습비로 지급받아 왔다. 올해는 그동안 지급하던 30만 원 실습비마저 사라지자 학생들이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인턴십 프로그램이 폐지됐다.”(연합뉴스, 2021.7.7.)4)


정부가 무급 인턴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최근 현장실습 관련 규정을 대폭 개정해 실시 중이고 실습 학생·기관 현실을 고려해 실습유형을 이원화하고 재해보험도 제공하고 있지만 그 효과성에 대한 평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18~24세 청소년 대다수는 대학 졸업 연령에 걸치게 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대학의 졸업을 위한 전제로 실습을 이수해야 하거나, ‘스펙사회’에서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과 양태의 ‘현장실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습’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채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른바 ‘열정페이’의 문제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기술자격 및 민간자격 등의 취득을 위한 실습, 혹은 관련 분야에서 숙련도 높은 기능ㆍ술의 습득을 위해 다양한 방식과 강도의 명목적 ‘실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후자의 고숙련을 익히기 위한 실습훈련의 경우, 교육훈련 공급이 제한적일수록 그 과정에서 이른바 ‘열정페이’가 이루어지는데, 열정페이가 당연시 되곤 한다. 이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예를 들어 유명 헤어디자이너 또는 의류디자이너 샵 등에서 ‘고급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교육비’를 납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열정페이’를 요구받을 수 있다.


(전문)대학의 과정에서 정부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학습병행’의 경우, 각 대학별 실적이 정부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의 기준으로 됨에 따라 산학학점 이수를 위한 실습이 반강제적으로 강요되고 있어 ‘밀어내기 식’으로 진행되었던 문제가 드러나 중단된 바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 노정 이후 많이 개선되어 시행되고 있다.


4. 청소년과 전국민 노동인권교육

임금노동자는 일터에서의 노동조건을 사용자와의 계약으로 합의하고 일을 한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이러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두 계약체결 당사자의 지위가 대등한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동자의 지위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용자의 지위가 대등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임금노동자는 사용자에게 노동력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임금을 받아서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조건에서 구직을 하기 때문에, 임금노동자와 사용자의 협상력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동법은 계약 체결 당사자의 불균등한 지위를 대등한 조건으로 보정하기 위한 규제와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는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과 휴식, 안전과 보건 등 노동 조건의 최저수준을 정하는 것 외에 여성과 소년에 대하여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의 제정은 우리 헌법에서 선언하는 국민의 기본권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노동기본권이 헌법에서 모든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권리라는 점에 대해서 인지·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교육공무직원(예로, 급식조리원 등)이 학교에서 파업을 해서 학생들에게 급식이 제공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하는 학교에서 파업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곤 하다. 우리 학교교육에서 노동인권교육이 소홀히 이루어져왔던 현실에 기인한다.


현재 13개 교육청이 학생노동인권교육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현장실습에 들어가기 전 직업계고 학생과 중고생 대상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인지, 여러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자신의 노동기본권이 ‘알바’나 ‘실습’ 현장에서 침해당하고 있는 것을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이다.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 시정 및 개선을 요구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된다. 일터에서 권리 침해를 당했을 때 시정·개선을 요구하는 비율은 1/3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 2/3는 ‘일터를 옮긴다’거나 ‘참고 일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수년의 다양한 조사에서 거의 유사하게 나타난다.5)5)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직접 항의'(9.1%)나 '가족에게 알림'(9.1%)도 낮은 수준이고, ‘참고 일했다’(38.8%) 라고 가장 많이 응답하였고, ‘일을 그만 둠’(15.4%), ‘친구에게 이야기’(16.2%) 등으로 응답됐다(국가인권위원회. 2020. 아동인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 서울교육청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을 그만두었다’는 응답이 43.5%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이 ‘참고 계속 일했다’ 33.7%의 순이었다. 이에 비해 ‘가족, 친구,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12.0%, ‘고용노동부나 경찰 등에 신고했다’ 10.9% ‘개인적으로 항의하였다’ 8.7% 등 어떤 식으로든 노동인권침해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비율은 1/3 정도로 나타났다(서울교육청. 2021. 2021 서울학생 노동인권 실태조사.) 서울교육청의 2018년 조사에서도 유사한 수준으로 응답됐다(서울교육청, 2018).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①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 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 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③ 근로 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제33조 ① 근로자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 교섭권 및 단체 행

동권을 가진다.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

「근로기준법」

제1조(목적)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 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1조(목적)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 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 목적으로 한다.

헌법

노동법


권리침해를 구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처를 피하는 이유를 한 학생은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어쨌거나 그 사람(사용자)은 제(알바생)게 돈을 주는 사람이고, 어른인 거예요. 또 그 사람은 저를 막 욕하고 혼냈던 것이 있고 저는 당했던 사람이니까 그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축이 되는 거죠. (…) 실제로 체불임금 신고를 하면 3자 대면을 계속한대요. 사장님이랑 알바랑 근로감독관이랑 이렇게 셋이서 얘기를 한다는 거예요. 근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냥 피하는 사람도 되게 많대요.”(이수정 외, 2015: 109)


앞서 살펴본 대로 상당한 비율의 청소년들이 노동을 하고 있고, 학업 중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인권 침해 상황을 구제받을 수 있도록 관련 내용에 대한 교육도 일부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서 알고 있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기까지는 여러 여건이 성숙돼야 하는데, 핵심적으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노동인권의 침해는 있어서는 아니 되는,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행위라는 인식에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모든 노동자, 특히 청소년 및 여성 노동에 대하여 차별하지 않고, 노동기본권은 그야말로 노사 모두가 서로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하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돼야 한다. 영국의 정부 홈페이지(gov.uk)에는 사용자(employing people) 란과 일하는 사람(working, jobs and pensions) 란에 동일한 권리·의무 내용이 나열돼있다. 서로 1:1로 매칭될 정도로 유사한 내용이 두 곳에 설명돼있다. 노동기본권은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계약 체결 두 당사자가 서로 당연히 지켜야 하는 권리·책임의 관계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은 학교에서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공히 교육될 필요가 있다. 그간의 제도교육에서 가장 취약하게 교육되었기 때문이다. 가능한 많은 국민들이 노동인권 관련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