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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Economic, Social & Labor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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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대화 논단 | 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이어야 하는가?(박은정)

  • 조회수
    297
  • 등록일
    2022-07-22

| 사회적 대화 논단 | 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어야 하는가?

박은정 인제대 법학과 교수



「디센트 워크」(decent work) 라는 요구

ILO(국제노동기구)는 1999년 이래 「디센트워크」(decent work)의 실현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걸고 있다. 「디센트」는, ILO의 「디센트워크」(decent work)의 내용을 보았을 때 「일하는 보람이 있는 인간다운 일」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1919년의 설립 이래 ILO는 노동 조건의 확보,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의 보장, 사회보장 등의 넓은 분야에 있어서 국제기준 설정과 보급에 노력해오다 글로벌화 속에서 그 활동을 새롭게 강화하기 위해 사무국장 후안 소마비아가 1999년 6월의 보고1)에 명확히 밝힌 것이 이 슬로건이다. 거기에서는 “현재에 있어 ILO의 최우선 목표는 모든 남성과 여성이 자유, 공정, 보장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라는 조건이 채워진 디센트한 생산적인 일을 얻을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상호 불가분인 전략적 목표로 ① 핵심적인 노동기준의 존중과 준수, ② 양질의 고용 확보, ③ 사회 보호(직장의 안전과 사회보장)의 확충, ④ 사회적 대화(노사 교섭과 국가를 끼운 대화)의 촉진을 들 수 있다. ILO는 그 후로도 일관해서 이 목표를 추구해 2008년 97회 총회에서 스스로 ILO 창설 후 3번째에 중요한 문서라고 평가하는 「공정한 글로벌화를 위한 사회정의에 관한 ILO 선언」2)을 채택해, 오른쪽 네 개의 전략 목표를 재정리한 뒤 1) ILO, Report of the Director-General: Decent Work, https://www.ilo.org/public/english/standards/relm/ilc/ilc87/rep-i.htm

에 이러한 전략적인 목표는 상호 불가분인 것으로 남녀평등과 비차별이 횡단적 과제로 고려되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ILO가 생각하는 디센트 워크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디센트 워크(일하는 보람이 있는 인간다운 일)는 사람들이 일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문제 안에 포함되어 있는 소망, 즉, (1) 일할 기회가 있어 지속 가능한 생계에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 (2) 노동 삼권 등 일하는데 있어서의 권리가 확보되어 직장에서 발언이 행하기 쉽고 그것이 인정되는 것, (3) 가정생활과 직업 생활을 양립할 수 있어 안전한 직장 환경이나 고용 보험, 의료·연금 제도 등의 사회안전망이 확보되어 자기 단련도 할 수 있는 것, (4) 공정하게 대우하고, 남녀 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는 소망이 집대성된 것이다”라고. 여기에서는 ILO가 디센트 워크의 중요한 내용으로 들고 있는 “사회적 대화”가 빠져 있는 등, ILO가 말하는 바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후생노동성의 이 설명으로부터 디센트 워크 개념의 대강의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일하는 희망을 가진 자에게 단지 고용기회가 주어지는 것 뿐 만 아니라 그 고용이 충분한 수입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고용 장소에서 안전한 직장환경, 균등대우를 포함한 다양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ILO 선언의 요지인 것이다.


3)근로자의 기본권으로서의 디센트 워크

ILO의 decent work는 우리 법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헌법 제32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헌법 제32조

①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ㆍ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

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③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④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2) ILO, ILO Declaration on Social Justice for a Fair Globalization, https://www.ilo.org/global/about-the-ilo/mission-and-objectives/

WCMS_099766/lang--en/index.htm

3) 西谷敏(2011), 『人権としてのディーセント・ワーク―働きがいのある人間らしい仕事』, 旬報社, pp.42-43.


근로의 권리, 고용의 증진, 적정임금의 보장이 헌법상 표현되어 있고, 이것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선언되고 있다. 이때 근로의 권리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기본권의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 제10조를 잊어서는 안 된다.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 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헌법 제10조의 기본적 이념이자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또한 여성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차별금지의 원칙이 정해져 있다. 여기에 더하여 헌법 제33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33조 ①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이상의 헌법상 기본권 내용을 살펴보면, 디센트 워크는 이미 우리 헌법상 국민(근로자)의 기본권이다.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법률로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노조법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디센트 워크에 대한 ILO의 요구가 새롭거나 혹은 대단한 것처럼 보였던 것은 아마도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디센트 워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권으로서의 디센트 워크의 주체 디센트 워크가 모든 노동의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지 못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갖는다고 인식되어 왔고 그래서 사회의 중심에 놓일 수 있었던 종속적 임금노동을 하는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 등을 통해 정해진 범위에서 근로의 권리 등을 향유해 왔다. 산업혁명기 이후 노동의 가치는 종속적 임금노동을 통해 구현되어 왔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근로기준법의 헌법적 근거를 위 헌법 제32조로부터 찾기는 하지만, 헌법상 근로의 권리와 의무, 근로조건 법정주의의 실현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입법정책상 근로기준법에서 위와 같은 근로자의 개념과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설정하는 한편, 해당 범위의 근로자들에게 헌법 제32조 제1항의 근로권의 내용을 실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헌법 제32조 제1항은 국민의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헌법 제32조 제3항은 제1항의 근로의 권리를 실현시키는 수단으로서 근로조건 법정주의를 선택한 것이고, 헌법 제32조 제3항의 근로조건 법정주의라는 입법정책의무를 우리나라는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법정주의로서 근로기준법으로 실현시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이외의 자에 대해서는 헌법상 디센트 워크의 이념이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


일할 환경으로서의 근로조건 법정주의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제헌헌법의 입법과정을 담은 국회 속기록에서도 국민이라고 말하는 대신 ‘근로대중’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였고, 따라서 이때의 국민은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는 국민”으로 해석하여 이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장래 근로관계를 예정하는 자들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때의 ‘근로’는 ‘일’을 의미한다. 헌법상 근로의 권리를 “일할 권리”라고 바꿔 읽는 것도 가능한 것이고, 이것이 종속적 근로자만이 아닌 종속적 자영업자, 나아가 모든 일하는 사람의 일할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을 제안하는 경우, 기존의 근로자 개념을 수정하여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를 넓히자는 의견들이 있다. 그러나 근로자 개념의 수정을 통해 근로기준법 일반을 종속적 자영업자에게 적용하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해 전형적인 종속적 근로자의 근로관계를 기초로 한 근로조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이외의 일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할 수 없고,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를 아무리 넓힌다고 하여도 이 법 안에 모든 일하는 사람을 담는 것은 어렵다. 물론 이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에 관한 오분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종속성 개념 문제를 충분히 극복하고 난 이후의 문제이다.

일하는 사람에 대한 법적 보호에 관한 논의의 핵심은 (A) 한편에서는 독립노동의 증가에 따르는 허위·가장의 위장자영인화를 방지하는 것과 (B) 다른 한편에서는 적어도 현재의 법상 분류로는 진정한 의미의 자영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경제적 조건이 노동자와 거의 다를 바 없어 노동법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전자는 결국 위장자영인과 진정자영인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결국, 근로자 개념 판단의 문제)이고, 후자는 노동법적 보호의 적용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종래에는 주로 (A)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오분류’의 문제), 그 외에 ‘특고’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주로 문제가 된다. 즉, 특수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들의 직종별 유형과 실태가 매우 다양한 바 일률적으로 기준을 마련하여 이들을 노동법적 보호의 틀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또한 사회경제적 측면과 근로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문제제기가 있다. 최근에는 향후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산업기술의 발전과 근로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노무제공방식 내지 업무형태의 출현을 가정할 때, 준(準)근로자 내지 유사근로자에 의한 규율(입법론적 해결)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문제되고 있다.


특히, 준(準)근로자 내지 유사근로자라는 ‘제한된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중간지대’를 설정하는 방식은 노동법의 전면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무제공자가 이러한 중간지대에 포섭되어 마땅히 받아야 하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도입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즉, 근로자 아니면 자영인이라는 방식의 기존의 이분법적인 구분방식을 취하는 우리나라에 독일식 유사근로자 개념을 도입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노동법의 적용범위가 축소되어 소위 ‘특고’에 해당하는 자들에게는 노동법의 극히 일부 내용만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고용권법상 노동자(worker) 개념 또한 노동법의 적용대상을 근로자(employee)와 구분하여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 하에서 ‘근로자 보호’ ‘특고 보호’와 같은 2분법적 방식을 지양하고, 현행 법상 오분류의 문제를 극복함으로써 근로자의 개념적 범주가 충분히 확장되어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할 외연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에 담길 것들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의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하였을 때, 이 법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본법’이라는 표현이 다소 거창해보일 수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법령 중 ‘기본법’ 형태를 갖고 있는 법은 총 74개이다. 고용노동관계분야만 하더라도 고용정책기본법, 근로복지기본법, 양성평등기본법 등이 이미 존재한다. 기존의 기본법은 대체로 관련 제도와 정책 수립의 법적 기초를 마련하는데 주된 목적을 두고 있고, 구체적인 권리의무관계를 창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컨대, 단ㆍ중ㆍ장기적 기본계획의 수립, 기본계획 이행에 필요한 국가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의무에 더하여 기본계획 추진을 위한 위원회 설립 등에 관한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은 이러한 기본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2021년에 필자가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여 제안한 바 있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은 기본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노무제공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일반적 권리를 규정하고자 하였다.

①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터에서 기본적 인권과 노동권을 존중받으며 차별없이 일할 권리를 가진다.

② 일하는 사람은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가진다.

③ 일하는 사람은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태와 상관없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적정한 임금·소득과 휴식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진다.

④ 일하는 사람은 폭언ㆍ폭행을 하거나 부당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당하거나, 일하는 환경을 악화하는 일체의 행동과 위협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

⑤ 일하는 사람은 일터 및 지역에서 노동조건과 노동환경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일반적 권리 이외, 다음과 같은 구체적 권리를 선언하고자 하였다.

① 성(性)·국적·신앙·혼인상 지위·임신 또는 출산·장애·사회적 신분·일의 종류나 형태·계약 유형 등을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

② 일 하기로 하는 계약의 당사자·일의 내용·일에 대한 보수 등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 방법·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계약해지 또는 불이익한 조치의 기준이 되는 사항이나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경우에는 그 사유와 절차 등의 투명한 계약을 체결할 권리

③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및 작업중지권

④ 일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적정한 방법으로 쉴 권리

⑤ 자신의 일의 내용과 보수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 내·외의 의사결정시스템에 참여하고 스스로를 대표할 수 있는 권리

⑥ 근로자가 갖는 권리와 동등한 수준의 모성보호를 받을 권리 및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을 받을 권리 및 이러한 권리의 행사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

⑦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을 권리 및 이러한 권리의 행사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

⑧ 자신의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할 권리 및 정보정정에 대한 권리정리하며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제정이라는 아이디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말 고용노동부가 운영한 비정규직정책TF의 한 분과였던 특수형태노동자 보호를 위한 논의 분과에서였다. 여기에서는 기존 특수형태노동자에 대한 보호 논의로부터 출발하여 그 한계와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였고, 그 가운데 제도적 개선사항으로서 노무제공자 전체게 대한 일반법을 제정하여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이후 큰 진전이 없던 중, 2019년 고용노동부 정책연구용역사업으로 “일하는 사람 전체에 대한 일반법 제정에 관한 연구”가 있었고, 2021년 대선 국면에서 일부 대선주자들에 의해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이 의제가 되었던 것이다.


2022년 5월 출범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모든 노무제공자에 대한 권리보장 확충을 위한 노무제공자 권리 보장 입법화 방안을 검토할 것이 포함되어 있다. 2022년 12월 검토를 시작하여 2024년까지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 새 정부의 노무제공자 권리 보장 입법화 방안이 기존의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기본법 제정의 목적과 취지가 일맥상통하다면, 2017년부터 시작된 이 논의가
계속되어 결실을 보기를 바란다.