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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새정부에 바란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전망과 개선 과제(유정엽)

  • 조회수
    186
  • 등록일
    2022-07-22

| 특별기고 |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전망과 개선과제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1. 머리말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10일, 대대적인 취임식과 함께 출범하였다. 이에 앞서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국정운영의 밑그림이 될 6대 국정 목표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노동정책은 국정과제 목표 3 ‘따듯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에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라고 하며, 7개 영역(과제 49∼56)의 30개 세부 과제로 제시되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인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화두로 내걸었다. 특히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110대 국정과제에서는 명확히 표기되지 않았던 ‘노동개혁’이란 용어가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등장한 것이다. 지난 6월 16일, 경제부처 장관 합동회의에서 발표된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서도 민간중심 역동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명목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공공부문 및 연금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을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노동시장 개혁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적인 경제정책 과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새 정부의 경제 정책방향은 15년 전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판박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성장이 최선의 분배정책이며,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은 성장을 저해한다는 성장우선론에 입각하여 부자감세나 규제완화 정책 등을 추진하였다. 결과는 성장도 신통치 않았고 분배는 더욱 악화되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심화된 불평등과 일자리 문제는 과거 수십년간 치중했던 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산물이다. 또다시 민간주도, 규제완화, 시장화, 재정 건전성 중심의 정책을 펼 경우, 대기업 중심의 착취 구조화와 불평등 및 양극화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과 고용위기, 불평등-양극화 문제 등에 대한 국가 주도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신자유주의적 처방 자체가 시대착오적 접근이다.


노동분야에서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의 실현을 약속하면서도 주요 추진과제는 그 목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현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 구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사관계 및 노동시장 개혁을 진정 실현하고자 한다면 맹목적인 국정과제의 추진이 아닌 해당 사안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과 사회적 대화의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2. 새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의 내용 및 평가, 과제

1) 전반적 노동정책 기조

윤석열 정부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했으나 노동정책 및 노사관계 정책의 핵심기조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규제 완화 ▲효율과 성과만을 강조하는 친사용자 중심의 정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장시간노동 확대와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를 야기할 노동시간 규제완화(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연장근로시간 총량관리, 스타트업 및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 ▲OECD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 국가의 현실을 외면한 기업 자율 중심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법과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노사관계의 구축이란 정책과제는 노사관계를 성과주의 정책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새 정부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가치 존중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 노동을 경제성장의 도구로 치부하는 새 정부의 친기업적 노동관을 여실히 드러내 노동정책 전반의 후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노동시간 제도에 대한 노사선택권 확대

첫째, 새 정부는 국정과제 및 경제정책 방향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노사선택권 확대를 강조하며, 건강보호 조치를 병행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확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및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 확대, 스타트업 및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대선공약과 인수위에서 노동시간 규제완화 정책을 뒷받침한 전문가들은 ‘노사선택권’, ‘노동자의 자기결정권’ 등을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노조조직률 12%에 불과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절대다수 사업장의 경우 노동시간 관리 및 통제권이 전적으로 사용자의 작업지시권에 의해서 전적으로 결정된다. 실질적인 노사의 자율적 선택이나 노동자 개인의 선택이란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특히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확대는 1일, 1주 노동시간 제한이 없는 제도적 허점을 노리고 집중적인 장시간노동을 시키는 수단으로 재계가 거듭 요구해온 사안이다.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 확대, 스타트업 및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화이트컬러 이그젬션) 등도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시간 규제를 회피하려는 제도개악 방안이다. 노사선택과 자기결정이라는 미명하에 약정한 시간을 넘는 연장노동의 책임과 가산임금 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선택근로제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는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현저히 적은 선진국에서 활용되는 제도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연간 노동시간은 1,908시간으로,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를 잘 갖춘 독일보다 무려 6백 시간이나 많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유연화 이전에 실노동시간단축 확대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노동시간 규제완화는 최장 주 52시간제의 무력화와 과로사 등 노동자 건강권의 심각한 침해문제를 야기한다.


더욱이 이러한 제도의 쉬운 도입을 하고자 노동시간 등의 주요한 노동조건의 결정에 있어서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부문별, 직종별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두도록 하는 등 노사협의회의 대표성을 강화하겠다고 접근하고 있다. 노동현장의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를 무시하고 노사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게 될 매우 위험한 접근방식이다.


3) 산업안전 및 산업재해 문제조차 규제완화

윤석열 정부는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개정 등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고 한다. 새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 신속히 해소”라는 제목 하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경영책임자 의무 명확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 재해예방의 실효성 제고, 처벌규정·작업중지 등 현장애로 및 법리적 문제점 등을 해소하겠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특정할 만큼 명확한 경우가 아니면 경영책임자에게 면책을 주겠다는 것이다. ‘불확실성 해소’, ‘안전보건 확보의무 명확화’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사용자단체에서 지속해서 요구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유사하게 만들어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근로감독 및 수사와 처벌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여지를 확대해주겠다는 것이다. 방법론으로 ‘지침·매뉴얼’을 통해서라고 밝혔는데 이는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안전보건규제를 형해화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왔던 것들이다. 시행된지 반년도 안 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손댈 것이 아니라 엄중한 법집행이 우선이다. 아직도 실질적인 법의 사각지대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대책부터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4)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 노사관계에 대한 현실인식과 철학 부재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과 원칙을 강조하였다. 노사관계에서 공정, 법과 원칙을 강조한 것은 그럴 듯 해 보이나 우리 노사관계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플랫폼, 특고, 비정규직, 중소영세 노동자들은 노조 할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노조를 만들더라도 실제 사용자와의 교섭조차 하기 힘든 현실이다. 노동조합의 인정, 단체교섭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자 하면 정당한 쟁의권 확보도 어렵고, 불법파업으로 내몰리기 다반사이다. 우리 노동법만 보더라도 현행 노조법상 28개 벌칙조항 중 노조 활동 및 쟁의행위 관련 처벌조항은 22개, 사용자 처벌규정은 6개에 불과하다. 노조대표자들에 대해서는 손배 가압류, 업무방해죄 적용 등 형사처벌 적용이 빈번한 반면 사용자에 대한 최종적 처벌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런 현실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한 것은 노조에 대한 엄중한 법집행을 의미한다. 현 정부가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자 한다면 비준·발효된 ILO 기본협약의 존중과 이에 입각하여 노조 할 권리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5) 세대상생형(?) 임금체계 확산

새 정부는 세대상생형 임금체계 확산이란 명분 하에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정책과제로 제시하였다. 우리나라의 임금격차가 주로 기업규모와 고용형태별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중소기업간 원하청 구조개선 및 기업별노조 중심의 교섭구조 개선, 비정규직 차별 개선, 저임금체계개선 등의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임금체계의 문제는 노사 자율적 결정에 맡겨야 할 사항임을 명심해야 한다. 반강제적 방식의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추진은 과거 임금피크제가 단순히 장기근속 노동자의 임금삭감 수단으로 악용된 것과 같은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최근 제도시행에 상응하는 대상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대법원은 연령차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처럼 정부에 의해서 반강제된 임금피크제는 결국 노사관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미 대다수 대기업에서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연봉제로 전환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직무성과급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청년고용 창출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6) 효율만을 강조한 공공기관 혁신

현 정부는 재정건전성 강화 및 공공기관 혁신이란 미명 하에 범부처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성과 제고 및 재정 절감, 저성과 사업에 대한 확실한 지출구조조정, 공공기관 스스로 인력 효율화, 출자회사 정리 등의 추진 시 인센티브 등을 부여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공공부문에서의 인력감축과 기능조정, 사업 범위 축소 등을 의미한다. ‘공공기관 직무중심 보수·인사·조직관리 확산’도 10년 전 박근혜 정부가 공정인사 지침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성과중심의 인사관리 및 쉬운 해고 지침을 재탕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이 노사관계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향후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심각한 갈등상황에 치닫게 될 것이다. 공기업 및 공공기관이 그 기관의 설립취지에 부합하게 그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않고, 재정 건전화와 성과주의에 매몰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크게 훼손되고 말 것이다. 공공부문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것이다.


7) 취약계층 노동정책의 부재

지난 대선이 노동이 없는 선거, 정책이 없는 선거라고 평가되었으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극복해야 핵심적인 정책과제이다. 안타깝게도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및 경제정책 방향에서 비정규직 대책 등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대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일한 취약계층 노동정책은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공약한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보호입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정과제에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보호입법’의 구체적 방안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는 그 내용이 빠져 있다. 양극화 문제해소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대책조차 언급되어 있지 않다. 보수, 진보정부를 막론하고 반드시 안고 가야 할 문제이다. 윤석열 정부도 우리사회의 양극화, 임금격차, 불안정 고용의 원인과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하는 진정 어린 고민이 있어야 한다.


3. 올바른 노동문제 인식과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

대선 시기 공약 및 국정과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 보호제도에 대한 규제 완화와 노동시간 유연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 공정 및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친기업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서 노동시장의 차별, 노동기본권 확대보다는 노조의 교섭권 약화와 쟁의행위 관련 엄정대처, 복지보다는 성장, 사회적 대화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개혁’을 화두로 던지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
을 촉구했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 구현을 위해서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사관계 및 노동시장 개혁,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을 표방하였다. 공적 연금개혁, 노동시장, 교육 개혁 모두 사회적 갈등과 휘발성이 큰 개혁과제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와 같은 사회적 휘발성이 큰 개혁과제의 추진을 표방하면서 사회적 대화의 의지와 청사진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서 “미래지향적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 노사 등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체계를 마련, 사회적 논의 추진”하겠다는 언급된 것이 전부이다. 윤석열 정부는 핵심 개혁 의제에 대한 실질적 사회적 대화의 의지 및 사회적 대타협의 청사진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사 이외에 친정부 성향의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개혁과제를 밀어붙이고자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노동개혁” 또는 “노동시장 개혁”이라 명칭하든 특정 프레임 속에서 사회적 대화의 한 주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세우고자 한다면 어떠한 개혁도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의 생명, 안전, 건강권을 위협하는 노동조건의 개악이 추진될 경우
조직적 역량을 모아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다. 우선 윤석열 정부가 진정한 노동의 가치존중이란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일터에서의 생명과 안전보장, 인권존중 및 차별해소를 실현하는 것임을 새롭게 인식하기를 기대한다. 현 정부의 노동문제에 대한 균형적인 인식변화와 노사단체 모두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대화를 성실히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요구된다. 진정한 사회적 대화는 노사 및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상호존중과 신뢰에 기초하여 실질적인 소통과 논의를 이어가는 인내와 타협의 과정이다.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사회적 대화의 방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틀을 벗어나 국회 차원에서도, 최저임금위원회 등과 같은 별도의 회의체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명실상부한 중앙단위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자리매김을 해왔다. 현 정부에서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체득한 교훈을 바탕으로 사회적 대화란 어떠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그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