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Economic, Social & Labor Council

ENG

소식마당



|사회적 대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사회적 대화

  • 조회수
    282
  • 등록일
    2022-07-21

|사회적 대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과 사회적 대화



■ 일시 2022년 5월 30일 오후 3시

■ 장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회의실2

■ 참석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사회 임채운 서강대학교 교수

■ 배석 이시욱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외협력실장

이세종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협력홍보팀장

■ 정리 <참여와혁신> 정다솜·임혜진 기자

■ 사진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중소기업이 경제 중심에 선다는 것의 중소기업이 경제 중심에 선다는 것의 의미는?


임채운 오늘 이 자리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방안과 사회적 대화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먼저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민간이 이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고 되어 있습니다. 과거 개발경제 시절에는 정부가 끌고 민간이 뒤에서 받쳐주는 형태였습니다. 민간이 이끈다는 의미를 살펴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국민약속 6번에는 ‘중소·벤처기업이 경제의 중심에 서는 나라를 만들겠

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 중소기업 중심 경제라고 표방하지만 나중에 보면대기업 중심으로 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이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 중심경제란 이야기는 문재인 정부 때 처음 나왔는데 당시 가장 상징적 조치가 중소기업청을 중기벤처부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안전, 환경, 노동 등에 대한 규제 중심으로 가면서 중소기업의 체감은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태희 본부장님은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이태희 오히려 나빠졌다고 할 수 있어요. 당초 정책 취지와 거꾸로 가는 거 아니냐는 상실감을 느꼈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전 정부의 주 52시간상한제나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기업 마인드 자체를 훼손할 수 있는데, 중기부가 제대로 역할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임채운 : 중기부는 초대부터 3대까지 장관으로 정치인 출신이 오면서 정치적으로 고려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 가운데 새 정부가 ‘민간이 이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그리고 ‘대통령이 주관하는’이라고 표방했습니다. 중소기업이 경제 중심에서는 나라가 뭘 의미하는지, 중소기업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태희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에서는 역동적 경제가 기본이죠. 그게 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발성을 북돋고 키워줘야 하는데 그걸 막았던 게 규제라고 봅니다. 물론 규제라고 다 나쁜 건 아닙니다. 각종 기업 투자, 기업 운영과 관련된 규제 등과 같은 필요한 규제, 혹은 불가피한 규제는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중처법, 주 52시간 등은 기업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 하여금 산재 예방을 하면서 투자 마인드도 살릴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역동적 경제가 되려면 규제개혁이 가장 먼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채운 역대 정부가 모두 규제개혁 한다면서 상징적인 표현들을 만들어냈죠. ‘전봇대’, ‘손톱 밑 가시’, ‘붉은 깃발’, 그리고 지금은 ‘모래주머니’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규제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된 걸로 느끼지 않습니까. 과연 규제개혁이 가능할까요?


노민선 이제는 정부의 패러다임이 중소기업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아니라 함께 하는 동반자로서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아직 불공정, 불균형, 불합리 등 경영환경을 어렵게 하는 3불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부는 3불 문제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 현장과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채운 동감합니다. 앞에서 말한 규제는 정부 실패 문제고, 3불은 시장 실패 문제입니다.우리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강하고, 그런 면에서 대기업 지배의 시장구조의 문제가 있어서 3불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겠죠.


노세리 저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아젠다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가치사슬상 존재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시장도 개척하고, 제품도 만들고, 이렇게 대기업이 리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중소기업이 잘 서포트하면 되는 역할분담을 했다면, 산업전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전보다 역할분담을 세세하게 나눌 수 없고, 이렇게 역할분담 한다고 해서 산업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대적으로 직감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소기업이 더욱 유기적으로 관계해야 할 가능성을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에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서 정부가 다양한 지원을 했지만, 이제는 정부가 뒤에서밀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시장을 이끌어가는 3자간 역할 재분배가 필요한 걸 시대적으로 읽었고, 그것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임채운 지난 60년간 경제성장은 정부가 선택했어요. 산업전략 측면에서 경공업에서 수입대체산업으로 갔다가 중화학공업으로 가는 식이거든요. 이걸 대기업이 하고 중소기업은 하청기업으로 들어가는 1차, 2차 하청구조를 가져가는 거죠. 이런 게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 산업정책에는 시스템 반도체부터 바이오까지 첨단산업이 다 열거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산업정책은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을 정부가 선택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융복합시대입니다. 4 차산업, 미래산업이 무엇인지 민간도 모르는데 정부가 알아서 산업을 선택하는 건 없애야 하는데, 이걸 못하더라고요. 지난 대선만 봐도 그래요. 어느 후보는 5대 전략 산업에서 5개의 삼성전자급 기업을 만들어서 G5가 되겠다고 하고, 또 어느 후보는 전략산업을 이야기 했어요. 거기에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은 결국 대기업에 투자하는 꼴이 되는데, 이제는 그런 걸 지양하고 민간에 맡겨야죠. 정부는 기간산업이나 과학기술 등 여건조성을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제 세부 국정과제를 보면 엇박자가 나는 느낌도 들어요. 이런 가운데 중소벤처기업이 경제 중심에 선다는 것의 의미는, 과거에는 대기업이 앞장서서 경제성장을 이루고 중소기업이 2선에 있었다면 이제는 선수교체를 해서 중소벤처기업이 앞장서고 대기업이 뒷받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노세리 중소기업이 산업적으로도 그렇고 고용 차지 비율도 상당해서 경제에 큰 포션을 차지합니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경제가 휘청하겠지만, 중소기업도 어려워진다면 경제 타격이 꽤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우려하는 게 산업전환에서 고용부분, 특히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고용이라는 측면에서 중소기업이 경제의 중심이라는 게 맞는 말이죠.


임채운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로 인한 대주주나 오너 리스크가 굉장히 커졌어요. 2세까지만 보면 망가지거나 사라지는 기업도 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잘 키운 회사도 많아요. 그런데 3세 리스크가 굉장히 커서 초보운전자가 거대한 트럭을 모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앞으로 나갈 미래산업이라는 길은 지도도 없고 가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초보운전자의 사고 우려가 큰 거죠. 자기들의 고유한 경쟁력이 있는 분야가 아닌 엉뚱한 산업분야에 투자하다가 망가진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이제 선도형 경제에서 풀뿌리 경제로 간다고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봐야할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노민선 기존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대는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융·복합 시대에는 오히려 중소기업 정책이 더욱 부각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노동계, 경영계, 정부, 즉 노사정이 함께 가는 모델이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수·위탁기업 간, 근로자·사용자 간의 상생협력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상생협력을 ‘서로 간 이익증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사 간, 대·중소기업 간, 수·위탁기업 간 상호 이익 증진을 촉진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인센티브와 규제를 적절히 배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고, 특히 영세 소상공인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혁신주체들 간의 균형추를 잡아주는 정부의 역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중요합니다.


임채운 과거에 재벌경제 시대 때는 전경련이 파트너였 는데, 이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까요?


이태희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헌법 제123조 3항은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국민경제 중심이라는 것은 헌법적 가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한테도 주민번호가 있듯이 중소기업한테도 주민번호가 있다고들 합니다. 중소기업의 주민번호는 9983 123 이렇게 이어집니다.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 수가 99%고, 또 전국민 일자리의 83%를 담당하고 있다는 뜻입니

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앞서 노민선 박사님이 3불을 말씀하셨는데, 이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고 이런 문제들 때문에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되어 있어요. 0.3%의 대기업이 국가 전체 이익의 57%를 가져가고, 99%의 중소기업이 가져가는 이익은 25%밖에 안 됩니다. 이걸 빨리 바로잡아야 명실상부하게 중소기업이 경제 중심이 됩니다.


경제성장의 주역이 바뀌려면 구조개혁 필요


임채운 지금까지 우리 경제성장의 주역은 대기업이었어요. 중소기업은 조역, 소상공인은 단역이었는데 이게 바뀐다는 건 주역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도 당연히 바뀌어야 하지만 중소기업도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단순히 숫자만 많다고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까지는 흔히 말하는 대기업 울타리, 혹은 대기업 동물원이라고 하잖아요. 산업구조 문제고 거래구조에도 영향을 줘요. 대기업들이 전속으로 해서 가두는 게 대기업 ‘동물원’인데 중소기업이 거기에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어요. 정글에 갈 필요 없이 사육을 당하면 편하거든요. 납품단가 문제도 한 대기업에 의존도가 높은데 1차 협력사는 대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으면 수익성이 약화돼요. 대기업도 강요했지만, 중소기업도 안주한 것 아니냐는 거죠. 우리나라는 부품 공용화, 표준화가 안 되고 대기업 예속 형태가 많은데, 외국은 세계적인 부품 공급사가 많아요. 산업구조의 변화나 대‧중소기업 상생도 필요하지만 자생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편견, 즉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 기피 문제도 커요.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지만 청년은 안 가거든요.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 같아요. 경제구조의 개혁뿐 아니라 국가구조 개혁도 이뤄져야 중소기업이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태희 제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경영계와 노동계 입장이 다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중소기업계는 노동계 입장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노동계에서는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현실화해주고 제대로 보상이 가도록 해주면 그 재원으로 기업의 지불능력도 올라갈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합니다. 그 지적은 옳다고 봅니다. 그런데 노동계가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에 대해 얘기하면, 중소기

업 하시는 분들은 나도 그 갑질 당해보고 싶다고까지 이야기해요. 그 울타리 속에 일단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혜택이라는 거죠.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아픈 이야기죠.


임채운 납품단가 문제는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인상 영향도 있지만, 딴 데서 더 싸게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납품단가 공포에 떠는 중소기업이 있는 거죠.


이태희 우리와 같은 중층적 하도급 구조 하에서 대·중소기업 간 당면한 문제들을 일거에 깨끗하게 해결할 수는 없을 겁니다. 납품단가를 시장가에 연동을 해둔다든지 중소기업이 고생해서 개발한 기술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협력사라는 것은 회사 범위만 다르다뿐이지 제품을 생산하는 공동주체거든요. 최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협력사들이 기술개발하고 필요한 인력 키울 수 있도록 대기업이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노민선 중소제조업의 42%가 하도급 기업인데, 중소제조업에는 농부의 역설과 혁신의 역설이 존재합니다. 농부의 역설은 물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고 물량이 없으면 가격이 올라가야 하는데 해외에서 대체 농산물을 수입하니까 또 떨어지더라는 겁니다. 혁신의 역설은 혁신 주체인 중소기업이 혁신의 성과를 가져가야 하는데 대기업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농부의 역설과 혁신의 역설의 교훈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대·중소기업 간에 건강한 거래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납품 단가의 문제는 계약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중소기업의 생산단가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납품할 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는 점인데, 이것은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납품 단가 문제는 교섭력

이 약한 중소기업에게 어려운 문제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추가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생태계 하단에 있는 영세 중소 기업에게 비용부담이 전가되는 경우가 아직 많습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사회적으로 협의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부담은 같이 나누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채운 납품단가의 경우는 동의하는데 구조론적으로 봐야 할 부분이 있어요. 경제구조, 산업구조를 놓고 보면 원료 기업도, 소비처도 대기업이에요. 화학이건 철강이건 석유화학이건 대기업이 원자재를 들여다가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가공하고, 소비처도 대기업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중간에 낀 중소기업은 구매력도, 판매력도 약하고 전속적인 거래라는 구조의 문제도 있는 거죠. 민간주도가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그런 게 이뤄지려면 구조개혁이 필요합니다. 단편적으로 개별적인 갑을관계로만 볼 게 아니라 구조개선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쉽게도 지금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그게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근본적 고민을 누군가가 해줘야 합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노동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나 산업의 문제라는 구조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태희 현 정부도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긍정 검토 시그널이 나오고 있는데, 하나의 큰 시스템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스템적 접근을 해서 중소기업의 자생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것을 찾아야죠.


중소기업 정책의 구체적인 목표 설정 필요


임채운 다음 논의로 들어가서, 중소기업 민간주도 혁신성장에 대해 얘기해 보죠. 혁신성장형으로 정책개편하겠다, 전 부처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전면 재평가해 성장형 프로그램으로 재배분 한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직접지원이 많아서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벗어나면 혜택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성장을 기피한다는 얘기도 있어요. 지금까지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안전판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성장판으로 간다는 거죠.


이태희 중소기업을 경제중심에 놓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민간주도 중소기업의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나가자는 이야기인데, 사실 역대정부가 다 추진해왔던 겁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피부에 와닿는 결과가 있었냐는 겁니다. 혁신 플랫폼 경제는 우리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거리감이 있는 이야기죠. 중요한 정책방향인 건 분명하지만 조금더 실현 가능성 있는, 알맹이 있는 정책과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노세리 정책기조를 읽어 보고 느낀 바는 중소기업을 투트랙으로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혁신성을 보는 게 아니라 기업에게 동일하게 나눠주는 보편적 접근을 했어요. 기업의 생존력을 격려한다는 점에선 필요하지만, 중소기업 정책에 목표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허하게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 무엇으로 키워낼지 목표가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화 한다든지, 연구개발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만든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여전히 결여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이런 기업이 존재하고 필요성이 있다면 큰 자본 지원과 물적·인적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임채운 지금까지 중소기업 정책은 정부의 직접 지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팩토리 하면 5천만 원 주는데 거의 나눠주다시피하는 겁니다. 여기에는 목표도 없고 정책성과도 불분명합니다. 나눠주고 뿌려주는 집행성과 밖에 없어요.


노민선 R&D는 선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누어지는데, 선공정은 타당성 검토를 거쳐 실제 R&D까지를 의미하고, 후공정은 R&D 성과의 사업화와 보호 등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R&D 선공정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추었는데, 최근 들어 R&D 후공정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중소기업 생산성 특별법’ 제정입니다.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등 3고 현상 지속으로 더이상 정부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은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 차원의 특별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노동생산성은 일반적으로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로 계산하는데, 종업원 수를 줄이지 않고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정책적 패러다임을 설계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부는 생산성 향상에 대한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생산성 향상이 사업주만의 이슈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생산성 향상은 일반적으로 사업주 관점의 이슈라고 보는 경향이 강한데,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근로자에게 적극적으로 공유

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노사협업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사업주는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근로자들에게 공유하며, 근로자들이 다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생산성 향상과 성과공유가 병행되는 측면에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채운 중소기업 지원이 성장에 긍정적이긴 한데 한계기업 문제가 나오거든요. 흔히 말하는 ‘좀비기업’이 살아남아서 오히려 다른 기업에 더 피해를 준다는 거죠. 그래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한계기업은 사실 이자비용도 감당을 못하는데 고용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살려주는 게 딜레마예요. 성장과 맞물려서 구조조정이나 연착륙 문제가 국정과제에 들어갔으면 했는데 빠진 느낌이 들어요.이건 노동 쪽에서도 일자리를 잃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계기업을 놔두고 구조조정하지 않고 성장이 있을 수 없어요. 그걸 연착륙시키는 방법이 안 보입니다.


이태희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엄청난 논란에 빠져버리기 때문에 그 부분은 조심스럽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합니다. 사실은 혁신으로 가야 하는데, 아직까지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어떻게 할거냐는 거죠.


임채운 연착륙은 구조조정만 있는 게 아니라고 봐요. 회생시키거나 M&A, 엑시트 등 여러 방안이 있죠. 혁신성장은 우량 중소기업은 좋은데 열악한 중소기업을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한 질문이 없는 것 같아요. 그게 논의될 필요가 있어요.


이태희 그 부분은 산업전환 과정에서도 진짜 깊이 있게 논의가 되고, 그와 관련된 사회적 대화는 훨씬 활성화되고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민선 구조조정이라는 표현보다는 구조개선이란 표현을 사용했으면 합니다. 구조개선이 어느 정도 필요한 건 분명합니다. 다만 최근에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데, 금리인상 등 물가를 낮추기 위한 강력한 정책이 시행되면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소상공인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주고, 소상공인의 혁신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임채운 소상공인도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엑시트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소상공인 문제는 일자리 문제라고 보거든요. 노동시장에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이 소상공인 하는 건데 자꾸만 연명시켜주는 것보다 전직·전업 시켜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민선 소상공인과 벤처 정책이 성공하려면 안정적 퇴로 확보가 중요합니다. 소상공인들이 자금 상환 등의 문제 때문에 폐업하지 못하고 억지로 버티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활한 폐업 지원을 확대하고, 소상공인이 폐업하면 다시 재창업을 하거나 임금근로자로의 전환이 용이해져야 합니다. 벤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리콘밸리는 한 번 성공하

면 대박 나고, 실패해도 사회적으로 패가망신하진 않는다는 시그널이 있는데, 우리 나라는 실패했을 때 재도전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원활한 퇴로 확보 지원 못지않게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M&A가 가능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개선과 퇴로 확보가 필요합니다.


임채운 벤처기업 엑시트 하는 것과 중소기업 엑시트 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벤처는 투자를 받았으니까 회수 관점으로 많이 가는데, 중소기업은 M&A 해서 통합하거나 자산매각을 해야 하는데 시장이 없어서 어려워요. 일반 뿌리산업 중소기업은 제 값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혁신 성장을 민간이 주도하면 그런 경제적 약자들의퇴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그 부분이 빠져 있는 게 아쉬워요.


노민선 사업 전환, 디지털화, M&A 이렇게 세 가지로 정책을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사업전환, 디지털화, M&A로 정책이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사업재편이나 사업전환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영세중소 기업에 대한 디지털화 지원입니다. 세 번째는 소규모 기업들의 M&A를 활성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벤처기업 육성은 기존 기업과의 긴장 관계 고려해야


임채운 이번에는 완결형 중소기업 생태계 구현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벤처기업은 혁신성장의 주역으로 보는데 한편으론 기대가 있고, 한편으론 우려가 있습니다. 벤처기업의 생리는 고속성장인데 이게 혁신의 힘이냐, 자본의 힘이냐 하는 거죠. 또 벤처가 성장했을 때 타다나 배민 같이 전통산업의 중소기업과 갈등 문제가 있는데 사회적 대화가 필요합니다. 신산업 분야, 벤처투자 활성화를 통해 완결형 중소벤처 생태계가 될 수 있을까요?


노세리 완결형이라는 건 굉장히 포괄적인 이름인 것 같아요. 벤처기업 육성은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이 정책을 통해서 중소벤처의 생태계를 구현하면서 기존 기업과 긴장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가 가장 걱정스럽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벤처기업 창업을 장려하는 것은 일자리 측면에서, 그리고 시장의 활력 측면에서 분명 도움이 되는 방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진입하는 청년들은 기존에 있는 조직에는 진입하지 않는 것인데 정책적으로 계속 벤처와 창업을 지원하면서 장기적인 근속을 정책적 시그널로 강조하고 있지 않아요. 이게 서두에 이야기한 중소벤처기업을 경제 중심에 두겠다는 정책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벤처 생태계를 완결형으로 만들겠다는 건 자유롭게 진입하고 자유롭게 빠질 수 있는, 그리고 거기서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생태계와 안정적인 시장을 구축하겠다는 걸 의미합니다. 창업하기 좀 더 쉬워질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지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게 시장을 창업하면 기존 시장과 부딪힐 수있고 사람을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기존 기업과 관계성을 어떻게 가져갈지의 긴장관계는 분명히 존재할 거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입니다. 완결형이라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측면의 고려를 정부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임채운 벤처 중심의 혁신성장에 쏠림현상이 심화될 거라는 우려가 있거든요. 자금이나 인력, 시장 수요도 이쪽으로 더 기울어지지 않겠냐는 거죠. 배민 M&A 금액이 4.8조원이예요.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머니게임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엑시트 됐을 때 창업가와 투자가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지만 낙수효과가 있느냐는 거죠. 인

력도 그래요. 삼성전자 같은 기업조차도 개발자 등 인력을 빼앗기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벤처가 기술이나 제조가 아니라 플랫폼, 게임, 이커머스 등 대부분 내수거든요. 결국 기존의 내수 산업을 플랫폼으로 빨아들이는 성격이라서 전통적 소상공인의 피해가 우려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덜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태희 중소기업 혁신성장 이슈와 맥을 같이 하는데, 완결형 중소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은 창업부터 성숙과 스케일업까지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는 기업이 현재 지형에서 얼마나 될까요? 그렇지 않은 기업이 매우 많은데 영세중소기업들, 소상공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가 없다는 거죠. 그러면 필연적으로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

어요. 이 분들은 경우에 따라선 도태될 수밖에 없을 텐데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아까 회생, M&A, 폐업을 말씀하셨는데 현장에서는 문 닫는 게 더 어렵대요. 왜냐하면 문을 닫는 순간 이 분은 바로 신불자로 빠진다는 겁니다. 아무리 적자가 나도 기업이 있어야 비싼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리든 이리저리 융통해서 굴려 갈 수 있지만, 폐업하는 순간 아예 사회적으로 존재 자체가 지워집니다. 혁신과 일체형 패키지로 지원해야 할 부분에서 불가피하게 배제될 수밖에 없는 분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M&A나 회생 같은 것보다도 실제 그분들한테 필요한 것은 폐업하더라도 일정 기간 신불자가 되지 않도록 구제 절차를 둔다거나 전업 프로그램, 예를 들어서

직업능력 개발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새롭게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와 닿을 것 같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게 해야 전체적인 구조조정이든 구조개선이 부드럽게 갈 수 있는 거지, 아니면 굉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겁니다.


임채운 결국은 민간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는데, 정부가 개입해서 제도개선이나 기반 조성,규제 완화, 법 개정 같이 목표지향적으로 하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보거든요. 예전에 벤처기업 3만 개 만든다고 하면서 미장원도 벤처라고 했어요. 또 유니콘 기업을 글로벌 3위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유니콘 강국 3위 인도가 50여 개거든요.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서 다 긁어 긁어모으니까 우리나라에 18개가 있는데, 5년 뒤에 50개를만들겠다는 목표지향적으로 가면 위험합니다. 숫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기반 조성을 해야 하는데 대학에서부터 스케일업까지 하겠다는 건 불안합니다. 아까 초보운전자 말씀드렸는데, 대학생은 사업을 해본 적 없는 무면허거든요. 규제자유특구, 혁신특구는 좋은데 너무 정부주도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소기업의 핵심문제는 인력 미스매치


노세리 우리 중소기업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구조적, 개별적 문제들이 있지만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을 확보하지 않으면 진입이든 퇴진이든 아무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노동력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직업교육훈련이나 재직자 훈련에 관한 얘기가 있지만 부수적인 하나의 사업정도로 존재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방위적인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R&D라는 기술력, 스마트공장 제조력 문제도 필요하지만, 결국 이걸 해낼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노동력을 어떻게 할 건지에 관한 문제와 관련해서 산업전환 과정에서 시장에 관여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는 노동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기업이 신경을 쓰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고, 정말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결국엔 노동력의 역량 향상 문제, 그리고 이들의 전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기업 자체적으로도 인큐베이팅하고 스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측면에서 노민선 박사님이 화두로 던져주신 기업에 있는 근로자 스스로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자생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드라이브를 찾는 방법의 하나가 일터혁신인데요.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혁신 방법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임채운 중소기업 문제의 알파오메가는 인력이라고 생각해요. 중소벤처기업부가 가장 집중해서 해결할 게 중소기업은 인력난이지만 청년은 구직난인 인력 미스매치라고 봅니다. 자금, 기술, 판로는 정부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인력 문제는 정부가 해결 못해요. 왜냐하면 이건 사람에 대한 거고 직업선택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인력 문제는 사회, 교육, 경제, 문화 모든 것의 집결이라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거의 국가개조로 가야 해결됩니다. 중소기업 인력은 세 가지 레벨이 있거든요. 기능 인력으로 하면 3D에 외국인 인력이 있고, 일반적인 사무나 관리 인력이 청년인력이고, 고급인력이 R&D 인력입니다. 인력에 관한 부분은 풀뿌리 산업에 있는 중소기업부터 벤처기업까지 다 고민하는 문제인데, 미스매치 문제는 어려운 것 같아요.


이태희 인력 얘기에 앞서 아까 나누던 일터혁신 얘기를 좀 더 이어가 보자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성과 공유, 혁신 등이 모두 이루어지려면 그 답이 일터혁신에 있다고 보고요. 일터혁신이 가진 함의는 단순 생성 공정이나 기술의 혁신뿐 아니라 그런 공정을 끌어내기 위한 기업 내 노사관계와 참여를 망라한 것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여러 가

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답은 일터혁신에 있다고 봅니다. 그 부분은 전 정부부터 계속 사회적 대화도 하고 전문가들이 모여서 고민도 했지만, 새 정부에서는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실행될 수 있는 것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노민선 기업가정신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기업가정신은 혁신이 기본이고 혁신이 하나의 기업문화로 작동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일터혁신도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하나의 기업문화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일터혁신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채운 20~30명 규모의 중소기업은 인력관리 시스템이 없어요. HR이 없고 사장이 다 해요. 사장의 성향에 따라 군대식이 되거나 클럽 동아리가 되더라고요. 인사담당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20~30명 사업장에는 노무 전문가를 둘 수가 없어요. 그런 부분을 공용화 해서 세무사가 여러 기업의 세무를 봐주듯이 인력전문가가 10개 정도 중소기업을 봐주면 어떨까 해요. 중소기업 경영자들 상담하면 제일 골치 아픈 게 인력이라고 해요. 이걸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노세리 기업규모가 HR 담당자를 두기 힘든데. 법이나 규제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경영자들은 그에 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요. 일터혁신 사

업에서 50인 이하의 노무관리가 힘든 기업에게 제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컨설팅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인데 기대가 큽니다. 일터혁신 사업 측면에서 경력개발 관련된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사업으로 실제 기업들이 어떤 효과를 얻었고,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의견도 들어보고 확충하면 HR 관리 측면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노민선 일반 중소기업은 MZ세대에 대해 바로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세대는 일을 잘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도 필요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주면괜찮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MZ세대는 1인분에 대한 마인드가 강하기 때문에 자신이 1인분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MZ세대의 1인분 문화에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주거나 숙련을 시켜준다고 인적자원관리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임채운 중소기업을 안 가는 이유는 낙인효과가 제일 크다고 생각해요. 대기업 못 가서 갔다라는 낙인효과가 커요.


이태희 인력 문제의 원인은 뻔합니다. 대·중소기업 격차가 워낙 크니까 청년들이 안 가는 거죠. 내가 간다고 해도 대학까지 나와서 왜 그런 데 가느냐고 부모가 말리는 게 우리 현실 아닙니까. 이게 한두 가지 처방으로 될 건 아니고 총체적인 처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도적 처방, 정책적 처방, 당사자인 중소기업의 역할, 이 3가지가 맞아떨어져야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제도적 부분은 중소기업 장기 재직 유도를 위한 아파트 특공이 있는데, 생색내기용으로 할 게 아니라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도 큰 문제라고 보거든요. 중소기업이 천신만고 끝에 채용해서 정말 필요한 기술인력으로 키워놨는데 대기업이 스카웃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근로자 빼가는 대기업에는 부담금을 물게 하고 그걸 기금화해서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을 키워나가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에는 탈피오트제도라는 게 있는데. 병영특례제도거든요. 우수한 인재가 군복무 기간 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지금 중소기업들이 병영특례 대상기업에 지정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정이 되면 그 기업은 어느 정도 인정받는 기업이라고 보거든요. 그런 식으로 병역특례 제도를 확충시켜나 갈 필요가 있어요.


임채운 역발상으로 중소기업을 거쳐서 대기업 가도록 하는 근로자의 경력 사다리를 만드는 건 어떻습니까? 중소기업에서 좋은 곳으로 가면 그 중소기업에는 더 많은 인력이 올 것 같아요. 중소기업 근무 경력이 있으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갈 때 가점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오지 않겠느냐는 거죠. 대기업에 강제할 수는 없지만 공공기관, 특히 중소기업 지원 관련 기관으로 갈 때는 가점을 주자는 거죠. 일종의 취업 사다리의 성장 사다리가 되는 겁니다.


이태희 근로자 관점에서는 사다리 역할을 하고 본인이 좋은 거죠. 그런데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정말 어렵게 키운 인재들이 유출되는 거잖아요. 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든 비용이라든지 노력에 대한 보상도 안 되고.


임채운 청년의 성장 사다리에서 우선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고 이들에 대한 창업지원을 더하는 거죠. 그렇게 창업지원에 혜택이 있으면 중소기업 가는 것에 대한 낙인효과가 없어지지 않겠냐는 겁니다. 제가 아는 청년들 중에 창업하려고 일부러 중소기업을 가는 경우가 있어요. 대기업에 가면 일을 못 배우는데 중소기업에 가면 배울 수 있다는 거죠. 창업해서 실패하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갈 수 있는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 주자는 겁니다.


이태희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인력 스카우트로 인해서 중소기업들이 겪게 되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걸 어떤 식으로든 보전해 주자는 겁니다. 이 회사 출신은 대기업으로 가는구나 하고 인정받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죠. 다만 중소기업들의 비용 부담이나 노력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씀 드린 거고요. 정책적으로도 중요한 게 많습니다. 중소기업에 청년들이 안 가는 제일 큰 이유가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겁니다. 제가 최근에 조성된 대구 의료산업 혁신지구에 가 봤는데 공단인데도 대학 캠퍼스에 들어온 기분이 들 정도로 깔끔해요. 작은 공원도 많은데 직원들이 도시락 싸들고 밖에서 식사를 하기도 해요. 여기는 90% 이상이 30대 미만 신규채용 근로자에요.이걸 보고 확실히 환경적인 요인이 굉장히 중요하고 환경 요인은 정부가 해줘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정부가 지자체와 협업을 해서라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시설에 투자하고 출퇴근을 위한 대중교통수단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임채운 산단 문제도 있다고 생각해요. 중소기업에 MZ세대가 갈 수 있도록 하거나 HR을 위한 중소기업의 노력들이 있나요?


이태희 중소기업도 당연히 노력을 해야죠.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 중에 답이 다 나왔거든요. 청년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일터혁신도 제대로 해야 하고 스마트 팩토리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부산 녹산공단에 표면처리 업체가 있는데 90% 이상이 20대 신규직원이라는 거예요. 표면처리 업체는 대표적인 뿌리업종이고 평균연령이 50대가 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가봤어요. 그 업체 대표가 정부 지원 외에도 매년 10억 정도씩 스마트 팩토리에 계속 투자하는 거예요. 주문부터 생산공정까지 전산으로 다 되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니까 뿌리산업인데도 청년들이 오는구나 싶었어요. 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하면서 자부담이 있는 것 때문에 주저하는데, 이런 데는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많이 늘었잖아요. 다양한 근무형태를 만들고 활성화하는 게

필요해요. 청년들은 일·가정양립이라는 게 회사 선택 기준 중 하나더라고요. 이렇게 다양한 근무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것에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 다고 봅니다.


고졸 취업 활성화도 전략적,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임채운 중소기업에서 퇴사한 청년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는데 급여 등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사람 문제고 경영자 문제예요.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3심’이 문제가 된다고 봐요. 첫째는 욕심이 커요. 그러니까 사업 하는 거겠지만 ‘동고’는 있지만 ‘동락’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어려울 때는 직원들 허리띠 졸라메지만 잘 되면 결실은 자기가 가지고 가는 거죠. 두 번째는 의심이 많아요. 그래서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전결권을 안줘요. 세 번째는 변심을 잘해요. 어제 한 이야기와 오늘 한 이야기가 다른 거예요.

요새 중소기업도 블라인드 사이트에 직원들의 평이 다 나와요. 경영자들한테 회사 그만두고 나간 직원 이야기도 한 번 들어보라고 해요. 이런 부분을 잘 모르는 경영자들을 위해 제도 문제나 경력관리 등을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세리 경영자들이 인사관리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어려움도 있지만, MZ세대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도 모를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일터혁신 사업에 CEO 코칭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인재 관리의 최근 이슈에서부터 어떻게 매력적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작업장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알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은 창업하는 분들은 기술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사업가이지만, 이들이 모두 ‘기업가(Entrepreneur)’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몇몇 기업은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체를 매니지 즉, 관리할 전문경영인을 영업하지요. 일터혁신 측면에서 사업가들이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태희 사실 중소기업 하시는 분들은 자기 식구들 한 푼이라도 더 쥐어주고 싶어 해요. 작은 기업이라도 대표하는 분들은 직원들 급여수준이 자기 얼굴이라 생각하거든요. 업계 평균보다 조금이라도 더 주면 자기가 떳떳하다고 생각해요. 주52시간 문제도 그렇습니다. 자기 식구와 마찬가지인 직원들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 시킬 사장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요즘은 현미경 같이 기업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이

다 드러나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일자리 만드는 참 고마운 분들이죠. 존경해야 할 분들이 많아요.


노민선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핵심인력 유출 방지와 고졸 취업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인력유출 사건이 많아지게 마련입니다. 이제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력을 직접 빼가기보다는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서 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기술력을 보유한 혁신형 중소기업에서 인력유출이 많이 나타납니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인력이 빠져나가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술탈취 문제와 함께 정책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중소기업 고졸취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직업계고 졸업자 중 취업자 비중은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에 역량 있는 사람들이 곧바로 오기는 쉽지 않고, 직업계고를 졸업한 사람들이 와서 장기재직 하면서 핵심인력이 되면서 회사와 같이 성장하는 모델이 매우 중요한데 그 부분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10년 정도 근무했을 때 1억 원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내일채움공제 확장형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세리 직종으로 나눠 봤을 때 중소기업이 인력 구하기 더 힘든 대상은 기술직 인력인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이 대졸 인력의 입직이 어렵다면,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 습득력이 높은 직업계고 인력 취업을 활성화하여 기능, 기술직 인력의 확보를 동시에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술인력들이 기업 내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데, 중소기업에서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이 부분

은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업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어느 인력이 필요하고 직무를 어떻게 배치하고 어떠한 기술을 습득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플랜을 이미 가지고 있어요. 정부는 여기에서 대기업이 훈련에 있어 역할을 강화하도록 푸시하기도 하고 지원도 해야 합니다. 정부가 경로 역할을 해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술은 기업을하는 사람,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업과 기업 간의 연계를 통해서 중소기업 안에서 기술력을 육성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넣어 주는 시도가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노민선 과거 정부를 너무 극복하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과거 정부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정책을 합리적으로 계승해서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태희 중소기업 능력개발 프로그램 부분에서 특성화고 관련해서는 이전 정부 때 특성화고를 키우기 위한 정책이 꽤 많았거든요. 이 인력이 중소기업에 들어가고, 일·학습이 병행될 수 있도록 지원했는데, 그런 부분들은 오히려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괜찮았던 정책들은 앞으로 어떤 정부가 됐든 발전되고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중소기업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임채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안 가는 문제 중 하나는 과잉학력이라고 봐요. 사실 기능이 중요하지 대학 나올 필요가 없거든요. 창원의 한 제조 중소기업에서 만난 직원은 중학교 때 100명 중에 99등 할 정도로 공부에 관심이 없었대요. 그런데 직업고등학교 가서 기능에 관심을 가지고 취

업해서 대학도 가고 석사학위까지 받았고 박사 도 진학하려고 해요. 기업의 성장과 근로자의 성장이 같이 맞물려서 가게 해야죠. 연금도 중

요한데 중소기업에는 국민연금 제외하면 연금 제도가 없어요. 강원도에서 노 1/3, 기업 1/3, 정부 1/3씩 부담해서 중소기업 근로자 연금까

지 지원해주는 제도를 했는데, 그야말로 고졸 취업해서 퇴직까지 책임지는 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태희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이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떨어져 있거든요. 그 원인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노민선 중학생이 직업계고를 진로로 기꺼이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있습니다. 직업계고를 졸업하면 전 생애에 걸쳐 학위, 소득, 경력에 있어 긍정적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부처, 공공기관, 대기업, 금융기관 등 에서 직업계고 졸업생에 대한 신규채용과 경력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태희 특성화고 문제만큼은 정말 활성화 방안을 새로 모색해야 합니다. 결국 중소기업의 주 인력이 특성화고등학교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노민선 중소기업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을 이끌고 가려고 하면 거의 실패하는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하고 함께 가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누가 끌고 밀기보다는 중소기업을 독려해 주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중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 활성화 기대

임채운 중대재해처벌법 얘기도 했으면 좋겠어요. 규제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사업 규제, 인허가 규제는 없어져야 하지만 안전, 생명, 환경 규제는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너무 과해졌어요.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경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과도하다고 할 수 있어요.


이태희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경영자에 대한 벌칙이 1억 이상, 10억 미만, 1년 이상이거든요. 중대재해에 의한 사망은 당연히 원인을 밝혀야 되겠지만 고의라고 할 수 있는 사고가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우리나라 형사법적으로 보면 징역의 하한을 정한 경우는 반사회적인 중대범죄의 경우에만 있습니다. 산업재해를 반사회적 범죄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힘 빠지는 일이죠. OECD 국가들 중 처벌이 가장 강력한 것이 6개월 금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처벌뿐만 아니라 행정 제재도 많아요. 교육 이수를 해야 하고 명단도 발표합니다.


임채운 처벌이 과하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중대재해와 관련해서는 동일한 사태가 반복 돼 왔어요. 냉동창고 화재도 그렇고 건설현장의 산업재해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 단기 실적 중심 문화의 영향도 있어요. 이건 대기업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요. 인명 경시 풍조, 위험의 외주화, 납품단가 문제가 다 맞물려 있거든요. 대규모 공장 같은 경우에는 중대재해가 발생해서 공장 가동을 멈추는 것보다 안전관리 비용을 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그걸 비용에 반영하겠죠. 그런데 중소기업의 납품단가에 안전관리 비용이 반영되지 않잖아요.


이태희 건설업은 일단 반영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도급 대금 안에 그게 온전하게 포함되지는 않겠죠. 기업들도 정말 반성할 부분이 있으면 해야죠. 말씀하신 것처럼 반복적으로 사고 나는 경우는 강력하게 가중 처벌해야 됩니다. 우리가 그것까지 과도하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한 번이라도 이런 식의 사고가 날 가능성을 전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는 거예요. 지금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 사업주가 지켜야 될 의무 조항이 몇 개인 줄 아십니까? 1,220개입니다. 그리고 이것만이 아닙니다. 전기나 가스 안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제도도 모두 중대재해법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어요.

노세리 우리가 무언가 정해놓고 따르도록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처벌 수위를 정해놓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등의 단서를 계속 다는 거잖아요. 사실 안전은 기업 규모와 관련 없습니다. 근로감독도 다르지 않은데, 법을 잘 준수하도록 하는 기반은 단서를 두지 않고 동시에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결국에는 작업하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서 계속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근본적으로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리 법을 만들고 소위 으름장을 놓는다고 해도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임채운 제조업은 모르겠는데 건설현장은 노동 구조 문제도 있지 않나요. 일당 근로자고 교육훈련도 형식적이고 안전에 대한 의식도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태희 건설 현장도 최근에는 굉장히 경각심이 높아졌거든요. 당장 내가 징역 살 판이니까.


임채운 효과가 있는 거네요,


이태희 물론 그런 측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징역 하한을 그렇게까지 딱 정해놓은 상황이라면 적어도 내용이 분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행령에 보면 산업안전 보건 체계 구축을 위한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안전보건 관리자는 충실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요. ‘필요한’과 ‘충실한’의 기준이 대체 뭐냐는 거죠. 그리고 중대재해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한 번 사고가 났다고 해서 중대재해로 보고 이 법을 적용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거죠. 안전사고라는 게 아무리 노력해도 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특정 기간 안에 동일한 원인으로 반복적으로 2회 이상 사고가 났을 때 처벌하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제가 현장을 가보면 그야말로 ‘아차 사고’의 경우도 꽤 많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는 엄밀하게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사업주의 귀책 여부를 따져서 최종적으로 처벌을 결정해야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숨은 좀 쉬게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임채운 우리 사회의 중요 이슈가 법제화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고가 터지면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SNS에서 확산돼요. 그러면 국회에서 정부 부처 불러다 야단을 치고, 그 다음에 대책이 나오면 굉장히 강력해지는 거예요.사안들이 정치화되고 이슈화되면서 너무 과민 반응하는 부분도 있는 거죠. 오늘의 토론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고, 이런 논의가 확산되면 방안이 찾아질 것이라

고 봅니다. 사회적 합의는 결국은 경제적인 타협이거든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근로자 모두가 다 같이 이득을 보는 그런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